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어제의 걱정과 고민은 금새 가슴 깊이 숨어 버리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을 만든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새 여친은 나와 모든게 달랐다. 세심한 성격이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이며 겁이 없었다. 그런 모습이 좋았다. 그녀에게 너무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새로운 사람에 대한 신선함 때문인지 난 전 여친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새 여친의 질문에 급 당황했다. 잊혀졌던 전 여친이 떠 올랐고, 마지막 남은 그녀의 물건이 없어진다는 것, 그 물건을 새 사람이 버린다는게 너무 서글펐다. 눈물이 핑도는 느낌이 들었는데 들키지 않게 재채기 한 번 하고 다른 이야기를 넘어갔다.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끔 방문하는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행복해 보이는 그녀와 그 옆에 내가 아닌 다른 남자 둘이 남산에 다녀왔고, 강촌에도 다녀왔고, 불꽃축제도 다녀왔다.
그녀는 나에게 항상 놀러가자고 했다. 그러나 누워있는게 제일이라고 가만히 있자는 나는 그의 요구를 묵살하기 바뻤다. 왜 같이 가지 않았을까... 왜 모든걸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을까 후회가 들었다.
한번은 그녀가 나에게 돌아오겠다라고 계속 연락이 왔다. 그런데 자신이 없었다. 지금 그녀 옆에 있는 남자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고 돈도 많이 모았고 그녀에게 너무나 충실한 그런 사람이였다. 난 직업도 없고 언제 끝날 고시를 계속 붙잡고 있어 그녈 행복하게 자신이 없었다. 어쩌면 내가 그 남자에게 위축이 되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툴툴거리고 삐딱하게 그녈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가 돌아오라고 했을때 돌아오지 않은 그녀의 선택이 잘 못 된 것이란 걸 입증하고 싶었고 보여 주고 싶었다. 가끔 그녀 생각이 나면 가슴을 치면서 공부를 했다. 오직 그녀의 선택이 잘한 것이 아니라고 보여 주고 싶어서.... 그렇지만 나의 이런 바램은 나를 외면했고, 나는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시험 결과가 나왔던 날 시험에서 떨어진 충격보다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고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해물탕의 소주를 먹자면 먼저 길을 나섰고, 하나에 꽂히면 오래오래 많이많이 집중하며 정치이야기로 머리채 잡고 싸우기도 하고 서로의 성격을 까고 비난 하기도 하고, 무지막지하게 싸우다가도 저 먼길에 서로를 만나면 히죽히죽 웃는 우리는 너무나 닮았다.
나와 너무 닮은 그녀는 나와 너무 다른 그에게 갔다 나와 쌓은 추억은 시간이 갈수록 색이 바래겠지만 그와 다른 색으로 행복하게 칠하며 살았으며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