원작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저자 : 나쓰메 소세키
엮음 : 최현
요즘 쓰고 있는 반말 고양이.
2화 쓰고 있는데요.
힘들어요.
1
나는 고양이라는 종족이야. 이름은 몰라.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몰라. 다만 어둡고 축축한 곳에서 야옹하고 울었던 것을 기억하지.
처음으로 사람이라는 것을 만났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는 하숙생으로 사람 중에서 가장 악랄한 종족이라고 하더군.
가끔 우리를 삶아 먹는 다는 이야기도 들었어.
뭐 당시에는 아는 것이 없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아 무서운 줄도 몰랐어.
그자가 손으로 나를 들어 올렸을 때 살짝 무서운 느낌 정도.
손바닥 위에서 사람의 얼굴을 처음 보았어. 그 때의 이상한 느낌은 지금도 남아 있지.
첫째로 얼굴에 털이 하나도 없이 번들번들한 것이 주전자 같았어. 이후에 다른 고양이들도 만났지만 그런 병신 같은 모습은 다신 볼 수 없었지.
뿐만 아니라 얼굴 한 가운데가 쑥 나와 있는데, 그 구멍에서 푹푹 연기가 나오는 거야. 어찌나 목이 아프던지 정말 힘들었어.
담배라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꽤나 좋아하더군.
그 자의 손바닥에 앉아 잠시 동안 기분이 좋았어. 그러다 매우 빠르게 돌기 시작했어.
하숙생이 움직이는 것인지 내가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눈도 어지럽고, 가슴도 답답했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쿵 소리와 눈에선 불꽃이 일어났어.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질 않아.
정신을 차려보니 그자가 보이지 않더군. 함께 있던 형제와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여기는 예전에 있던 곳과는 달리 엄청 밝아졌어. 너무 밝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야.
어슬렁거리며 기어 나와 보니, 이상하게 발이 아픈 거야.
지푸라기 위에 있어야 할 내가 조릿대 밭에 버려진 것이야.
겨우 조릿대 밭을 기어 나오니 옆에 큰 연못이 있었어.
연못으로 기어가서 목을 축이고 않아서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지. 뭐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어.
야옹하고 울고 있으면 하숙생이 다시 올까 생각이 들어 ‘야옹’ 울어보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지.
우는 동안 연못 위로 바람이 살랑 불며 날이 저물었지.
배가 고프니까 울고 싶어도 소리도 나오지 않았어.
어쩔 수 없이 먹을 것을 찾으러 천천히 연못 왼쪽으로 돌기 시작했지.
정말 힘들었지. 꾹 참고 기었더니 어디선가 냄새가 나는 거야.
그곳으로 들어가면 무엇인가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울타리에 구멍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지.
운명이란 참 신기한 것이야. 만약 울타리에 구멍이 없었다면 결국 굶어 죽었을 거야.
그리고 그 구멍은 아직도 내가 옆집 얼룩이를 만나러 가는 통로로 쓰고 있지.
집으로 들어왔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그리고 날은 점점 어두워졌지.
배가 고프고 춥고 비가 오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 이제는 정말 다급해졌어.
우선 밝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걸어갔어.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집안에 들어 왔다고 생각해.
여기에서 나는 하숙생 외에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었어.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이 바로 오 씨였지. 그는 아까 하숙생보다 더 난폭해서 나를 보자 목을 잡고 밖으로 던져 버렸어.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생각이 들며 눈을 감고 하늘에 운을 맡겼어.
그러나 배고픈 것과 추운 것은 참을 수가 없어.
나는 틈을 봐서 다시 부엌으로 기어갔어. 그리곤 다시 던져졌지.
그렇게 기어가고 던져지는 것이 반복되었어. 어렵게 올라가서 던져지면서 똑같은 말을 네 다섯 번 들었던 것 같아.
그 때 오 씨라는 사람이 진짜 싫어졌지. 복수심에 얼마 전에 꽁치를 훔쳐 먹는 것으로 앙갚음을 하였지.
마지막으로 쫓겨날 때 집주인이 나타났어.
“왜 이렇게 시끄럽냐.’
오 씨는 나를 들고는 주인을 향해서 말했어.
“새끼 고양이를 아무리 버려도 부엌으로 올라와서 힘드네요.”
주인은 수염을 손으로 꼬더니 잠시 나를 쳐다보았어.
“그럼 안에다 두게.”
이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어.
오 씨는 부엌 구석으로 나를 던져버렸어. 그렇게 이집에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었지.
주인과는 별로 마주친 적이 없어.
그의 직업은 선생이라고 하는데, 학교에서 돌아오면 서재로 들어가 거의 나오질 않아.
다들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지. 스스로도 공부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어. 그렇지만 실제로 그리 근면한 사람은 아니야.
가끔 서재를 엿보는데, 낮잠을 자는 것을 자주 목격하고는 하지. 때로는 읽고 있던 책 위에 침을 흘리고 있어.
위가 좋지 않은지 피부색이 누렇고, 탄력도 없고 활발하지 못해.
그런데 밥은 많이 먹어. 밥을 먹고는 소화제를 마시지.
마신 뒤에 책을 펴지만 몇 페이지 읽고는 졸려. 그리곤 책 위로 침을 늘어뜨리는데 그것이 매일 반복하는 일과야.
나는 고양이 이지만 가끔 생각해. ‘선생이라는 것은 정말 편하구나.’ 라고 말이야.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선생이 될 거야.
이렇게 자는 것이 일이라면 고양이라도 못할 것이 없으니까.
그런데 주인은 선생처럼 괴로운 것도 없다는 듯 친구들에게 투덜거려.
이집에 살기 시작할 때 주인 이외에는 인기가 없었어.
어디를 가도 나를 상대해주고 놀아주는 사람이 없었지. 얼마나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지금까지 이름도 지어주지 않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주인 옆에 붙어 있었어.
아침에 주인이 신문을 읽으면 꼭 무릎에 올라. 그가 낮잠을 자면 그의 등에 올라.
주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야. 달리 갈 곳이 없어서 그렇지.
이 후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니 아침에는 밥통 위, 밤에는 화로 위, 날이 좋으면 마루 위에서 잠을 자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았지.
가장 좋은 것은 밤에 아이들의 방에서 꾸물거리고 함께 자는 것이야.
녀석들은 다섯 살과 세 살로 밤이 되면 한 방에서 잠을 자는데, 중간에 공간이 제일 좋아.
운이 나쁘면 한 아이가 일어나 화를 내는데, ‘고양이다.’ 하며 울 때가 있어.
그럼 신경성으로 위가 약한 주인이 다른 방에서 튀어 나와. 전에 긴 자로 엉덩이를 심하게 맞았지.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관찰해보니 그들은 제멋대로라고 단언할 수 있어.
지들 기분에 따라 나를 거꾸로 들거나, 머리에 봉지를 씌우거나 부뚜막에 던지고는 하지.
만약 내가 물건을 건들기라도 하면 모두가 나를 쫓아다니며 괴롭힌단 말이야.
저번에 방바닥을 손톱을 갈았더니 오 씨가 나에게 매우 화를 내고는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어.추워서 벌벌 떨고 있어도 모른 체하고 말이야.
내가 존경하는 하얀 고양이는 나를 만나면 사람만큼 불친절한 것은 없다고 말하지.
그녀가 얼마 전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어.
그런데 사흘 후 그 집 하숙생이 네 마리를 모두 들고 나간 뒤에 연못에 버린 것 같다고 말하더군.
그녀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고양이족이 아름다운 가정을 지속하려면 사람들과 싸워 그들을 멸종시켜야 한다고 말했어.
정말 옳은 말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웃집에 얼룩이는 사람들이 소유권의 의미를 잘 모른다고 분개했지.
우리 고양이족은 정어리건 숭어건 가장 먼저 발견한 자가 먹을 권리가 있어.
만약 상대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힘으로 제압해도 무방하지.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관념이 없이 우리가 먼저 발견한 것을 약탈하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정당한 우리의 권리를 빼앗고 있지.
하얀 고양이 집의 주인은 군인이고, 얼룩이 집의 주인은 변호사야.
나는 선생 집에 살고 있어서 그들 보다는 좋은 환경이야.
하루하루를 그럭저럭 보낼 수 있다면 충분해. 아무리 사람들이 강해도 영원하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예민하지 않게 고양이의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지.
‘이기적’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하는데, 조금 전에 집 주인이 ‘이기심’으로 인해 실패한 이야기를 해주지.재밌어 들어봐.
주인은 다른 사람들 보다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하고 싶어하지.
잡지에 투고를 하거나 실수투성이의 영문을 쓰는가 하면, 활쏘기, 바이올린을 ‘우~우~’ 울리거나 하지.
더럽게 열심히 하지만 딱하게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화장실에서 인기가요를 크게 부르다가 주변에서 ‘똥소리’ 라는 별명까지 붙여졌지.
그럼에도 태연하지.
내가 집에서 살기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었을 월급날이었어. 그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큰 소포를 가지고 분주하게 돌아왔지.
소포에는 수채화 물감과 붓과 종이가 들어있었어. 인기가요와 시를 쓰는 것을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려는 것 같았어.
정말 다음 날부터 한동안은 매일 서재에서 책에 침도 흘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야.
그런데 그려놓은 것을 보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판단을 할 수가 없어.
스스로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어느 날 미술을 전공했다는 친구가 왔을 때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지.
“아무래도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네. 다른 작품을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그려보니 새삼 어렵게 느껴지는군.”
그래도 거짓말은 하지 않지.
그의 친구는 금테 안경을 통해 주인을 보면서,
“처음부터 잘 그릴 수는 없지 않나. 첫째 안에서 상상으로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네. 이탈리아에 대가 안드레아 델 사르테가 이렇게 말했네. ‘그림을 그리려면 자연을 그려라. 하늘에는 별, 땅에는 이슬, 날아가는 새와 달리는 짐승, 연못에는 금붕어, 늙은 나무에는 까마귀가 있다. 자연은 살아있는 한 폭의 그림이다.’이제 그림다운 그림을 생각한다면 자연으로 나가게.”
“허~ 안드레아 델 사르테가 그런 말을 했다고? 전혀 몰랐네.”
하며 감탄을 했지. 금테 안경은 살며시 비웃음을 지었지.
다음날 마루로 나가 낮잠을 자고 있는데, 주인이 평소와는 다르게 서재에서 나와 뭔가를 하는 거야.
살며시 눈을 떠서 보니 누군가를 흉내 내고 있었지. 아마도 어제 금테 안경이 말한 ‘안드레아 델 사르 테’를 흉내내고 있는 것일 꺼야.
이 모습을 보고 실소를 참을 수 없었지.
나는 충분히 잠을 잤어. 하품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지. 그러나 모처럼 주인이 열심히 붓을 놀리는데 내가 움직이면 웬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가만히 있었어.
그는 지금 나의 얼굴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중이었어.
자백하지만 나는 고양이 중에서도 그리 잘생긴 것은 아니야. 털도 그렇고 생김으로 다른 고양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
그런데 주인이 그리는 고양이는 나하고는 영 딴판이란 말야.
첫째 색이 달라. 나는 페르시아 고양이처럼 노랗고 옅은 회색 털을 가졌지. 이것은 누가 봐도 의심하지 않을 거야.
지금 주인의 채색을 보면 노란색도 아니고 검정도 아니고 회색도 아니고 갈색도 아닌 그렇다고 이것들을 섞은 색도 아니야.
그냥 하나의 색깔이라고 말할 방법뿐이야. 게다가 이상한 것은 눈이 없어.
뭐 자고 있는 것을 그린 것이니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눈 자체가 없으니 장님 고양이 인지 자고 있는 고양이 인지 판단이 되지 않지.
아무리 ‘안드레아 델 사르 테’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열심인 모습에 감탄을 했어.
가급적이면 움직이지 않고 있으려고 했는데, 아까부터 소변이 마려웠어. 그래서 근육들이 가려웠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지. 어쩔 수 없이 양발을 뻗고 목을 낮게 깔고 하품을 했어.
그렇게 되니 가만히 있는 것이 의미가 없어.
어차피 주인의 작업을 망친 김에 용변을 보려고 느릿느릿 걸어갔지.
주인은 실망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지.
“이 바보 고양이!”
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할 때 꼭 ‘바보’라고 하는 버릇이 있어. 다른 욕을 모르는 거니까 어쩔 수 없지만, 지금까지 참아준 마음도 몰라주고 함부로 바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
평소에 그의 등을 탈 때 조금이라도 좋은 얼굴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하나도 기분 좋게 해준 것도 없는데 소변을 보려는 나에게 ‘바보’라고 매도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자만심이 많지만 인간보다 강한 것이 나타나서 그 콧대를 눌러주지 않으면 앞으로 어디까지 우쭐할지 모르겠어.
이기적인 것이 이 정도라면 참을 만 하지만 사람의 부도덕에 대해 이것보다 몇 배 슬픈 이야기를 들었어.
집 뒤에는 열 평 정도의 차밭이 있어. 넓지는 않지만 따뜻한 곳이지.
아이들이 너무 시끄러워 낮잠을 잘 수 없거나 너무 지루하고 짜증이 나면 여기로 나와 마음을 가다듬고는 하지.
어느 따뜻한 날 2시경이었어. 점심을 먹고 낮잠을 맛있게 자고 나서 운동이나 할 겸 차밭으로 걸었어.
차의 뿌리를 하나하나 맡으며 서쪽의 삼나무 울타리 근처에 이르자 큰 고양이가 자고 있는 거야.
내가 접근하는 것도 전혀 모른 체 말이야. 사실 알았다면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아. 암튼 큰 소리로 코를 골며 몸을 옆으로 틀어서 자고 있어.
남의 정원에 몰래 들어온 놈이 이렇게 태연하게 잠을 자도 되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며 그의 배짱에 더욱 놀랐지.
그는 순수하게 검은 고양이였어. 정오를 지나 태양 광선이 그의 비부에 쏟아지는데, 반짝하며 불꽃이 이는 것 같았어.
고양이 중에 대왕이라고 할 만큼 거대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지. 분명 나의 배는 될 거야.
호기심이 일어 그의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조용히 봄의 바람이 울타리 위에 나무 가지를 흔들자 몇 장의 잎이 덤불에 떨어졌지.
대왕 고양이는 눈을 떴어. 지금도 기억난다. 그 눈은 사람이 귀하게 여기는 호박이라는 것 보다 훨씬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지.
그래도 그는 꼼짝도 하지 않고, 두 눈동자에서 쏘는 빛을 내며 말했어.
“뭐야?”
대왕이라고는 할 수 없는 말투지만 그 목소리는 개에게도 압박이 될 만했지.
나는 조금 두렵고 인사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생각해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라고 최대한 태연하고 냉정하게 대답했지.
이때 내 심장은 분명 평상시보다 격하게 뛰고 있었어.
“뭐라고 고양이라고? 그럼 고양이가 고양이지. 어디에 살고 있는 거야.”
상당히 안하무인이야.
“나는 여기 선생 집에 살고 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럽게 말랐잖아.”
그렇게 말하며 대왕과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어. 말투로 짐작하니 좋은 집에 고양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지.
그러나 그 거대하고 비대한 몸을 보면 좋은 음식을 먹으며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는 너는 도대체 누구야.”
“나는 차량 가게에 검정고양이다..”
차량 가게에 검둥이라면 근처에서 모르는 자가 없는 난폭한 고양이야.
그러나 강하기만 하지 교양이 없기 때문에 교제하려는 자가 없었지.
다들 멀리 따돌리는 놈이야. 그 이름을 듣고 엉덩이가 간지러움과 동시에 한편으로 깔보는 마음도 들었지.
그가 얼마나 무식한지 시험해 보자는 생각에 물어보았어.
“운전수와 선생 중에 누가 더 대단할까?”
“당연한 얘길. 운전수가 힘이 더 세지. 선생을 봐라 뼈와 가죽뿐이잖아.”
“너도 차량 가게의 고양이니 꽤 힘이 셀 것 같다. 집에서 항상 잔치가 열리나 보군.”
“어디를 가도 먹는 것을 잘 찾아 먹지. 너도 차밭만 빙빙 돌지 말고, 나를 따라다녀 봐. 한 달 만 지나도 몰라보게 살이 오를걸.”
“나중에 생각해 보지. 하지만 선생 집이 운전수 보다 큰 집에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바보야. 집 따위 아무리 커봐야. 배부른 것이 좋지.”
그는 짜증이 난 모습으로 귀를 쫑긋 거렸어. 그러더니 가버렸지.
그리고 차량 가게 고양이와 친구가 되었지.
그 후 종종 검정고양이와 만났지. 만나면 항상 대왕다운 기염을 내뿜고는 했지.
내가 들었다는 부도덕한 사건은 사실 검정고양이가 해주었지.
평상시처럼 나와 검정고양이는 따뜻한 차밭에서 잠을 자면서 여러 가지 잡담을 하는데, 그는 항상 하던 자랑을 새로운 것처럼 하는 거야.
그리고는 나에게 물어봤어.
“지금까지 쥐를 몇 마리나 잡아봤냐?”
지식은 검정고양이보다 내가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힘과 용기를 비교하면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했지.
이 질문을 받자 정말 난감했어. 하지만 거짓을 말할 수는 없어서 이렇게 대답했지.
“잡으려고 생각만 하고 아직 잡지는 못했어.”
검정고양이는 코에 있는 수염을 흔들며 크게 웃었어.
녀석이 자기 자랑을 할 때에는 어딘가 부족한 구석이 있었고, 그의 자랑 질에 감탄한 척 하며 목을 울리면 다루기 쉬운 편이었지.
그와 가까이 지내며 이런 방법을 알게 된 후 괜히 자존심을 내세우면 서로 감정이 안 좋아지니 차라리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어.
그래서 점잖게 부추겨 보았어.
“너는 나이도 있으니 꽤 잡았겠지?”
“많이 잡지는 못했지. 30~40마리 잡았을까.”
하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지. 그리고는 말을 이었어.
“쥐새끼 백 마리 이백 마리 잡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족제비는 조심해야해.”
“오 과연.”
이렇게 맞장구를 치니 검정고양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말했어.
“작년 대 청소 때, 우리 주인이 석탄 가방을 가지고 마루 밑으로 들어가니까. 큰 족제비 녀석이 튀어 나왔지.”
“오오.”
하고 감탄하는 척 했어.
“족제비라는 녀석도 쥐보다 좀 큰 것이지 하고 몰다가 하수구에 이르렀지.”
“잘했군.”
하고 환호를 해주었어.
“그런데 궁지에 몰리자 방귀를 뀌는 거야. 어찌나 냄새가 독하던지. 이 후로는 족제비만 보면 코가 아파.”
마치 작년 냄새가 다시 나는 것처럼 앞발로 콧등을 두어 번 어루만졌어. 그래 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그래도 쥐였다면 네가 보기만 해도 죽은 목숨이지. 쥐잡기의 명인이니까 말이야. 혹시 쥐를 많이 먹어서 이렇게 살도 찌고 피부색이 좋은 것이겠지.”
그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한 질문은 신기하게도 반대의 결과를 초래했어. 그는 큰 한 숨을 쉬더니 말했지.
“정말 어이가 없지. 많이 잡으면 뭐해. 부지런히 쥐를 잡아도 사람들은 파출소로 가져가버려. 파출소에서는 누가 잡았는지는 관심 없고 가져온 사람에게 돈을 주잖아. 우리 주인은 덕분에 꽤 벌었을 텐데 나에게 보답을 하지를 않지. 사람은 도둑이야.”
무식한 검정고양이도 이 정도 도리를 안다는 듯이 대단히 분노를 하더니 머리를 흔들었지.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아져서 그와 이야기를 중단하고 집으로 들어왔어.
이때부터 결코 쥐를 잡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검정고양이의 앞잡이가 되어 음식을 찾는 것도 하지 않게 되었지.
먹는 것보다 자는 것이 편하고 좋았어. 선생 집에 있으면 그 성격도 닮는 것 같아. 조심하지 않으면 위장병에 걸릴지도 몰라.
주인은 요즘에 스스로 그림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아. 12월 1일 일기에 이렇게 적혀있었지.
○○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모임에서 만났다. 그 사람은 많이 방탕하다고 하는데 과연 한량다운 풍채를 하고 있다. 이런 풍채를 가진 사람이 여자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가 원래 방탕하다기 보다는 방탕하게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적당하다. 그 사람의 부인은 술집에서 일한다고 한다. 솔직히 부럽다. 원래 방탕을 나쁘게 말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방탕할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방탕가라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 중에서도 방탕할 자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방탕을 강요하지 않아도 무리해서 방탕을 유지하고는 한다.마치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자위하고 있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거나 사창가를 다녀 한량이 될 수 있다면, 고양이 그림도 명화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고양이 그림 따위는 쓰지 않는 것이 낫다. 우매한 한량이 되는 것 보다는 촌스러운 촌놈이 되는 것이 맞다.
선생의 방탕론은 수긍할 수 없어. 그리고 직업이 선생으로 술집에서 일하는 부인을 둔 남편이 부럽다고 말하는 것도 선생의 자질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해.
그러나 자신의 그림에 대한 비평은 틀리지 않아.
주인은 이처럼 자신을 잘 알고 있지만 자만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지. 12월 4일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어.
어젯밤 그림을 그렸지만 도저히 물건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치워 둔 그림을 누군가가 훌륭한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주는 꿈을 꾸었다. 액자에 들어 있는 그림은 매우 멋졌다. 매우 기쁘다. 이것은 매우 훌륭하다고 바라보고 있는데, 동이 터서 눈을 떠보니 원래대로 서툴다는 것이 명료하게 되었다.
주인은 꿈에서까지 그림에 대한 미련을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 그러나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그림은 물론 소위 부자도 될 수 없지.
주인이 꿈을 꾼 다음 날, 예전에 금테 안경 친구가 찾아왔어. 그는 자리에 앉으며 말문을 열었어.
“그림은 어떤가?”
주인은 태연한 얼굴로
“충고에 따라 그림을 그렸네. 예전에는 몰랐던 물건의 모양이나 색상의 세밀한 변화 등을 잘 알 것 같네.서양에서는 옛날부터 사생을 주장 한 결과 오늘처럼 발달 한 것으로 보이네. 과연 안드레아 델 사트레 야.”
라며 말하며 일기에 내용은 말하지 않았어. 그러더니 안드레아 델 사르테에 감탄하는 거야. 금테 안경은 웃으며
“사실 그 이야기는 엉터리일세.”
“뭐라고?”
주인은 놀림을 당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자네가 감복하고 있는 안드레아 델 사르테 말이야. 그것 내가 날조한 이야기라네. 자네가 이렇게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하지 않았네. 하하하.”
하고는 큰 희열을 느끼는 몸짓이었지.
이 대화를 듣고 오늘 일기에는 어떤 것이 적힐까 상상했어.
금테 안경은 이렇게 사람을 놀리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그는 안드레아 델 사르테 사건이 주인의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 필요 없다는 듯이 입을 놀렸어.
“가끔은 농담을 말하면 정말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 해학적인 농담으로 도발하는 것이 재미있네. 저번에는 어떤 학생에게 니콜라스 닛쿠루베이가 기봉에게 충고하여 그의 일생에 대단한 저술인 프랑스 국가 혁명사를 프랑스어로 쓰지 않고 영문으로 출판시켰다고 하니 그 학생이 기억력이 좋아서 일본 문학회 연설회에서 성실하게 내 이야기를 반복하더군 그것이 얼마나 웃기던지. 그 때 방청객이 약 백 명이 넘었는데, 모두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고.”
“재밌는 이야기는 또 있네. 어떤 문학가가 있는 자리에서 해리슨의 역사 소설 세오화노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그것이 역사 소설에서 백미 중에 백미라고 말하고는 특히 여 주인공이 죽는 장면이 소름이 끼쳤다고 말하니, 내 건너편에 앉아 모르는 것이 없다는 선생이 ‘그것은 실로 명문’ 이라고 하더군. 나는 이 자자가 나처럼 소설을 읽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
신경성 위염을 가진 주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
“그런 헛소리를 했는데 만약 상대가 읽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마치 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거짓이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투였지. 금테 안경은 조금도 동용하지 않았어.
“뭐, 그때는 다른 책과 착각했다든가 어떻게 둘러대겠지.”
하며 깔깔 웃는 거야. 그는 금테 안경을 걸치고 있지만 운전수 집의 검정고양이와 비슷한 성향인 듯 했어.
주인은 말없이 담배를 뿜으며 자신은 그런 용기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
금테 안경은 그러니 ‘자네는 그림을 그려봤자.’ 라는 얼굴로
“그러나 농담은 농담이고 그림은 사실 어려운 일이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문하생에게 사원 벽의 얼룩을 그려보라고 시킨 적이 있네. 왜 빗물이 스며든 변소 벽이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훌륭하지 않은가?”
“또 조롱할 셈인가?”
“아니 이건 사실이야. 실제로 다빈치가 말했는데, 그의 안목이 정말 뛰어나지 않은가.”
“뛰어나기는 하네.”
주인이 절반은 승복했지. 그러나 여전히 변소에서 그림은 그리지 못한 것 같아.
차량 가게 검정고양이는 절음발이가 되었어. 그의 빛나는 털은 점점 색이 빠지고, 호박보다 아름답다고 말했던 눈에 눈곱이 가득 쌓였어.
그의 건강은 약해지고 체격이 나빠졌지.
예전에 차밭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날 어떻게 지내냐고 내가 물었지.
“족제비의 방귀와 생선 장수의 멜대는 징그러워.”
붉은 소나무 사이에 물든 단풍은 옛날의 꿈처럼 흩어졌어. 돌그릇에 꽃잎을 쏟아내던 동백꽃도 모두 떨어졌지.
남향의 마루에 비추던 겨울 햇살은 빨리 기울었고, 찬바람이 거의 매일 같이 부니 나의 낮잠 시간도 줄어들었지.
주인은 매일 학교에 갔어. 와서는 서재에 쳐 박혔고, 사람이 오면 선생이란 힘들다고 했지.
그림도 좀처럼 그리지 않아. 소화제도 효과가 없다고 마시지 않고 말이야.
애들은 쉬지 않고 유치원에 가는데, 돌아와서는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내 꼬리를 잡아들어 올렸지.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니 살은 찌지 않았어.
다행히 건강해. 절름발이도 되지 않고 하루하루 살고 있지.
쥐는 절대로 잡지 않아.
오 씨는 여전히 싫어해.
아직 이름은 달아주지 않았지만 욕심은 끝이 없으니 평생 선생 집에서 이름 없는 고양이로 생을 마칠 생각이야.
출처 | 나쓰메 소세키 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