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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신이 좀 드나?”
내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내 온 몸은 두껍고 단단한 끈으로 묶여져 있었다.
이내 서둘러 주위를 살펴 본 뒤, 눈 앞의 사내가 나를 납치하여 이 창문하나 없는 지하실 같은 곳으로 감금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시발... 당신 뭐야? 누군데 날 이곳으로 데려와 가둔 거야?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정체모를 괴한은 그런 내게 말없이 턱 짓으로 지하실 한 가운데 위치한 책상 위의 노트북을 가리켰다.
노트북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복날은간다 베오베 프로젝트>
1. 당신은 하루에 한 번, 총 100일 동안 오늘의 유머 사이트 공포 게시판에 올릴 글을 작성한다.
2. 그 글이 12시간 내에 사람들의 추천을 받아 베오베 게시판으로 가지 못 할 경우 당신은.. 내게 죽임을 당한다.
3. 당신은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는 지금 이 노트북의 워드프로그램을 통해 글을 작성해야 하며, 작성한 모든 내용은 당신 눈 앞에 있는 내게 1차 사전검열을 거친다.
4. 사전검열을 거친 글은 USB를 통해 옮겨진 뒤, ‘복날은간다’ 라는 내 아이디로 외부에서 사이트에 업로드 된다.
5. 당신은 이 프로젝트가 끝나기 전까지 이 지하실을 벗어날 수 없으며, 탈출신호나 구조신호와 같은 행위가 적발될 시 그에 해당하는 응징을 받는다.
6. 만약 100일 동안 작성글 100개가 모두 베오베로 이동하여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아무런 조건 없이 당신은 이 곳을 벗어날 수 있다.
노트북에 적혀진 내용을 다 읽은 나는 혼란스러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눈 앞에 있는 작자에게 소리치고 발악하며, 나를 포박하고 있는 포승줄이 조금이나마 느슨해지지 않을까 하며 온 몸을 뒤틀어 보는 것 뿐 이었다.
-“나도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어.. 하지만.. 내가 아무리 글을 올려도 사람들 반응은 차갑기 그지 없었지.. 그래서 글을 잘 쓴다고 소문난 당신을 납치하여 이런 일을 벌인 거고.. 나 역시도.. 사람들에게 굉장히 주목받고 싶은 사람이거든 크하하핫.”
나는 계속하여 눈 앞에 사내에게 욕과 협박.. 온갖 저주를 퍼부었지만.. 이내 그는 역시 말보다는 주먹이라며 나를 야구방망이로 가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그를 향하던 나의 욕과 협박은 애원으로 바뀌었고.. 공포에 질린 채 나는 지하실 노트북으로 기어가 글을 작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지.. 평소에 구상 중이던 내용의 스토리가 떠올라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 편의 글이 작성이 된 후 그에게 보여주었다.
-“우와하하핫. 이거 대박이군. 역시 내가 사람을 잘 골랐어. 이걸 내 아이디로 게시판에 올리면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을 할까? 사람들 입에서 복날은간다가 수없이 오르내리겠지? 크하하하핫.”
사람들의 관심에 미친 광기의 싸이코.
'복날은간다'라는 아이디를 쓰는 그에게 내가 내린 정의였다.
그런 그가 방금 내가 작성한 글을 USB로 옮겨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하실을 나선 지 얼마나 되었을까...
다시 그가 지하실로 내려왔을 때는 이전보다 더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이었다.
-“아주 반응이 좋아. 크하하하! 사람들이 복날은간다 나를 얼마나 칭송하는지.. 댓글창이 난리가 났어. 베오베는 순식간이였지. 이게 바로 내가 평생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관심이라는거군. 크하하하핫.. 앞으로 100일 아니 오늘 벌써 한 번 했으니 99일인가? 그 동안 잘 부탁해. 100일이 지나면 무사히 널 돌려보내주는 걸 약속하지. 크하하핫.”
그렇게 악몽과도 같았던 첫날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때는 겨우 악몽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었다.
-“세세한 감정 묘사와 표현.. 거기다가 탄탄한 스토리.. 흠 잡을데 없는 이야기 전개.. 또 한 번 게시판이 난리 나겠어. 크하하”
첫 날이후 몇 번의 글을 더 작성하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정말 그의 말대로 글 100개를 작성하여 이곳을 벗어나겠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글을 작성하면 할 수록... 평소 생각해둔 소재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고.. 지하실에 갇혀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보니.. 어딘가에서 소재의 영감을 받을 만한 일도 없었다.
8개인가 글을 작성했을 때 쯤.... 그러니까 갇힌 지 8일째 되는 날...
-“흠.. 요즘 들어 왠지 예전만큼 반응이 뜨겁지 않아.. 물론 지속적으로 베오베를 가고 있지만.. 이러면 점점 불안해지는데... 이러다가 100일 이전에 니가 먼저 죽겠는데?”
그의 무심한 말 속에서 난 그가 나를 죽일 거라는 이야기가 진심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그리고 며칠간의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정말.. 미친 싸이코였으니까.......
이때 나는 어차피 글을 쓰다가 허무하게 죽느니 탈출시도라도 해보고 죽자는 쪽으로 마음의 결심이 섰다.
그자가 지하실을 비웠을 때, 나를 속박한 두꺼운 포승줄을 끊어보기 위해 도구를 찾아 헤맸지만 도저히 이 지하실에 그런 도구는 존재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지하실 문 뒤에 숨어 그가 다시 지하실로 내려 왔을 때 몸통박치기로 뒤에서 습격하는 것으로 탈출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가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고.. 그 자가 첫발을 내딛었을 때...
수십 수 백번이나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나의 회심의 일격....
그러나 몇 일간의 감금에 이미 기력이 쇠 해질대로 쇠해진 나라서였을까....
온 힘을 다해 나를 가둔 괴한과 부딪힌 내 시도는... 거구의 사내에게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액션영화 같은 거라도 많이 봐 둘걸 이라는 후회가 가장 먼저 들었다.
-“누누히 평소에도 내가 말하지 않았었나? 탈출은 소용없다고.. 그럼 약속대로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치러야지.”
그는.. 나를 향한 매서운 매질을 시작했다...
너무나도 아프고 괴롭고.. 억울했다... 가족과 친구들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고... 치킨도.. 탕수육도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물리적인 고통과 감정적인 아픔에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액체가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지하실에 온지 9일째 되는 날...
-“심.구.팔.칠.... 이번에는 겨우 제한시간 칠초를 남기고 간신히 베오베가 되었어.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슬슬.. 너도 불안 하겠어? 크하하.”
나는 그에게 전날 당신이 한 매질 때문에 팔이 부러져 제대로 글을 작성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고 힘 없이 항변 해 보았지만....
역시 내 예상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이야기가 그에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다.
-“이없으면 잇몸으로라도 글을 써야할 거 아니야! 아 그리고 그게 내 잘못인가? 탈출하려고 시도 하던 네 잘못이지! 너도 이제 정말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 슬슬 나도 도구를 준비해야겠어.”
이 말을 하며 그는 허리춤에서 칼을 꺼낸 뒤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공포에 질린 내 옆에서 쇳돌 위에다 안 그래도 날카롭게 보이는 칼을 더욱 더 예리하게 하기 위해 문대기 시작했다.
스윽 스윽 그의 칼 가는 소리로 온 몸을 난도질 당하면서.. 이때 머릿속에 한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갇힌 지 10일째 되는 날...
-“휴..나원참 .너도 이제 소재가 다 떨어진 건가? 네가 나한테 납치되어서 감금된 실제 이야기를 글로 쓰다니... 뭐 근데 내용 자체는 괜찮네. 어차피 누가 이글을 보고 이게 실제내용인지 상상이나 하겠어. 크하하.”
난 그에게 망설이면서 말했다....
-“중요한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근데 그것은 댓글로 게시되어야 독자에게 큰 임팩트로 다가옵니다. 그러니 댓글 하나만 추가로 입력을 하게 해주세요. 딱 하나만.. 부탁입니다.”
-“이제 막 나가기로 한 거냐? 내가 너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 댓글에 구조요청이라도 할 셈인가? 내가 그딴 이야기를 허락 할 것 같아?”
난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관심종자 주제에.. 글을 제대로 쓸 능력도 없어 납치밖에 할 줄 모르는 니가 뭘 알겠냐고 비아냥댔다.
-“시발.....하 그래.... 니가 바라는 대로 댓글을 달게 해주지. 하지만 내 심기를 거슬렸을때는 복날은간다 프로젝트고 뭐고... 네 놈 몸뚱아리가 조각 조각나서 하수구에 쳐 박히는 걸 네 눈 스스로 확인하게 될 거야.”
이제 겨우 기회가 주어졌다...
아직도 내게는 90일이상의 지옥같은 날이 남아 있고..
나는 계속 그에게 감금된 채 공포에 떨며 글을 쓰고 있다..
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좋으니....
내 댓글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힌트가 되어 이 글안에 남긴 내 메시지를 찾아 이 곳에서 나를 구해주길....간절하게 바라면서....
나는 오늘도 감금되어 글을 쓰고 있다.. 복날은간다라는 아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