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심리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한마디로 ‘한’(恨) ‘촛불을 앞에 둔 무녀’ 같은… 여왕 또는 바리공주의 갈림길서 그분은 여왕이 되신 거다 우리 대통령의 심리적 특성은 근본부터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 그런 멘탈 최고로 뚜렷하게 가진 분이 대통령 되신 거다 남은 건 ‘우아한 코스프레’뿐 -그럼, 박근혜 대통령의 심리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뭔가? “한(恨)이다. 그분 인터뷰를 하고 내가 첫번째 받은 인상은 ‘촛불을 앞에 둔 무녀(巫女)’라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살고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인물. 이럴 때 그분은 여왕이 될 수도 있고, 바리공주가 될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이 되느냐는 그분의 운명이고 이 나라의 운명이겠구나 생각했다. 결국 그분은 여왕이 되셨다. 어제 오리지널 (영국) 여왕과 같이 마차에 오르는 것으로 명실상부하게 그 세리머니가 완성되었다. 이게 다 우리 국민의 선택이다. 우리 국민이 여왕을 선출한 거다.” -나이 드신 분 중에 지금도 육영수 여사를 공공연히 “국모”라 칭하는 분들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박근혜 대통령을 1998년부터 시작해 3년 간격으로 분석했는데 대중이 생각하는 그분의 이미지는, 처음엔 ‘귀한 집 여식’이었다가 ‘공주’가 됐다가 ‘에비타’까지 갔고, 그러다 마침내 ‘여왕’이 되었다. 이 과정을 보면서, ‘야 끝내준다! 이게 다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 때문이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 생각은 다르다. 20대 젊은 세대에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아이돌 스타보다 높은 수준의 공주님이고, 여왕님이다. 요즘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말이 많지만 그분의 심리적 속성상 처음부터 예견되던 일이다.” 스스로 독립할 수 있으면 힐링이 되는 것 -어떤 예상을 했었나? “군주제에 무슨 인사가 있겠나? 왕은 사람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이 모여서, 신하로 남든지 남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뿐이지. 우리 대통령의 심리적 특성은, 근본부터 일반인과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다. 예전 어떤 재벌 회장이 계열사 사장을, ‘천한 것들, 저 머슴들이 뭘 알겠어?’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멘탈을 최고로 뚜렷하게 가진 분이 대통령이 되신 거다. 그다음부터 그분이 할 일은 ‘코스프레’뿐이다. 아주 우아한 코스프레.”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란 책도 내셨던데, 우리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어떤 상인가? “구세주! 우리 국민은 민주적 선출 과정으로 지도자를 뽑는다기보다는 자기 문제를 해결해주는 ‘구세주’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우상숭배와 비슷한 심리다. 교회 가서 아멘 하면 내 문제 해결해 주시듯이, ‘이 나라 잘되게 해주세요!’ 하고 지도자한테 기원하는…. 엠비(MB)는 하나님이라도 팔았지만, 엠비 다음엔 아예 여왕님을 모시게 되었다. 난 그래서 우리가 대통령을 탓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땐 인간 박근혜로 존재했는데 그를 유력한 지도자, 대통령으로 만든 건 우리다. 그 탓을 왜 남에게 돌리나.” -너무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분석이다. 당신이 쓴 <한국인의 심리코드>를 읽었는데, 거기서도 너무 부정적 코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단 인상을 받았다. “내면의 소리보다는 남의 눈에 비치는 자기 모습에 집착하고, 부의 세습을 당연시하는 속물근성을 가졌고….” 이것으로는 한국인의 긍정적 역동성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전형적인 한국인이시다.” -무슨 뜻인가? “한국 사람들은 자기의 민낯을 보이는 것을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학자들은 한국인의 내면적인 가치나, 생산적인 무언가를 지향하는 동력,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춰서 흥, 신명, 역동성을 얘기하는데…. “나는 과학자다. 신명이나 흥을 얘기하는 건 무속인의 말이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나는 과학자로서 사실을 확인하고, 잘못을 개선하는 길을 찾는 게 일이다. 선동을 하는 사람은 난장을 벌여서 사람들을 으쌰으쌰 힘나게 할 수도 있겠지. 대한민국에 힐링 열풍이 날 때, 난 정말 울고 싶었다. 사회 지도자나 교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자기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아프다’고 하면, ‘그래, 아프지’ 하면서 계속 진통제, 마약을 찍어주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아픈 침을 맞기보다는 프로포폴을 맞길 원하고.” -힐링을 통해서 자아존중감을 부여받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지 않나? “자기존중감은 누가 부여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다. 내가 ‘독립연습’이란 용어를 만든 이유가 그거다. ‘얘야, 힐링은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너 스스로 독립할 수 있으면 힐링이 되는 거야.’ 그러면 사람들 반응이 뭔지 아나. 두려워요. 힘들어요. 못하겠어요….” 황상민이 “전형적인 한국인”이라고 진단한 나 같은 사람에겐, 그의 삐딱한 한국인관이 여전히 거슬리고 불편하다. 그의 심리 기저에 어떤 상처나 외로움, 콤플렉스 같은 게 깊이 자리잡고 있어서 인간을 불신하고 폄하하는 건 아닐까? 남의 심리를 꿰뚫어 본다는 황상민을 대상으로 나도 어설픈 심리분석관 흉내를 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