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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날 수는 없는데, 죽기 전에 꼭 한번 찾아뵙고 싶은 분 있으세요?
게시물ID : freeboard_14119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잠만잠만보
추천 : 10
조회수 : 312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16/11/23 18:42:08
지금 만날 수는 없는데, 죽기 전에 꼭 한번 뵙고 싶은 분 있으세요?

예를 들면, 만약 'tv를 사랑을 싣고' 에 내가 나가면 꼭 찾고 싶은 사람이요~ 

날이 많이 쌀쌀해져서 마음이 뒤숭숭하니... 갑자기 생각나는 분이 있어서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저에게 수호천사 같았던 아파트 경비아저씨를... 죽기전에 꼭 뵙고 싶어요.  

저는 태어나자마자 지금 사는 아파트에 와서, 24년째 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아파트에 왔을 때부터 일하고 계셨던 아저씨는 인자한 분이셨어요.

저 어릴 때 '뽀식이'로 유명하셨던 개그맨 이용식씨를 닮은 분이었어요. 

워낙 자상하시고 일도 잘 해결해주셔서, 평판이 좋은 분이였고, 어린아이들한테는 더욱 친절하셨어요.

저를 볼 때마다, 
"oo이 유치원 잘 다녀왔어?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하고 항상 밝게 인사해주셨죠.



제가 아저씨를 정말 못 잊는 이유가 있어요. 

5~6살 때, 유치원차에서 내려 혼자 엘레베이터 타는 것을 정말 무서워했어요. 

집이 16층인데 올라가는 그 30초가 정말 길게 느껴지고 무서웠어요. 

그래서 엄마께 항상 내려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엄마는 들어주지 않았어요.

혼자 가려고 시도해보다가 도저히 못하겠어서... 울면서 인터폰으로 전화했는데도 

엄마는 끝까지 혼자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다 큰애가 왜 그걸 못하냐고 혼났어요.)

정말 무서워서 포기하고 엉엉 우는데 

인터폰을 연결해주던 아저씨가 저를 안고 달래주시더니

"oo아, 그럼 아저씨랑 같이 올라가볼까?" 

하셨어요.

아저씨랑 손을 꼭 잡고 올라가니 전혀 무섭지 않았어요.



그 다음날도, 아저씨는 유치원 차에서 내린 저를 보고 

보호자처럼 저를 데려와 엘레베이터를 같이 타고 집 문앞까지 데려다 주셨어요. 

제가 "감사합니다, 아저씨" 하고 인사하면

닫히는 엘레베이터 문 사이로 다정하게 손을 흔들어주시던 아저씨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그렇게 아저씨는, 무서워하는 저를 위해 2년동안 제 옆에서 손을 잡아주셨어요. 

아저씨가 바쁘실 땐, 아저씨 일이 끝날 때까지 경비실 앞에서 꼭 기다렸어요. 

전 그렇게 아저씨께 의지하게 되었어요. 



2년이 지나고 7살이 되었을 때, 어느 날 아저씨가 제 손을 다정히 잡고 말씀하셨어요.

"oo아, 아저씨가 일이 많아져서 oo이를 매일 데려다주진 못할 것 같아. 
 oo이도 곧 학교 가니까, 혼자 올라가는거 연습해볼까?" 

"네 아저씨!"

이제는 아저씨가 없어도 할 수 있을꺼란 마음에 혼자 엘레베이터에 탔어요.

하지만 여전히 층수가 올라갈수록 더욱 떨리고,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그 때, 엘레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어요.

"oo아, 어때? 괜찮아?" 

아저씨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났어요. 

절 혼자 보낸게 걱정이 되셨는지 엘레베이터 안 인터폰으로 계속 말을 거셨어요.

"oo아, 괜찮지? 이제는 조금 할 만하지? 너무 걱정하지마. 엘레베이터는 아무일 없이 널 잘 데려다줄꺼야." 

"네, 아저씨!"

아저씨덕에 용기를 얻은 저는 그 이후로 혼자 타는 연습을 했어요.

그럼에도 아저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저렇게 따뜻하게 인터폰으로 저를 계속 격려해주셨어요.


아... 지금 쓰면서도 계속 눈물이 나네요. 

커서야 알게 된거지만, 경비일하시면서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시고, 일도 많았을텐데....

어떻게 귀찮은 내색 한번 없이 저한테 저렇게 잘해주셨는지..... 

그 큰 은혜와 따뜻한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린 저도 항상 감사를 표현했지만, 너무너무 부족해요.... 말로 다 감사를 못 드릴만큼....


그 이후로도 아저씨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계속 일하셨고, 저와 아저씨는 할아버지와 손녀처럼 지냈습니다.

그런데 연세가 있으셨고, 아저씨보다 젊은 사람들이 일하려고 몰리니 해고통지가 있었나봅니다.

우리 라인 주민들은 모두 합세해 반대성명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어느 날 급하게 떠나게 되셨고, 

학교에 있던 저는 집에 와서 그 사실을 알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 전날,

"아저씨 가시면 안돼요. 절대 안돼요." 

하고 말하는 제게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신 게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아저씨 모습입니다.


성인이 되어 관리사무소에 가서 아저씨의 연락처를 여쭤봤는데,

경비업체가 아예 새로 바뀌어서 그 이전 정보가 없다고 합니다.  

마지막 인사와 감사인사를 제대로 못 드린게 평생 한이 될 것 같아요.



아저씨... 저는 아저씨 덕분에 이렇게 잘 컸는데, 

아저씨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의 어린시절을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저씨같은 수호천사를 만난건 저에게 너무나도 큰 행운이었어요.

사람들에게 많은 정과 사랑을 베풀어주신 만큼, 아저씨께서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언제나 기원하고 또 기원합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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