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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김영란법 없을 때 당한 건 다 잊으셨나
게시물ID : sisa_7639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샤하르
추천 : 9
조회수 : 71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0/02 13: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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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요즘은 좀 적다 해도 80~90년대에 학부모 치고 
촌지와 선물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은 사람 있습니까?

제가 중학교 때 부모 없고 할머니와 사는 1년 유급한 언니가
담임한테 빗자루 열 몇 대 부러지게 맞았습니다.

그 언니가 사고를 치고 담배를 피웠다는 거지만,
같이 피운 애들은 그만큼  안 때렸죠.

저희 집 형제들은 대체로 중상위 성적에 모범생이었지만,
선생한테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엄마가 없는 살림에 교실 비품을 사주자 그 말은 쏙 들어갔죠.

회사에서 승진 시즌이 왔을 때는 본부장이 절 불러서
네가 승진을 위해 뭘 해줄 수 있느냐고 대놓고 물었습니다.

회사 홍보 행사 때는 아무리 기획과 준비를 열심히 해도, 밥과 기념품을 뭘 주느냐에 따라 기자들의 발길이 갈렸습니다. 초반에는 마우스패드, USB, 닌텐도DS, 나중엔 노트북에 TV까지 선물이 점점 커졌죠. 우리가 런칭하는 제품이 뭔지 이벤트가 뭔지 하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죠. 아마 스티브잡스의 환상적인 키노트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 날 발표하는 아이폰을 주지 않는다면 말이죠.

저는 뇌물과 부정청탁에 심하게 고통 받은 케이스는 아닙니다. 이 정도의 경험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겠죠. 

점심값이 아까워 3천원짜리 짜장면 찾아다니는 처지에도 학원 선생님 선물비로 1만원 내는 건 그냥 한국인의 정이니 뭐니 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그리고 선물비 중 3분의 2는 학생회 임원이, 부녀회장이, 반장이 스스로의 수고비로 꿀꺽하는 게 대한민국이니까요.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어떤가요. 

매달 우리 정육점에서 한우세트를 사서 의원들에게 선물하던 건물주가 있습니다. 정육점 사장님은 고정적인 매출에 행복했죠. 매출을 본 건물주가 월세를 급격히 올리자 나갈 수밖에 없지만, 도움을 청한 시의원은 이미 건물주에게 받아 먹은지라 건물주의 손을 들어줍니다.

부정부패에 눈 감고 심지어 그것으로 이득을 보려는 자는 언젠가 당하게 됩니다. 뇌물로 승진기회를 얻으면 나보다 더 많은 뇌물을 바친 자에게 자리를 빼앗기죠.

금융실명제 시행 후 90%의 국민들은 법의 테두리에 적응했습니다. 물론 10%는 여전히 편법을 찾았고 차명계좌와 대포통장이 활개 치죠.

김영란법 이후에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뇌물과 청탁이 없는 사회에 적응할 겁니다. 선생님에게는 마음이 담긴 편지가, 공무원에게는 홈페이지 칭찬글이 감사의 대가가 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악마들은 편법을 찾아 부정부패를 저지를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법을 폐지할 수는 없습니다.

이 법의 취지는 오히려 큰 도둑을 잡는 것보다 이 세상에 만연한 작은 부패들을 없애고 대부분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악마들이 부패를 저지를 때, 국민들은 분노하고 여론과 투표로 응징할 겁니다.

기자들이 공짜밥을 먹고 싶으면 회사에 여비교통비를 요구하면 됩니다. 교사들이 비품이나 교보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 교육부와 정부에 요구하면 됩니다. 더 이상 약자가 아닌 정당한 대상에게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우와 과일세트는 가족들을 위해서 샀으면 합니다. 애초에 뇌물이란 것도 자신이나 가족을 위한 거였으니까요.

자영업자 어렵다는 프레임으로 김영란법에 딴지 거는 인간들을 보고 답답해서 써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내 뜬금없는 머릿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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