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자친구 한번 안사귀고 공부했는데 삼수까지 해서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재수시절에 경험했던 이야기 입니다. (눈물없이 들을수 있으니 너무 심려 마세요 엉엉크어으 ㅠㅠ)
친구와 둘이서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을사러 갔었습니다. 원래 공부 못하는 애들일수록 참고서 표지 디자인만 보고 혹해서 사는 법인데 그날따라 제 친구랑 제가 공신이 접신 했는지 목차까지 다 따져가며 엄청 참고서를 골라댔어요.
시간이 꽤 많이 지나서 이제 밖으로 나와보니 어둑어둑 하더군요. 시끄러웟던 기억이 있는데 그땐 수능준비만 할때여서 시청앞 광장에서 사람들이 주말마다 시위를 하는지 어쩐지도 몰랐습니다.
광화문역으로 가니 지하철이 폐쇄되어서 탈수가 없었어요. 친구랑 저는 이게 무슨 말도안되는..... 하는 표정으로 아니 시위좀 하기로서니 지하철을 폐쇄하나... 그럼 우리처럼 그냥 갈길가던 상관없는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건가....
어쩔수 없이 우리는 가까운 다른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날따라 광화문 광장이 완전 폐쇄되어서 도로에 차도 한대도 없고 시위하는 사람들이 뭔가 저희를 살짝 들뜨게 했나봐요.
팔차선 도로에 (맞죠? 팔차선 이게 맨날 헷갈려요) 차 한대도 없이 저랑 친구랑 걸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마냥 뭔가 소풍온거 같고 우리가 언제 이길을 걸어보겠냐 하면서 걷고 있는데 뒷통수가 뭔가 살짝 애릿 합니다.
뒤를 슥 돌아보는데 세상에 무슨 깃발을 든 사람들이 수천 아니 수만명이 저희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저희가 선봉으로 뭔가 뒤에 수만명이 따라오는거에요. 심지어 거기가 오르막길이라 저희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 머리가 쌔까맣게 다 보이더라구요. "청와대로가자" 계속 청와대로 가자고 외치시는 분들을 피해 우리는 도망가기 시작 합니다. "아 우리 ㅈ됫다... 우리 어떡하지 올해 수능못보냐...?" 친구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거의 울듯이 말하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날은 시위대가 가장 청와대 쪽으로 많이 갔었던 전설적인 시위 였습니다. 제가 그때 시위에 참가했던 친구랑 친했어서 나중에 물어보니까 그날이 정말 제일 힘이 넘쳤던 시위라고 하더군요.
어쨋든 저와 친구는 뒤에 따라오는 시위자 분들이 뭔가 겁나서 골목으로 올라갔습니다. 오른쪽 골목으로 올라갔었는데 우리는 도망가려고 간건데 시위대가 진짜 선봉이라고 생각해서 따라온건지... 아니면 거기가 길목이었는지...
여튼 저희를 계속 따라오는거에요... 아 다시생각해도 진짜 어이없네.
그래서 하는수 없이 발길을 돌리고자 언덕배기에서 뒤로 가려고 하는데 앞뒤로 경찰 버스가 꽉꽉 막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