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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어느 살인자의 고백
게시물ID : panic_885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없는닉넴
추천 : 29
조회수 : 271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6/14 11: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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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긴장한 표정으로 구형 캠코더와 마주 앉아있다.

캠코더의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작은 소리를 내면서 캠코더가 남자의 모습을 녹화테잎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잠시 심호흡을 내쉰 남자는 어렵사리 입술을 떼고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 잠시 뒤 제 스스로 목을 매고 자살을 할 것입니다.

그 전에 먼저 제가 그 동안 숨겨왔었던 이야기를 남기려고 합니다.

제게 왜 영상을 통해 이런 유언을 남기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전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이 영상은... 제 짧았던 인생의 기록이자... 어느 살인자의 고백..이라고 말입니다..

 

남자는 목이 말랐는지 남자 옆에 놓여있었던 물을 마셔 목을 축인 후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부터.. 10여년 전, 지방 촌동네에서 살던 저는 배우의 꿈을 가지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제가 무대에 설 기회와 자리는 매우 적었습니다.

저는 몇 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오디션을 보았고.. 매번 탈락을 반복하며 스스로 한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경험보다 훌륭한 연기는 없다!’

이러한 제 연기 철학이 생기기 시작할 때쯤, 이전에 봐 두었던 영화 오디션에서 2차 합격 소식이 들려옵니다.

제가 오디션 본 영화는 후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게 될 정도로 히트친 범죄 스릴러 영화가 됩니다.

그 영화의 3차 마지막 최종 오디션을 앞둔 저는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경험보다 훌륭한 연기는 없다라는 제 연기 철학을 곱씹으며 최종 오디션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제가 오디션을 보게 될 영화와 역할은... 바로 영화 추격자라는 영화에서.. 하정우가 맡은 살인자 역할이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 대로 살인을 하려고 계획까지 세워두었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매우 겁이 났습니다.

때문에 며칠 간을 고민하다가 결국 오디션 하루 전 날에야.. 어렵사리 한 여자를 제 자취방으로 납치 후 영화처럼 죽여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달리... 살인이라는 행위에 충격의 여파가 그대로 남아서인지 다음날 오디션장에서 저는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제게 두 번 다시 없을 오디션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제 자취방 화장실에 남아 있는 시체가 신경 쓰여 도저히 연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디션장에서 돌아 온 후... 많은 고민과 시간 끝에 그 시체를 토막 내어 경기도 인적 드문 한 야산에 유기해버렸습니다....

그 후에.. 당연하게도 오디션은 불합격되었고... 어쩌면 제가 했었을지도 모를 연기를 TV를 통해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언제 경찰이 집으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함과 살인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악몽으로인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제가 살해한 그녀는 그 때 이후로 제 꿈에.. 때로는 현실에 망령처럼 나타나 저를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저는 연기자의 꿈을 꾸는 대신 폐인처럼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이렇게 제 삶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제가 그녀를 살인하면서 썼던 범행 도구들은 신발장 안쪽에 숨겨두었습니다.

이젠 그녀를 만나러 가려고 합니다...

그녀를 만나기 전, 그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저도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는 쪽이 그녀에게 속죄하는 것이라고 제 본능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곧 그녀에게 속죄하기 위해 목을 매달 예정입니다.

지금도 제 맞은편에 그녀가 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천장위에 달린 올가미 줄을 보고 웃으면서 말이죠..

지금까지 제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 했었던 제 마지막 이야기를 이렇게 마치겠습니다......

 





남자는 녹화되던 캠코더를 정지 시키자 맞은 편에 있던 다른 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 연기 좋아! 잘했어! 못 본 사이에 연기가 많이 늘은 것 같아.”

 

하하 형도 참.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그런데 이거 정말 감독님한테 보여주면 저 다음 영화에 캐스팅 될 수 있을까요?”

 

걱정하지마. 형이 영화판에서 굴러 먹은게 몇 년이냐. 걱정하지 말고 형만 믿어.”

 

저한테 이런 기회도 주고 정말 고마워요 형. 근데..... 이거 대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제 이야기랑 비슷하단 말이죠. 제가 봤었던 영화 3차 오디션이며..폐인처럼 한 동안 방황했던거며... 평소 제가 생각하는 연기 철학하고, 서울로 올라온 배경까지... 살인했다는 부분하고 뒤에 자살하는 부분만 빼면 완전 제이야기라고 해도 되겠네요.”

 

야 임마! 그래서 딱 이 대본 보자마자 니가 생각 난거야. 그만큼 네 감정을 잘 살렸기 때문에 감독님도 보고 마음에 들어 하실거야.”

 

그럴까요? 하하 근데 왜 하필 제 자취방에서 촬영해서 가지고 오라고 한 건지... ? 근데 형 그거 뭐에요? 거긴 제 신발장인데 거기다 뭘 넣는 건가요... .. 근데 왜 이렇게 졸리지.. 형 그 끈은 뭐고.. 그걸 왜 천장에....... ... 눈이 왜 이렇게 감기는 거지... ! 혀엉.. ....”

 

형이라고 외치던 남자는 스르르 힘이 풀려 그대로 방바닥에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왜긴 왜야.. 아까 네가 마신 물에 수면제를 미리 풀어놨었지.. 예전에 나랑 내연관계에 있던 여자가 있었어. 그 여자가 내 마누라한테 관계를 폭로한다고 설치길래.. 죽일 수밖에 없었어. 여자를 죽이고 난 다음에 산에다가 묻는다고 잘 묻었는데.... 얼마 전 장마 때문인지 그 산에 유기한 여자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거야.... 암튼 뭐.. 이렇게 돼서 미안하게 되었다. 지금 이 현장에 출동할 경찰들도 캠코더에 남은 네 영상을 보고 다른 의심하지 않을만큼 네 마지막 연기는 정말 좋았어그럼 죽은 그녀에게도 안부 전해주길 바래. 후후후

그렇게 말을 마친 남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장에 올가미모양으로 된 줄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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