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시도했었다 늦여름 어느날 계속 쏟아지는 빗줄기는 꽃잎들을 베어 버렸고, 남쪽에서 불어오던 강한 바람은 기여코 나무 한 그루를 뽑았다. 올해는 풍년이라며 좋아하던 농부는 갑작스러운 장마에 한 없이 울었던 그 무렵 난 식칼을 들고 복부를 찌르려고 했다. 희망도 없었다.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그냥 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주방에 있던 식칼을 방안으로 가져왔고, 내 방문을 잠구고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 난 어려서부터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러나 나도 호기심이 있는 분야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되었다.
‘아빠 저 한자 공부 할거에요 책 사게 돈 좀 주세요’ ‘이 새끼 너 또 일주일 하다가 말거잖아’ ‘아니 정말 공부 하고 싶어요’ ‘그럼 약속하자 방학 때마다 한자 암기하기로’
그렇게 아빠와 약속을 했다. 그게 고통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빠는 하루에 한자 100개씩 암기를 강요했다. 하루에 100자를 외우기 위해서는 정말 하루종일 쓰고 읽고 쓰고 읽고... 그렇게 여름방학, 겨울방학을 한자를 외우면서 보냈다. 어느 날에는 쉬운 한자만 골라 외우다 걸려 아빠한테 개 욕을 먹는 날에는 그렇게 원통해서 가슴을 치며 울었다. 그렇게 한자 암기한지 2년째인 여름방학에 난 결국 자살을 결심했다. 그렇게 식칼을 들고 복부를 찌르려고 맘을 먹는데 너무 무서운 나는 식칼을 집어 던지고 울면서 한자를 암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