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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씁쓸한...
게시물ID : love_114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체보급자
추천 : 2
조회수 : 5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23 11:15:17
인생을 크게 20년씩 4번을 나눈다면 벌써 2회전에 접어 들었네요. 아직도 한창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덧 내가 멀다고 느껴졌던 시간으로 와 있습니다.
 
대학을 입학하던 스무살까지 1회전은 솔직히 이제는 너무 멀어서 그 기억들도 희석이 되어지고 좋던 나쁘던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먼지가 내려 앉았는데 2회전이 시작된 스무살부터 지금까지는 아직도 옛날 일들이 종종 괴롭히는 것 같습니다.
 
후회는 항상 나중에 오는 것이라 돌이켜 보면 모든 것들이 후회가 되는 삶이지만 특히 첫사랑에 대해서는 그 후회가, 아니 부끄러움이 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제는 어떻게 해도 바로 잡을 수 없기 때문이겠죠.
 
물론 그 첫사랑과 다시 만나고 싶다, 다시 잘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아니라, 그 때 잘했으면 좀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이 되었을텐데라는 후회입니다.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시작된 첫사랑은 이제 막 성년이 된 제 모습 그대로이었습니다. 누구도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서 가르쳐 준 적이 없었던 스무살이었기 때문에 사랑도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감정, 내 의지, 내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이 처음이었기 떄문에 사랑도 내 마음대로, 내 감정 가는대로, 내가 하고싶은 대로 했었네요. 그래도 3년이 넘는 시간이나 끌어준 그 사람에게 지금도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살아 오면서 많은 인연이 있었지만 3년이나 같은 인생을 살아 준 것은 진심으로 고마워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고 가진 목표도 없었던 20대에서 있어서 그 사람과의 헤어짐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게 또 큰 고마움인 것 같습니다.
 
헤어진 다고 말로만 얘기하고 감정도 추스리지 못한 한달 사이에 친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라면 친구였던 사람을 만나는 그 사람을 보고는 제 자신이 매우 비참해졌고 그 비참함이 컴플렉스로 그리고 더 잘 지내서 아쉬움이 없는 나란 걸 보여주겠다라는 유치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강의실로 가는 계단에서 마주치던 때에 서로 마주치게 되었는데 당황한 나보다 더 당황한 두 사람의 모습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 날 이후 바로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학교로 옮겨서 최대한 그 사람에 대한 소식을 듣을 수 없는 곳으로 가려고 했으나 간간히 들려 오는 얘기들에 씁쓸함은 가벼워 지지가 않았습니다.
 
둘이 결혼한다라는 얘기에 머리가 아팠던 것은, 그 사람의 인생에 다른 인연이 나 밖에 없다라는 사실, 근데 그 사람이 가진 나에 대한 기억이 결코 좋은 추억이 아닐꺼라는 나의 고백이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뭐가 되든 잘 되어야 나중에 혹시라도 길에서 마주치면 당신이 가진 기억이 잘못된 것이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고요.
 
40대에 접어든 지금, 문득 제 자신을 돌아 봅니다. 잘 살고 있는 건가...언제 어디에서든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잘 살고 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가...
 
첫사랑의 씁슬함은 추억 때문이 아니라...자꾸 지금의 제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되어서 씁쓸한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살부터는 빼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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