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게로 갈까 동게로 갈까 고민하다가 뭐 그닥 공포같진 않아사 동게에 씁니다.
배스낚시 중 발견된 '안동댐 아나콘다'… 거대 뱀 '충격'
여기에 제가 댓글을 남겼는데 몇몇 분들이 의심을...
시간 나면 글 한 번 써야겠다 싶었는데 어느 분이 썰좀 풀어달래서 필받아서 썼습니다.
글 실력도 없는 제가 후딱 쓰고 나서 정리하는 데만 한 30분 넘게 걸린듯합니다.
잘 읽힐지는...
이 이야기는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어본 몇 안되는 충격적인 일화 중 하나입니다.
시작~
한강 옆 시골 높지 않은 산 밑에 살던 우리 집은 손바닥만 한 지네부터 살모사 구렁이 등
야생동물의 출현이 비일비재했다.
초가집을 보수해서 슬레이트 지붕을 올린 우리 집 천장에선 밤마다 쥐들의 아우성이 이어졌다.
백반부터 쥐덫 담배제 등을 집 주위에 뿌려도 해마다 저놈들의 습격은 끊이질 않았다.
그런 연유로 우리 집엔 개와 고양이를 몇 마리 키웠다.
같은 날 태어난 도사견 새끼와 고양이 새끼가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며칠 후 약 먹은 쥐를 먹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로 새끼 고양이들은 도사견 어미의 젖을 도사견 새끼들과 나눠 먹었다.
어느 정도 자라자 강아지들과 새끼 고양이들은 이웃집들로 모두 보내졌다.
그중에서 나를 유난히도 잘 따랐던 강아지와 고양이 한 마리만 빼고...
그 두 마리는 나와 잠도 함께 잤고 밥도 같이 먹고
날이 더운 날엔 수돗가에서 같이 목욕도 했다.
특히 고양이는 아침마다 내 베개 주위로 지네, 쥐, 개구리, 새, 뱀 등을 물어다 놨다.
처음엔 학을 뗐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고양이 녀석은 자랑이라도 하듯 내 앞에서 잡은 쥐의 머리부터 오도독오도독 씹어먹곤 했다.
이 녀석들이 어느 정도 자라자 둘이 싸움도 하곤 했는데
웃기는 건 그 큰 도사견이 고양이에게 꼼짝도 못 했다.
태어나서부터 같이 자라서 그런가 개가 고양이 인지 고양이가 개인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개가 한입 깨물면 고양이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데...
그런데 고양이가 좀 크고 야무지긴 했다.
어느 날 교회 마당에서 하악질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족제비와 한바탕 싸움이 붙었다.
우리 집고양이가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고 달려가서 족제비를 쫓아내려 했는데...
고양이는 나를 보더니 더욱 사납게 족제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싸움의 승패가 갈리는듯했다.
족제비의 목을 문 고양이는 족제비가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족제비는 가끔 바둥바둥 거릴 뿐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저 굉이 새끼는 지가 개 인줄 안다고 웃으셨다.
축 처진 족제비를 잡아든 아버지는 능숙하게 가죽을 벗겨서 말리셨다.
싸움에서 승리 후 내 앞에서 의기양양 해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저 자식 고양이 맞아? 진짜 자기가 도사견인 줄 아나 본데?"
주말이나 방학 때면 산꼭대기에 올라가 목청을 틔우려 악을 써가며 2시간씩 노래연습을 했다.
산꼭대기에는 Y자로 갈라진 바위가 하나 있었다.
고1 때였다. 그놈을 처음 만난 게...
보기에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먹구렁이가 그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다가 내가 나타나면
바위 틈 사이로 숨어 버렸다.
80년대 중반 시골 사람들의 뱀에 대한 인식은 그저 보이는 대로 잡아 죽이거나
구워 먹거나 술을 담가먹는 용도였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당시 뱀을 잡아서 구워 먹거나 탕을 끓여 먹는 일은 흔히 있었던 일이다.
고3이 되도록 그놈을 잡으려던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고3 여름방학 때 요즘 기력이 딸린다는 매형의 말에 산꼭대기 구렁이 얘기를 꺼냈다.
올가미와 집게, 비료포대를 들고 매형과 둘이서 산에 올랐다.
바위 위에 보이지 않는 걸 보니 틈새에 있으리라...
살금 살금 다가가 틈새를 보니 뱀의 몸뚱어리가 두 개나 보였다.
하나는 못 보던 작은 구렁이였다. 둘이서 교미를 하고 있었다.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던 놈들을 나는 가만두지 않았다.
작대기를 바위틈 사이로 쑤시자 작은 놈이 대가리를 틈 밖으로 내밀었다.
이때 매형이 올가미로 낚아채서 끌어냈다.
그러나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 후에 끄집어 내는데 성공...
그놈의 아랫배엔 아직도 시뻘건 수컷의 생식기가 나와 있었다.
작은 놈을 비료포대에 담고 나머지 큰놈을 끌어내려 했다.
바위 틈 사이로 그놈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OMG...
똬리를 풀며 바위 틈 사이로 지나가는 그놈의 몸통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계속해서 움직였다.
이렇게 큰 뱀을 내 생전 본 적이 있었던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작대기를 쑤셔도 이놈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형은 불을 지피자고 했다.
Y자로 갈라진 바위틈 밑으론 어린아이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주변 나뭇잎을 모아 그 밑으로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나는 위에서 작대기로 그 녀석의 몸을 찌르고 매형은 밑에서 불을 지폈다.
한참이 지나도 뱀은 기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매형이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졌다.
아뿔싸 물렸나 보다...
나는 밑으로 내려가 매형을 살폈다.
물린 게 아니고 그놈과 눈이 마주쳐서 그렇게 놀란 것이다.
나는 바위틈으로 시선을 돌렸다.
악몽에서나 봤을법한 크기의 뱀 대가리가 긴 혀를 날름거리며
두 눈으로 나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나 역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 정신을 차린 나는 이 녀석을 처리하지 못하면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놈은 한참 나를 노려보더니 고개를 돌려 다시 바위 틈 사이로 기어들어갔다.
잠시 후 바닥으로 무언가 떨어지는 무게감 있는 소리가 들렸다.
"철퍼덕..."
그놈이 바닥으로 떨어진듯 했다.
이제 밖으로 기어 나오겠지...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그 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불이 모두 꺼질 때까지 기다려도 나오질 않았다.
잔불을 정리하고 어쩔 수 없이 작은 놈만 가지고 내려와야 했다.
수놈의 생식기는 잘려 소주 한 잔과 함께 매형의 입으로 들어갔다.
동트기 전 새벽...
대문 입구 집 마당에서 고양이의 하악질이 들렸다.
잠결에 깨어난 나는 지네나 산짐승이 집으로 들어오다가 또 고양이게 들켰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은 하악질이 더 크고 거샜다.
난 팬티 바람으로 빗자루를 들고 밖으로 향했다.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고양이는 온몸을 던지며 엄청나게 큰 뱀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내가 어찌하지 못할 정도의 큰 뱀이었다.
족히 2~3미터는 돼 보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긴 하지만 어슴푸레 보기에도 분명히 먹구렁이다.
그 모습을 본 내 몸은 이상하게 굳어졌다.
전날 뱀을 잡으려 행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이게 말로만 듣던 구렁이의 복수인가..."
나는 빗자루를 손에 쥔 채 소리만 질러댔다.
내가 질러대는 소리는 고양이에겐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
뱀과 고양이는 이리저리 엉키기 시작했고 고양이는 뱀을 몸에 매단 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난 포효하듯 아버지를 불렀고 손에든 빗자루를 엉켜있는 두 놈에게 내던졌다.
그때였다 아버지가 내 눈에 들어온 게...
아버지는 맨손으로 그 큰 뱀을 움켜잡고 고양이에게서 떼어내고 계셨다.
떼어낸 뱀을 던져버린 아버지는 고양이를 안은 채 농기구가 있는 창고로 달려가셨다.
고양이를 창고에 가두고는 괭이를 들고 나오셨다.
그러나 그놈은 이미 어디로 사라진 후였다.
아버지와 난 여기저기 뱀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창고로 가서 고양이를 끓어안고 여기저기 살피셨다.
다리를 몇 군데 물렸다 하셨다.
그길로 아버지는 산에 올라가서 약초를 캐와서는 고양이 다리에 발라주셨다.
아버지는 앞으론 뱀을 잡지 말라 하셨고 나도 그 이후로는 뱀은 잡지 않는다.
이때까지 많은 뱀을 잡았던 우리 집은 뱀을 잡고 나면 꼭 안 좋은 일이 생기곤 했다.
내가 크게 다친다거나 큰형이 교통사고가 난다거나...
내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다쳤던 것도 아마 이런 일 때문이었을까...
아무튼 이 자리를 빌려 먹구렁이 내외에게 사죄한다.
정말 미안하다. 부디 나를 용서해다오.
무지에서 비롯된 저의 행동도 반성합니다.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됐냐고요?
88올림픽이 시작되던 해에 지 어미와 같은 길을 갔습니다.
정말 제가 사랑하던 냥이였는데...ㅜㅜ
고마워~ 나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