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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특집 심리학썰)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하다고?
게시물ID : sports_990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덕분애비
추천 : 6
조회수 : 6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8/17 08:51:58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올림픽입니다. 최고의 선수들의 최고의 퍼포먼스, 그리고 그들이 발산하는 희.노.애.락의 극치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인 올림픽. 오늘은 이와 관련된 몇가지 재밌는 심리학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그럼 한 번 살펴볼까요?

 

  1. 인간의 감정 표현은 보편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특수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올림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아닙니다. 올림픽은 국적, 인종, 종교, 문화를 초월해 전세계인들이 모이는 흔치않은 시공간의 무대이며, 따라서 '심리학자'들은 이 기회를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 중에 한 명인 David Matsumoto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보편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승리 혹은 패배한 운동선수들의 얼굴표정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샌프란치스코 주립대학 소속 심리학자이자 전직 올림픽 유도 코치...

David Matsumoto 

샌프란치스코 주립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전직 올림픽 유도 코치임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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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심리과학 저널the journal of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경쟁한 35개 국의 84명 유도선수들의 얼굴 표정을 살펴본 결과, 얼굴 표정이 보편적이면서도 문화적으로 특수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유도 선수들의 얼굴 표정이 승부의 결과를 알고 난 뒤의 수 분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1초에 8프레임의 속도로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 연구자들은 선수들이 국적과 문화와 관계없이 이기거나 졌을 때, 기쁨, 좌절, 놀람 등의 감정을 '일관되게' 표현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흥분이 가라앉고 무수한 카메라들이 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고 나면, 선수들이 속해있는 문화나 그들이 받은 훈육에 따라 얼굴 표정을 싹 바꾼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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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들이 TV로 보고 있갔군 기래, 표정 관리좀 해야즤'

 

  미국처럼 개인주의적 태도가 강한 국가 또는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에 속한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농촌 중심의 보다 집단적인 문화권에 속한 선수들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예를 들어 좌절의 감정을 얼른 예의바른 미소로 대체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승리 혹은 패배의 순간 인간들이 짓는 표정은 다 똑같다. 그렇지만 표정관리하는 방식은 문화권마다 다를 수 있다. 

 

  2. 승리의 표현 공식 "확장, 공격성, 주목" 

  Matsumoto가 수행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일반 선수들과 맹인 선수들의 승리 혹은 패배시 최초로 드러내는 감정이 비교되었습니다. 결과는 다들 짐작하실 겁니다. 일반 선수나 맹인 선수나 정확히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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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 맹인, 우측이 일반 선수입니다. 승리 후 표정이나 포즈가 똑같죠?

 

  놀랍지 않나요? 맹인 선수들 대부분이 날 때부터 혹은 어린시절 이미 시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즉 주어진 상황에서의 특정한 감정 표현법을 보고 배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반인과 동일한 "승리의 표현"을 드러냈습니다. 승리의 표현이 뭐냐구요? 바로 "확장expansion, 공격성aggression, 그리고 주목attention"입니다.

 

대용량 이미지입니다.
확인하시려면 클릭하세요.
크기 : 3.30 MB

확장 : 박상영 (펜싱 에페 금메달)

주목 : 우사인 볼트 (남자 100m 금메달)

공격성 : 르브론 제임스 (NBA 파이널에서 스테판 커리를 블락한 후 노려보는 모습)

??? : 브래들리 위긴스 (트랙 사이클 금메달)

 

 

  먼저 확장은 자세를 쭉 펴고 팔을 들어 올리는 식으로 몸을 확장시키는 동작으로 나타나고, 공격성은 경쟁자를 사납게 쳐다보는 식으로, 그리고 주목은 관객들을 바라보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Matsumoto는 이러한 승리의 표현행동들이 일반 선수와 맹인 선수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심지어 동물들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런 행동이 집단 내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계를 세우려는 목적을 띤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며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승리의 표현에도 공식이 있고, 이 공식은 올림픽처럼 승패가 매경기 갈리는 곳에서 더욱 극명하게 관찰될 수 있는 것입니다. 

 

  3. 은메달이 동메달보다 불행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심리학자 Victoria Medvec, Scott Madey와 Thomas Gilovich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이 동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보다 불행해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이 "고통"의 1점에서 "환희"의 10점 사이로 선수들의 얼굴 표정에 점수를 매긴 결과, 놀랍게도 메달 수여식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표정 점수는 10점 만점에 4.8점, 동메달 선수들은 7.1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수여식 이후에도 여전히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동메달보다 불행한 얼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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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조 뜀틀경기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Kayla McMaroney, 이 표정 하나로 인터넷 스타가 됨

 

  이유는 뭘까요? Medvec 등은 이를 '가정법 사고counterfactural thinking'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정법 사고란 "만약에 .... 했다면 .... 했을텐데"라는 식의 사고인데 이를 은메달에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텐데..." 즉,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가정법 사고를 통해 자신이 딸 수 있었던 금메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행한 것입니다. 반면 동메달 선수들은 "자칫하면 메달도 못 딸뻔 했는데 동메달이라도 따서 다행이야"라고 가정합니다. 즉, 메달을 따지 못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한 Matsumoto의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승패가 갈린 직후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은메달 선수의 무려 43%는 슬픔을, 14%는 경멸을, 그리고 29%는 무표정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 시상대에 올라선 96.4% 즉 대부분의 은메달 선수들이 미소를 지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세밀하게 분석해본 결과, 그 웃음들은 금메달이나 동메달 선수들의 것보다 덜 진실되고 보다 강요된 웃음이었다고 합니다. 진짜 웃음과 관련된 근육들 대신, 입꼬리만 올라가는 사회적 웃음을 짓는 거죠.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가사가 떠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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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웃고 있는게 맞는데... 

(사진은 미국의 기계체조 은메달리스트 Maddie Kocian)

 

  그래서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거의 항상 행복하지 않은 겁니다. 심리학의 아버지로 유명한 윌리엄 제임스Willian James는 어떤 사람의 성취 그 자체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성취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이 극명한 사실로 드러나는 곳이 바로 올림픽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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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올림픽과 관련된 흥미로운 심리학 연구 결과를 소개해드렸습니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얼굴과 몸을 통해 드러내는 감정표현들을 함께 느끼면서 기뻐하고 좌절하고 환호하고 슬퍼하며 살아갑니다. 올림픽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희노애락을 마치 내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금메달이든, 은메달이든, 동메달이든, 혹은 아무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공감하면서 70억의 축제를 더불어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 기간 동안, 경기의 승패와 더불어 선수들의 얼굴에 드러난 마음도 함께 관찰하고 느끼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올림픽은 인간 심리 연구의 또 다른 축제가 되는 겁니다. 그럼 모두들 리우 올림픽을 즐기시길! 

     

재밌게 읽은 분들은 아래 주소로도 많은 방문 부탁드려요~     

*브런치 원문 주소 : https://brunch.co.kr/@duckfun/84

*본격 심리웹툰 주주상담실 : www.facebook.com/zoozoosangdam

 


※ 본 글은 The Washington Post의 "Why bronze medalists are happier than silver medalists, and other things the Olympics teaches us about human emotions"와 Scientific Americal의 " Why Bronze Medalists Are Happier Than Silver Winners"에 실린 내용을 토대로 쓰였습니다.

 

출처 

-"Why bronze medalists are happier than silver medalists, and other things the Olympics teaches us about human emotions"

-" Why Bronze Medalists Are Happier Than Silver Win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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