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장군이 종기를 직접 빨아줄 정도로 병사들을 극진하게 보살펴 줌. ==================================================================================================== 안녕하십니까... 전 평소 '구피'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는 해병 병930기 입니다. 800자 선임께서 해병대 사령관의 눈물에 대해 실랄한 비판을 하신것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이렇게 한글자 올립니다.
해병대 사령관의 눈물에 대한 기사를 보고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이런 사령관이 있기에 해병들이 더욱 전우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해병대 사령관이 부하의 죽음앞에 이성을 잃고 행동하거나 혹은 슬픔에 빠져 자신의 직무를 태만히 한다면 문제가 있다할 것이나, 그러한 정황은 없어 보이네요...
그 눈물이 계산된 것이든 아니든... 일개 병사의 죽음앞에 눈물을 흘리는 사령관의 모습을 일반 장병들이 알게된다면... 그 충성심이 얼마나 올라가겠습니까...
전쟁이나 국지도발중에 내가 목숨을 잃더라도 부모님과 가족외에 날 위해 울어주는 지휘관이 있다면... 그 사실만으로 해병들의 사기는 충분히 진작되리라 생각됩니다. 역사를 보아도 알 수 있죠...
따라서 저는 해병대 사령관의 눈물에 지지를 보내는 바입니다. 해병으로서 감사하기도 합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초기, 위(魏)나라의 장군 오기(吳起)가 문후(文侯)의 명을 받아 진(秦)나라를 공격할 때의 일이다. 총사령관임에도 불구하고 오기는 말을 타지 않았다. 일반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등에 개인용 식량과 의복을 짊어지고 행군을 했으며, 똑같은 밥을 먹고, 침대 없이 바닥에서 잠을 잤다. 이런 오기를 병사들은 마음속 깊이 존경하며 따랐다.
어느 날 부하 병사가 등에 악성 종기가 나 고통으로 괴로워했다. 하지만 당시의 의료기술로는 종기의 고름을 빨아내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총사령관인 오기가 그 병사의 등에 난 종기의 고름을 친히 빨아내(吮疽) 치료해 주었다.
이 소식이 그 병사의 고향 어머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병사의 어머니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며 울부짖었다. 이웃 사람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아니, 이보게, 자네 아들은 일개 말단 병졸에 불과한 신분으로 총사령관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았는데, 오히려 기뻐할 일이지 왜 이리도 슬퍼한단 말인가, 도대채 그 영문을 모르겠네, 쯧쯧...” 그러자 그 어머니가 대답하길, “몇 해 전, 그 애의 아비도 전쟁터에 나갔는데, 등에 종기가 났지 뭐요. 그런데 그 종기의 고름을 오기 장군께서 직접 입으로 빨아내 치료해 주셨지 뭡니까. 그러자 그 애의 아비는 오기 장군에게 깊은 은혜를 입었다며, 앞장서서 용감히 싸우다 그만 적에게 잡혀 죽었지 뭐요. 이번에는 아들이 오기 장군에게 그런 은혜를 입었으니 틀림없이 은혜를 갚는다고 용감히 싸우다가 죽을게 뻔한데 내가 울지 않게 생겼습니까!” 고 했다.
오기가 위나라의 장군으로 있는 동안 76번의 전투를 치렀는데, 무려 64번을 완승했고, 나머지는 모두 무승부였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오기의 뛰어난 작전능력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병사들로부터 마음속 깊이 존경을 받고, 진정어린 충성심을 불러내 사기를 진작시키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하다.
물론, 오기의 이같은 행동들이 과연 그의 본심(本心)의 발로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집에 찾아가지 않아 스승인 증삼으로부터 출문당한 일, 노나라의 장군이 되기 위해 노나라와 적대국인 제나라 출신 아내를 죽인 일 등, 목적과 출세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그의 전력들을 고려해 본다면 이같은 행위들이 자신의 전과(戰果)를 높이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의 행위가 진심의 발로든, 철저히 계산된 행위든, 그의 내면적 도덕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그 행위의 양태와 효과에 대해서만 살펴본다면 오기야야말로 사람의 마음이 왜,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것이 조직의 힘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오기가 총사령관임에도 부하 병사들과 똑같이 행군하고 밥 먹고, 잠을 잤다는 것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인 당시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도 보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이것은 지도자가 자신의 지위에서 오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구성원들과 평등한 수평적 관계를 이루고 일상적인 소통을 이룩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악성종기로 고통 받는 병사를 위해 더러운 고름을 입으로 빨아준 행위는 더더욱 보기 힘든 일이다. 이것 또한 지도자가 구성원 개개인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그 책임을 조직 내로 전가하기보다는 자신의 일처럼 직접 처리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만일, 일상적으로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총사령관이 전쟁의 어떤 급박한 시점에서 총 진격명령(進擊命令)을 내린다면 어떤 병사가 두려움에 머뭇거리겠는가? (09.5.14) [출처] 연저지인(吮疽之仁) : 부하병사의 종기 고름을 빨아주는 장군의 자애로움 |작성자 신갈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