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하게 적고자 반말체가 되었습니다. 글의 머리에 읽으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
대격변부터 와우를 즐겨했던 와우저로,
최근에 개봉된 영화가 무척 기대되던 와중에
스토리가 너무 엉망이다, 혹은 마법의 연출이 우뢰매급이다 등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관람하는 것이 굉장히 망설여졌다.
하지만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내어
지난 주말에 심야로 와이프와 아기가 잠든 틈을 타 영화관으로 출동,
영화가 아무리 개판이더라도 와우저로써 꼭 한 번 봐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영화를 봤다.
그리고 그 감상을 다음과 같이 적고자 한다.
1. 인물
사실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를 볼 때면 늘 걱정되는 것이
과연 원작의 그 분위기나 개연성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점이다.
이 장소/인물은 어떤 역사를 지녔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국 이러한 캐릭터로 완성되었는가.
또 그 장소/인물의 마지막이 과연 납득이 되는가 하는 점이 신경쓰였고
여지껏 봐왔던 몇몇 영화들 중에는 그런 점이 소화가 안 되어 실망스러웠던 경험이 있었다.
[워크래프트]도 그러했다.
이 작품의 시작은 단순했으나, 점차 속편이 나오며 이야기가 방대해졌고
심지어 게임과 소설 사이에도 설정의 오류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 걱정됐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나름 납득이 가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우리의 그린 지져스, "고엘"이 부모가 갈색 피부인데 왜 초록 피부를 지니게 되었는지,
"가로나"가 왜 배신자의 이미지를 지니게 되었는지,
"듀로탄"과 "드라카"가 왜 "고엘"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지 등등
처음 이 작품세계를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인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는
제반을 마련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런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더욱 이해도를 높일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기에는 상영시간이 너무 짧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2. 배경
영화의 초반부, 중반부까지 장소의 변경이 매우 짧은 텀을 두고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는 철저히 "이미 워크래프트를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장치였지 않나 생각된다.
처음 워크래프트를 보는 사람은 "스톰윈드"가 어떤 장소인지,
"아이언포지"가 어느 종족의 수도인지,
오크와 드레나이가 지내던 예전 드레노어(혹은 아웃랜드)가 왜 파괴되었는지 전혀 모른다.
그리고 그들이 사전지식을 습득해둘 필요성은 전무하다.
그냥 장소는 휙휙 바뀔 뿐이고, 아는 사람은 '아, 내가 알던 곳을 저렇게나마 표현했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게끔 만들어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평가자분들은 "카라잔"이 너무 밝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펼치셨는데,
공감이 되면서도 굳이 음습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길보다
가디언 "메디브"가 머물고 있는 장소를 끝없는 계단과 수많은 책장으로 표현한 것이
조금 더 대중적인 방법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씨지를 통해 구현된 끝없는 숲과 음습한 계곡, 황량한 드레노어(아웃랜드)의 모습들이
[와우]가 품었던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내가 모험가의 모습으로 노닐었던 때가 생각나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3. 마법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는 없는 요소, 그리고 현실세계에서조차 몇몇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
바로 마법이다.
내가 [워크래프트]나 [와우]에서 느낀 마법은 "흔하다"는 것과 생각보다 이펙트가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마법단추 클릭, 혹은 숫자키 연타로 만들어내는 마법들은 그냥 데미지 딜링 혹은 광역 몹 녹이기 작업이었다.
나에게 마법이란 그저 내 흔한 능력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보며 안광이 빛나고 손에서 형형색색의 마법효과들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마법이라는 게 사실은 저런 효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충분히 공을 들인 화려한 이펙트를 선보이는 멋있는 모습이라 생각됐다.
그 모습들은 결코 삼류영화나 B급 작품들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름 괜찮았다. 나름.
4. 총평
훌륭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가 누군가의 심금을 울리고 감동(그것이 억지감동이라 하더라도)을 지어내게 하는
그런 영화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속편 1개 정도는 기대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도 분명히 그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와우저, 혹은 워크래프트 팬들은 알고 있다.
"고엘"이 어떻게 "쓰랄"이 되는지, "안두인"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는지,
극중 꼬마아이로 등장한 "바리안"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그 뒤에 등장하게 되는 인물들이 어떻게 등장하고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그 이야기들의 기승전결을 완벽하게는 아닐지언정 단편적으로나마 알고 있다.
나는 기대가 된다.
모니터 안에서 구현되었던,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을 받던 컨텐츠 "게임"에 속하던 창작물이
누구에게나 인정 받는 컨텐츠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소개되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좋은 스토리네, 좋은 영화네 하고 인정받게 되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 기대가 된다.
그리고 영화 [워크래프트]는 그 제목에 나온 것처럼 -전쟁의 서막-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이 이후의 영화가 얼마나 잘 될지, 아니면 완전히 말아먹을지 나는 모른다.
그래도 최소한 이 영화가 다음 편을 제작하고 영화관에 상영될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퀄리티는 갖추지 않았나 생각된다.
부디 이 영화가 앞으로 태어나게 될 대작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며
7~8점/10점을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