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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의 착각인가, 아니면 이번에는 진짜인가. 내가 실수해서 또 모든 것들을 망치고, 너라는 인연을 나의 인생에서 지워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 수십번, 아니 수백번, 아니, 수억번도 넘게 내 머리속을 스치며 지나갈 때마다, 내 가슴은 불이 붙은듯 연기로 가득찼다.
이럴 때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으면 좋겠다는, 실현 불가능하지만 유혹적인 소원을 나는 계속 읊조린다. 그렇다면 최소한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텐데, 해석을 잘못하진 않을텐데, 바보같은 생각을 계속 머리속에 담으며, 나는 내 가슴에 있는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둔해빠진 내 실수, 성급했던 내 실수, 나의 실패들은 전부 나에게 책임을 전가하였다. 내가 만일 조금 더 현명했다면, 내가 만일 조금 더 너를 알았더라면, 아니, 내가 내가 아니라 다른 존재였더라면, 너는 나를 바라봐 주었을까.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행동들이다. 없거나 이미 찾은 해답들을 다시 뒤적이면서 불을 지피는 일은. 그저 타오르다 못해 시꺼먼 숯이 되어버린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바보같은 일들이지만, 절벽을 향해 뛰어드는 레밍처럼 나는 나를 다시 고통스럽게 한다. 복기해봤자 다음 경기때에는 쓸모없을 정보들을, 그래도 내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헛된 기대에, 가슴 속 화로에 집어넣어 그대로 불태운다.
불타는 것은 아프지만, 그 화염 속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출처 | 이 글은 내일 아침 흑역사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