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게임 속 등장인물인 '오 박사'를 패러디해 '이 박사'가 된 이병선 속초시장.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도 전, 속초에 방문객이 급증했다. 그들이 진짜로 찾아간 곳은 대한민국의 ‘속초’가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고향인 ‘태초마을’이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실세계에서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이는 기술) 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GO’가 기술적인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속초 인근 지역만 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속초는 ‘포켓몬 태초마을’이 됐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태초마을 촌장’을 자임하며 포켓몬GO 열풍에 발 빠르게 동참했다. 속초시청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신속한 대응과 기발한 기획으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지만, 속초는 노가 아니라 모터를 달았다’는 네티즌들의 평가가 나올 정도다.
 

‘촌장’이 된 이 시장은 “참모들의 기획에 즉답을 주고 따른 것이 기회가 됐다”면서 “속초에 연이어 좋은 일이 생겼다. ‘피카츄’가 행운의 동물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TONG 청소년기자들과 이 시장의 일문일답.

 

- 포켓몬GO로 속초가 굉장히 화제가 됐다. 시장으로서 기분이 어떤가.
“당연히 너무 좋다. 국내에서 ‘핫’한 도시가 된 건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관심을 많이 보인다. 미국·일본 언론에서 보도가 됐고, 아랍계 알자지라 방송에도 나갔다. 물론 게임 자체가 세계적인 이슈라서 그렇기는 하지만 이 기회로 우리 속초 지명이 대한민국 전국으로, 또 세계로 알려지고 있다. 매우 고맙고 감사하다.”
 

- 다른 지자체장들도 부러워할 것 같다.
“부러워하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실 포켓몬이 속초에서만 잡히는 건 아니다. 인근에 양양, 고성 등에서도 잡히고 이제는 울산에서도 된다고 하더라. (위치에 따른 운도 있지만) 그 사이에 속초를 ‘태초마을’로 알렸기 때문에 상징적인 지역이 된 거다.”
 

- 실제로 포켓몬GO 게임을 즐기는지.
“해 보긴 했는데, 잡은 건 20마리가 채 안 될 거다. 여기 시장실에서 ‘알통몬’도 잡았다.”

 

 

- 속초시청에서 잘 잡힌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로 포켓몬을 잡으러 관광객들이 시청으로 많이 온다. 시청 주차장을 주말에 무료로 개방하니 이곳에 주차를 하고 시청에서부터 게임을 시작하더라.”
 

- 포켓몬의 ‘이 박사’ 코스프레를 하고 엑스포공원에 가서 게임 유저들을 만나는 장면이 SNS에 많이 퍼졌다. 그런 기획은 어떻게 했나.
“우리 참모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나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즉답을 줬고. 결정을 하고 유튜브나 SNS에 올리면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오고 퍼져 나가는데, 굉장히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옛날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10년이 아니라 1분 1초 사이에 세상이 변하는 시대다.”
 

- 속초시청의 이슈 대응도 빠르고 유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속초에서 게임이 가능해진 게 지난 12일이었다. 그 바로 전날인 11일에 서울-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착공 발표가 있었는데, 그 사업이 강원도민들의 염원이었던 만큼 굉장히 바쁜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참모들이 게임 이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언론에도 신속하게 대응해줬다. 빠른 판단과 빠른 기획이 타 시군에서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점이 됐다.”

 

속초시는 발빠르게 게임 이슈에 대응해 시내 곳곳에 안전사고 주의 현수막 등을 걸었다. [사진=양리혜 기자]

- 포켓몬GO 대응팀은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가 만든 건 ‘포켓몬GO 지원 전략 사령부’다. 보통 행정조직에서 만들면 ‘○○상황대책반’이라는 식으로 만드는데 그건 너무 딱딱하지 않나. 포켓몬GO는 게임이니까 청소년들이 듣기에도 게임 느낌이 나고 빨리 움직인다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그 조직으로 충전기 보급, 와이파이존 확대, ‘포켓몬 11성지’ 지도 제작 등을 한다. 지원 전략 사령부는 시청에도 있고 엑스포공원과 속초해수욕장에도 있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포켓몬코리아의 저작권 주장으로 속초시에서 '포켓몬' 캐릭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당장 다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은 아니며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정 목표 '소통'과도 통해… 관광 환경 개선에 더욱 노력하겠다."
 

- 목표로 한 시정 방향과 이번 게임 이슈가 관련이 있나.
“민선 6기 시정 목표로 ‘원칙과 소통’을 내걸었는데, 이 게임을 하나의 큰 소통의 도구로 보고 있다. 게임 하나로 세대를 넘어서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리게 됐다. 과거 20년 전에 포켓몬스터라는 만화를 보던 사람들이 이제 30대로 자라서 그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있다. 옛날 향수도 느끼면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거다. 이런 면에서 시정 목표로 정한 ‘소통’이라는 철학과 통한다.”
 

- 일부 게임 유저들은 비싼 숙박비나 일부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 등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잦은 점검과 회의로 대책을 세우고 상인들을 상대로 홍보도 하고 있는데 행정으로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시민단체와 함께 바가지 요금 근절 대책도 논의하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다행히도 예년보다는 민원이 적게 들어오고,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들도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다는 반응이 많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개선 노력을 하겠다.”
 

- 휴가철을 앞두고 갑자기 게임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면 시민들이 불편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불편한 게 없을 수는 없다. 몬스터가 많이 나오는 지역에는 주차 문제나 교통 문제가 있다. 엑스포공원의 경우는 시민들이 저녁에 쉬며 산책하는 곳인데 많은 분들이 모이다 보니 불편하게 느끼는 시민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 도시의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민 편의가 무시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 개선하고자 노력하겠지만 시민들이 조금씩 서로 감수하고 양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게임 속 캐릭터가 된 이병선 속초시장의 명함.

- 속초를 찾는 포켓몬GO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본격 휴가철이 시작돼 더 많은 관광객들과 게이머들이 오실 것 같다. 산과 바다, 호수, 온천 등이 있는 속초는 어느 지역보다도 많이 알려진 관광지다. 또 다양한 먹거리도 있다. 게임을 즐기러 오시는 것도 매우 환영하지만, 기왕 오신 거 속초의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도 즐겨 주시면 좋겠다. 게임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이 있으니까 게임과 관광을 병행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나에게 포켓몬'이란.
“속초에 찾아온 행운. 국가에 좋은 일이 있을 때 상서로운 동물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11일 동서고속화철도 발표가 나면서 12일에 피카츄가 나타났다. 둘 다 속초시로서는 큰 선물이다. 그런 행운의 동물이니, 앞으로도 피카츄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by 김혜정·오수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장님 명함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