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직원을 들이는 것 자체에는 불만이 없었다.
허나 시간이 갈 수록 대표이사와 이사 직함을 가진 우리의 수고에는 대가가 없었고, 우리의 일을 편하게 하자고 직원을 들여 그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의 친구도 시간이 지나자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
한명의 급여는 충당했으나 다른 한명의 급여는 매달 마이너스였다. 그리고 크게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일을 매우 잘 처리했다. 그러나 코딩을 한다는 친구는 시간이 지나도 그리 유용한 것이 아니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대표의 영업 비용이었다. 하루는 내가 참지 못하고...
"형 우리 통장에 잔고가 점점 없어지는데,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에요?"
"그러게, 노력을 한다고 하는데 쉽지가 않네."
그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보험 영업을 해봐서 그런가? 그의 영업 방식은 내가 생각하는 방법과 완전히 달랐다.
많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매달 일을 주는 거래처에서 발생하는 영업 비용은 그렇다 치겠다.
전자책을 무료로 만들어 달라는 사람과 접대비를 회사 경비로 사용하면서 술자리는 내 생각에 오버였다.
하루는 그런 무리들과 영업이 힘들었는지, 나에게 헬프를 요청했다.
"00아 오늘 저녁에 00작가님과 술 한잔 약속 했는데, 같이 나가자."
"그래요."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어 같이 나갔다.
그는 무슨 강의를 하면서 여러권의 책을 발행했다는 사람이었다.
"여기가 우리 00팀장입니다."
우리는 편의상 대표를 제외하고는 팀장 직함으로 대외에 소개하였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전 000입니다."
그와 술자리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난 핵심을 말하고 싶었다.
"00작가님. 보내 주신 파일을 잘 봤습니다.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가 보내준 파일은 한글이었다. 이미지 퀄리티는 형편 없었다. 우리가 다시 제작해야하는 그런 상태였다. 또 분량도 너무 적었다.
"그래요? 예전에 출판사는 잘 해주던데..."
살짝 빈정이 상했지만 대표도 있는 자리에서 너무 무례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네. 멋지게 제작하고 싶은데,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출판하려면 서로 리스크를 분담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리스크요?"
"보내주신 데이터를 가공하려면 비용이 발생할 것 같은데 우리쪽에서만 부담하는 것은..."
"아니! 00대표님 지난 번에는 그런 이야기 없었잖아요."
"저희도 자료를 훑어봤.."
"아니 됐어요. 그만 둡시다."
그와 술자리는 그 상태로 종료되었다. 그가 돌아가고 대표와 난 근처 편의점에서 가볍게 맥주를 한잔 더 했다.
"아니 넌 이런 자리에서 그런 말을 왜 꺼내?"
"형은 그럼 이런 이야기를 여기서 안하면 언제 해요. 그리고 틀린 말이 아니잖아. 파일 봤어? 무슨 이미지도 어디서 캡쳐만 잔뜩 한 이미지에 분량도 20쪽도 안돼."
"그래도 내 입장이라는 것이 있지. 내가 뭐가 되냐고.."
"형. 형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회사 자금 사정도 그렇고 난 그런 작가님의 작품을 만지는 것 보다 다른 회사랑 거래하는 것이 차라리 좋다고 봐."
"야! 오늘은 술 먹었으니까. 내일 이야기 하자."
그와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다음날 같은 주제로 이야기는 없었다.
이 후 에도 그런 일은 계속되었다. 사실 이쯤에 난 꽤 후회가 밀려왔다.
함께 동업하기 전에 친구와 가족들에게 원고를 받아 쓸모 없는 전자책 수십권과 작가님들의 책을 몇권 발행하여 유통하였다.
정상적인 작가는 약 3명 정도 였다. 동업하며 새로운 법인이 설립되고 내 개인 회사로 일할 때 함께 했던 작가님들을 새로운 법인과 함께 하자고 설득했다.
그런데 대표는 그들과 이야기하고 사무실에와서 한 이야기가 달랐다. 나와 동업자의 눈치가 보였을까?
그쪽에는 무료로 작업을 해준다고 약속하고 사무실에서는 조금의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였다. 금액에 차이가 있기도 했었다.
점차 그들에게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거래처에서 일거리가 줄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다. 정확하게는 거래처들 사정도 좋지 않았다.
우리는 사업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했다. 그러나 다시 설정하기에는 몇 달동안 자본금 지출이 심각했다. 정확한 잔고는 나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