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껍질을 깨어 땅을 박차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가는 아이들의 지저기는 소리는 3월의 봄을 알린다.
벌써 고시촌에 들어온지 4년이 흘렀다. 매번 2월에 있는 시험 때문인지 3월은 항상 어두웠다 근 3년동안은 풀이 죽어 집에 갔었다. 깡마른 할아버지의 눈, 할머니 당신이 죽기전에 우리 손주가 출세하는 것을 봐야 한다는 할머니의 말들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봄은 고향으로 향하는 발길이 무척 가볍다. 시험을 나쁘게 보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처럼 들뜨고 신나다 보니 습관처럼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행복할 때 슬플 때 화날 때 가장 그녀에게 먼저 연락해서 자랑하고, 투정부리고, 화를 풀었던 대상이었다. 습관이라는게 무섭다.
"잘 지냈냐? 오늘 집에 가는데 한 번 볼래?"
"안돼 스노우야 나 오늘 바뻐"
"야! 나와라 나올때까지 계속 전화할거야"
".......응....."
미리 집 근처 카페에 앉아 그녀가 오길 기다렸다.
8년 전 그녀와 만났던 카페가 생각 났다.
말년 휴가를 나와 그녀를 만났다. 빼빼 말랐던 내가, 구릿빛 피부와 튼튼한 근육을 장착한 모습을 보고 반한 그녀가 생각이 났다
사귀기 전에 만나면 항상 새침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관심없어 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면 항상 먼저 연락하던 그녀가 떠오르고, 내 품에 안긴 그녀에게 꿀밤을 먹이면 꿈틀대며 복수하려는 모습도 떠오르고 그녀와 첫 키스하고 집으로 뛰어 오며 평생 내가 책임지어야겠다는 다짐도 떠 오르며 내가 헤어지자고 한 날 내 품에 안겨 펑펑 울던 그녀가 생각이 났다.....
"스노우! 먼저 와 있었구나"
"나 방금 왔어"
"사실 널 만나면 눈물이 흘를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네"
"그러네 어제 만난 친구같아! 일 방금 끝난거야?"
그렇게 우리는 지난 날 처럼 말썽을 부리던 가족을 같이 씹었고
친구를 욕하며 웃으며 떠 들었다.
"스노우야 나 이제 가봐야 해, 그리고 할 말이 있어...."
"뭐? 다시 사귀자고?"
"있잖아 나 결혼해..."
그녀는 내가 친구에게 이 소식을 듣는 것보단 자기가 직접 말하는게 예의일 것 같다며 하늘을 보며 말했다.
둔기로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평생 내가 밀어내도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인데..
참으려고 참으려고 했는데 펑펑 터져나오는 눈물을 나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도 없었다. 그저 하여없이 울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울고 그녀도 울고...
요즘 너무 보고 싶은데 잘 지내니?
너의 목소리만 들으면 힘이 나는데 힘 내고 싶은데 전화를 할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