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대통령은 외롭다. 지근거리에는 용산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 아부꾼들뿐이다.
그래서인지 밤에 ‘술친구’를 관저로 부른다는 소문이 돈다.
윤석열은 박수부대를 배치해둔 행사장만 다닌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곳은 가지 않는다.
야당 의원들이 야유한다고 해서 국회까지 외면했다.
예산안 시정연설을 총리가 대신하게 했다.
똑같은 이유로 신문 방송 뉴스도 직접 보지 않고 대충 보고만 받는 듯하다.
내놓고 편들어주는 데가 KBS 하나뿐이니 그럴 만도 하다.
신문도 <한국경제>와 <매일신문> 빼고는
무조건 대통령을 옹호하는 데가 없는 것 같다.
<조선> <중앙> <동아>조차 내놓고 대통령을 ‘디스’한다.
친윤 유튜브 채널은 위로가 되지만 영향력이 없다.
<신의한수> <고성국TV> <배승희변호사> 등 대표적인 친윤 유튜브 방송은
최근 한동훈을 비난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구독자는 백만 명이 넘지만 생방송 실시간 구독자와 영상 조회 수는 빈약하다.
지난 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17퍼센트까지 내려갔다.
민주당 지지층은 원래 부정적이라고 하자.
문제는 중도층 또는 무당층인데,
여기서도 긍정 평가는 10퍼센트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국힘당 지지층조차 절반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을 표시했다.
여기서 더 내려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논객다운 논객’이 필요하다.
유능한 논객들이 나서야 유리한 정보와 설득력 있는 논리로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논객이 보이지 않는다.
친윤 유튜버들은 여전히 활발하지만 목적이 무엇인지 미심쩍다.
새로운 지지자를 확보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의 지지층을 선동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몰두하는 것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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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의 ‘조국 전쟁’을 이끌었던 보수 논객이 숱하게 많지 않은가.
제일 유명한 그룹이 진중권을 포함한 ‘조국흑서 5인방’이다.
한때 언론의 총아였던 그들이 왜 몸을 사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조국흑서 5인방’의 뒤를 이어
보수의 구세주로 활약했던 스타 논객이 또 있다.
2020년 여름 혜성처럼 등장해 2022년 대선 때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홀연히 사라진 조은산이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기에 보이지 않는가?
조은산은 본명이 아니라 활동명일 것이다.
그는 2020년 8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긴 제목의 글을 올렸다.
언론이 ‘시무7조’라는 줄임말로 널리 알린 그 청원은
고려 초기 최승로가 성종에게 긴급한 현안과제를 이야기한
‘시무28조(時務二十八條)’를 오마주 또는 패러디한 것으로 추정한다.
일주일이 지난 8월 19일 <일요신문>이 첫 보도를 냈고,
<쿠키뉴스>는 청와대가 그 청원을 비공개 처리한 것을
게시판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8월 26일 <문화일보>와 <조선일보> 등이
‘문정부의 뼈를 때린 상소문’을 숨겼다고 청와대를 때렸다.
청와대는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들어 있었던
그 청원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의한 뒤 8월 27일 공개했다.
언론은 ‘시무7조’와 조은산에 대한 보도를 하루 수백 건씩 쏟아냈다.
출근하는 대통령실 수석과 장관을 붙들고
‘시무7조’를 읽어봤는지 물었다.
반응하면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또 정부를 ‘까는’ 기사를 썼다.
‘조은산’과 ‘시무7조’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청원은 게시판에서 44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고
규정에 따라 청와대 실무자가 답변했다.
언론이 하나마나 답변이라고 비난했다.
청원이 그런 답변밖에 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는 사실은
완전히 무시했다.
(중략)
조은산에게 묻는다.
왜 윤석열의 위기를 방관하고 있는가?
그토록 조은산을 띄웠던 언론은 왜 그를 불러내지 않는가.
윤석열 정권은
조은산 같은 저질 이념 선동가와
기득권 언론과 국힘당이 손잡고 만든
흉물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윤석열은 조은산이 ‘시무7조’에서 시킨 그대로 해왔다.
결과가 어떤가?
경제는 엉망이고 민생은 파탄이다.
경제성장률부터 무역수지, 기업투자를 포함한 국내수요,
재정수지, 환율, 물가, 주가지수, 실질소득과 분배지표까지
윤석열 취임 전보다 나아진 경제지표가 한 개도 없다.
윤석열은 국익과 민생을 돌보지 않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 아무 한 일 없이 임기 절반을 보냈다.
검찰과 여당을 사유화했다.
공무원의 기본인 출퇴근 시간 준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통령 노릇은 하지 않고 임금님 놀이만 했다.
윤석열 정권이 조속히 철거해야 마땅한
흉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조은산은 ‘잠시 동안’ 누렸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공론의 광장으로 나와 논객으로서
정권을 수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흉물이라고 생각한다면
2020년 8월 ‘시무7조’를 쓴 때와 같은 자세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해야 마땅하다.
자신의 입에 확성기를 대주었던 언론과 함께
윤석열 정권이라는
흉물을 철거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흉물은 만든 사람이 치우는 게 상식 아닌가.
대통령실 청원게시판이 있으면
‘우리 시대의 문장가 조은산 님을 찾아주세요’라는
청원을 등록하고 싶다.
하지만 윤석열이 청원게시판을 없애버려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언론에 공개 청원을 한다.
글을 마무리하는데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혹시 조은산이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데
내가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닐까?
만약 그런 사실이 확인된다면 나는 이 칼럼을 삭제해 달라고
<시민언론 민들레>에 요청할 생각이다.
윤석열 정권의 심장부에서 몸 바쳐 일하는 사람더러
직무를 유기한다고 비판해서야 되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조은산 님이
그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주기를 요청한다.
(끝)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https://www.mindle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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