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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우리회사 마케팅부서에 경력직으로 새로운 여직원이 입사해 화제가 되었었다.
그녀의 이름은 '유혜정'
업계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막 30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회사에 과장으로 스카우트 되었다.
보수적인 우리회사 특성상 엄청 파격적인 대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사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은 그녀의 능력이나 회사의 파격대우 때문이 아니었다.
화제의 이유는 바로 그녀의 외모였다.
우리 회사 내에 수다를 좋아하는 한 직원이 그녀를 평가한 말을 빌려보자면..
그녀의 외모는 자신이 모르고 있던 정상급 여배우가 눈앞에 있는 건 아닌 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며, 몸매 또한 유명모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더불어 그녀의 성격 또한 거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친절과 배려로 주위동료들을 대하면서, 리더십까지 갖추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업무 능력은 이미 회사 입사 전부터 인정받았기에 말이 필요 없다고 하였다.
즉 한 마디로 말하면, 완전체인 여자라고 했다.
이토록 완전체인 그녀를 더욱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은 그녀가 미혼여성이며 애인이 없는 싱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니면 그저 수다쟁이의 뜬소문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 보기에는 그녀와 나의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 달랐다.
(내가 속한 회계부서의 사무실 - 수원지사, 그녀가 속한 마케팅부서의 사무실 - 안양본사)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 내에 그녀를 향한 미담과 소문은 점점 살덩이를 불려나갔다.
'거래처와 계약과정에서 유혜정과장이 거래처의 꼼수를 발견해 미연에 피해를 방지했다더라.'
'유혜정과장이 입사하고 부서 분기실적이 20%나 향상되었다더라.'
'영업2팀 미남으로 소문난 강대리가 유혜정 과장에게 대시했는데, 거절당했다더라.'
'물류팀에 홍과장은 벌써 3주째 업무도 내팽개치고 유혜정 과장에게 치근대다가 업무경위서만 두 번째 쓰더라.'
'상사의 성희롱으로 고통 받는 여직원을 알게 된 유혜정과장이 사장님과 독대해 성희롱한 상사를 내쫓았다더라.'
이런 다양한 소문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내렸기 때문에, 굳이 내가 찾아 들으려 하지 않아도
그녀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래처와의 대규모 할부거래 계약체결건으로 영업3팀과 업무협의를 할 일이 생겨 본사 회의실에 갈 일이 생겼다.
그리고 본사 건물 회의실로 가는 복도에서 소문의 중심.. 유혜정 그녀를 처음 만났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회계부서의 최민규 과장님이시죠? 마케팅부서 유혜정입니다. 앞으로 최 과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세요."
내게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그녀를 보자마자 왜 그녀가 완전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지...
왜 사람들의 눈과 귀가 그녀에게 향해있는지 납득하고야 말았다.
그녀는... 여신 그 자체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그녀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그 날 이후 나 역시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한 궁리를 시작했다.
옛 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 우선 나를 한 번 되돌아보자!
우선 나의 외모... 가 훌륭했다면 30대 후반인 내가 아직까지 미혼에다가 모태솔로일리 없지..
그럼... 재력.. 그 동안 모아둔 돈도 별로 없고.. 부모님도 지방의 한 농촌에서 일하시는 평범한 농부일 뿐이다.
휴.. 그렇다면 성격이라도 좋아야하는데 회사 내에서 내 별명은 괴팍하고 집요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뒤에서 나를 두고 수군거릴 때 쓰는 별명이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미친개'일 정도이니...
이런 내가 그녀에게 욕심을 내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회사 내에 날고 긴다하는 남자들의 대시조차 다 거절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나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관심을 줄 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자타공인 한번 물면 놓지 않는 미친개!
그녀 공략법의 계획과 구상, 그리고 필요한 정보 수집 등에 석 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제 석 달 동안 내가 계획한 그녀 공략법을 지금부터 하나씩 실행 하고자 한다..
먼저 1단계.. 후우.. 긴장되는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한차례 한 후 사내메신져를 실행시켰다.
메신저에 접속해 있는 유혜정이라는 이름 석 자만 봐도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최민규 오후 1:59:
안녕하세요? 유과장님.
뭐 간단히 물어볼게 있어서요..
이렇게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뒤로 한 시간이 넘도록 답변이 없었다.
아마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는 사내 녀석들이 별 시덥지않은 일로 그녀를 바쁘게할테지라는 생각으로 차분히 그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그녀의 메시지!!
유혜정 오후 3:23:
어머, 안녕하세요.
지난번 뵌 뒤로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어떤 내용이 궁금하신거죠?
최민규 오후 3:25:
유과장님 근처 자리가 한진혁 부장님 맞죠?
부장님 본인한테 물어보면 젤 빠르긴 한데 직접 물어보기가 조금 껄끄러워서요..
최근에 부장님 자동차 바꿨다거나.. 사고 나서 렌트했다거나 뭐 이런 거 없죠?ㅋㅋ
유혜정 오후 3:25:
있어요!
이틀 전인가... 접촉사고가 나서 렌트하셨어요.
최민규 오후 3:26:
아.. 역시 그렇구나..
유혜정 오후 3:29:
네 맞아요. 다행히 다치신데는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나요?
최민규 오후 3:30:
아니.. 뭐 특별히 그런 건 아니구요..
사실은 며칠 전 제 꿈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유혜정 오후 3:32:
?? 네?
꿈이요?
최민규 오후 3:33: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과장님. 그럼 수고하세요!
유혜정 오후 3:34:
뭐죠?ㅎㅎ
괜히 저도 궁금하네요.
최과장님도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이것을 기점으로... 나의 그녀 공략법이 하나씩 실행되기 시작하였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