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나홀로 한 특급호텔에 3박 했다가 여러가지 의미로 멘붕했습니다.
여자친구와 뜨거운 시간을 불태우러 간건 아니고
느긋하게 담배 뻑뻑 피면서 고오급시계 주구장창 하려고요(...)
아무튼 이번엔 어느 호텔에 가볼까 둘러보다 모 특급호텔의 모 예약상품이 굉장히 저렴하더라구요.
다만 선불이고 환불불가 상품인게 좀 걸리긴 했지만 특급호텔인데 뭐 설마 모텔보다 별로겠어
하는 마음에 예약하고 결제했습니다.
예약날이 되고 호텔에 가서 키를 받고 객실에 들어섰는데 일단 조명이 많이 어둡더라구요.
게다가 죄다 주황색 조명이라 이건 대체 뭔 컨셉이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벽지는 군데군데 울어있고 헤어드라이기 같은 비품 하나하나에도 낡고 찌든때가 박혀 있는데다가
암막커튼 사이사이로 햇빛 들어오고 성냥은 불 붙이기 무서울 정도로 불똥 튀는 싸구려고 재떨이도 작고
냉장고는 캔맥주 5개 넣기도 비좁고 객실내 비치된 컵은 손잡이도 없고 세면대에 있는 컵에는 얼룩이 잔뜩,
결정적으로 화장실 곳곳에 무려 곰팡이까지(...)
역시 싼건 다 이유가 있구나 하고 한숨 푹 쉬고 가져온 랩탑을 세팅한 후 고오급시계를 실행,
에어컨을 켰는데 머리 위치로 에어컨 바람이 직격.
고오급시계 좀 오래 플레이 하다보니 머리 아프길래 끄려고 했는데......
안 꺼짐.
프런트에 물어보니 중앙통제식이라 On/off 하는걸로는 끌수 없고 온도를 최고로 높이랍디다.
이쯤되면 내가 특급호텔에 온건지 유스호스텔에 온건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투덜대며 다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왈칵 열리면서 룸 클리닝 하시는 분이 들어옴.
물론 바로 죄송하다 사과하고 나가긴 했지만 이런 황당한 경험은 살다살다 처음이네요.
클레임 걸려다가 큐 잡혀서 포기.
다음날 밥 먹으러 외출하면서 다른 방들도 이렇게 개판인가 기웃거렸는데 거기서 거기.
다시 한 번 싼건 다 이유가 있구나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