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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행복했어요.
게시물ID : wedlock_39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모닉333
추천 : 10
조회수 : 62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8/17 02:00:54


저는 딩크족?이라 할 수 있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구요
신랑은 아이는 가지고 싶지만 
얼마나 힘든지 현실적으로 잘 알고 있어서
급하게 가지자고 하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이에 대해 생각이 없는 것은

1. 아이 낳으려고 결혼한게 아니라 신랑과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했기 때문에
2. 친정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를 아이에게 되물림할까
    걱정되기 때문에
3. 2번으로 인한 불안증세가 좀 심해져서 상담이 필요한 상황. 
    내가 나도 감당 못하는데 아이를 낳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4. 신랑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잘 버틸지도 의문일만큼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괴로웠기에
    굳이 이런 고통을 안기면서까지 
    태어나게 해야하나 생각되기 때문에 

저렇게 써두니 심각한 불안증세가 있는 사람같지만
어디가서 칭찬 들으면서 잘 살아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겉과 속의 사람이 있는데
제 내면 깊숙하게는 불안의 바다가 넘실거린 거죠..

그 파도를 잠재워주고 받아들일 용기의 근원이 되어준 것이
신랑이에요. 

그래서 신랑을 믿고 아이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마는 그래도 여전히 무섭습니다..
바다가 잠잠해지긴 했지만 제가 온전히 받아들이고
컨트롤 하지 못하기 때문에요.
 
어느 날 신랑에게 진지하게 얘기했어요.
나는 이러이러해서 아이를 낳는 것에 회의감이 들고
무서우며 걱정된다. 또 우리가 함께 있어서 충분히 행복한데
굳이 아이를 낳을 필요를 못느낀다.

그럼에도 내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것은 오빠가 있기 때문이다. 
오빠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이니 나를 많이 도와달라. 
아이가 생기면 오빠도 많이 힘들겠지만 직접적인 고통은
내가 가장 많이 부담하니 꼭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줘야 한다.
특히 나는 위에 1,2,3,4를 가지고 있어 감정이 격해질 것 같으니
이해을 부탁한다. 등등
 
이라고 했더니 다정하게 안아주면서 당연한 말이라고
걱정 말라고 토닥여 줬어요.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래서 무섭고 두렵고 솔직히 제 인생에 아이를 출현시키기
싫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얼마나 사랑하게 될지 알기 때문에)

일단 생명을 탄생시키기로 했으니

저질체력을 보완하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비타민, 오메가, 유산균, 등등도 열심히 챙겨먹고
아기 공부도 하고 나름대로 부모가 되려는 책임을 지려고
몇달을 애쓰고 있었어요. 올해 9월에 가족계획이 있었거든요.  

근데 오늘 신랑 생일이라 밖에서 외식하는데
신나게 와구와구 하는 저를 물끄러미 웃으면서 보더니
아기는 내년에 갖자고 하더라구요.

나야 좋지요^^ 근데 왜요? 라고 물으니

 "지금 이대로가 좋아서 " 라고 하네요.

아무래도 한달 앞으로 다가오니 
현실적인 느낌이 엄습해왔나봐요
저도 그렇지만 신랑도 현실적인 사람이라
어떤 일을 앞두면 그로 인한 장단을 좀 냉정하게 보고
결정하는 편이거든요.

양가에 조카들도 많아서 육아를 간접적이나마 목격해서
더 현실적인 면이 보일 수도 있지만요.
 
지금 이대로가 좋아서..

별 뜻 아닌 말일 수도 있지만 제게는 그 말이
"지금 우리 둘이 함께 살아가는게 참 행복해서" 
라고 들렸어요. 제가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참 행복했어요.

이 순간들을 행복하게 함께 의지하면서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저도 건강하고 행복한 엄마가 될 수 있겠죠^^ 

내가 애쓰고 고민하는거 다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신랑이 있으니
참 다행이에요. 또 그런 신랑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제가 저라서 참 다행이에요.

신랑을 만난 건 제 인생에 가장 큰 복이에요.

  
다른 모든 분들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인연 만나 함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미 만나신 분들은 부디 건강히 백년해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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