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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여혐>종북좌빨이라는 무서운 프레임
게시물ID : sisa_7988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샤하르
추천 : 11
조회수 : 4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28 11:36:52
어떤 분이 여혐이란 게 종북좌빨을 대신하는 새로운 프레임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동의합니다.

저만 해도 국민학교 때 이승복의 공산당이 싫어요 하는 영화를 강제로 봤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승복의 입이 찢어지는 장면을 보라고 했죠. 정확한 스토리는 기억이 안 나도 피가 철철 나던 그 모습은 잊혀지질 않습니다. 공산당은 돼지고, 괴물이었던 똘이장군도요.

90년대 이후부터는 그런 반공세뇌교육이 사라지죠. 대신에 종북이라는 게 슬금슬금 등장합니다. 하지만 IMF부터는 돈돈, 그 이후에 경제회복시기에는 웰빙, 등 실생활적인 개념들이 자리잡습니다. 사람들은 북과 교전이 나던 시기에도 마음 놓고 월드컵 응원을 할 수 있었죠. 북한은 더이상 두렵지도 않고 탈북자는 심심치 않게 자주 보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기득권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서는 공격프레임이 약화된 거죠. 그러니 얼토당토 않은 노무현 죽이기로 가고, 친노 프레임으로 갑니다. 그러나 이건 먹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노무현을 지지하던 않던, 친노라는 건 절대악이 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통진당을 해산하고,  간첩을 조작하며 다시금 종북몰이 카드를 꺼내듭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간첩이라면 코웃음 치죠. 희화화하는 영화들도 나왔고, 인터넷으로 디도스 공격하면 될 텐데 간첩질이라니 너무 구식으로 느껴지거든요. 그렇다고 간첩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북 프레임은 단물 빠진 껌이 됐습니다. 씹어봤자 지들 턱만 아픈 거죠. 그래서 여혐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가지고 나옵니다. 이 프레임은 실로 무섭습니다.

가장 무서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여자와 남자라는 구별이 사라지지 않는 절대적인 대립기준이라는 겁니다.

공산주의도, 친노도,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공산당이었지만 반공으로 돌아서는 건 남로당 박정희가 몸소 보여줬고요, 친노가 반노 되는 것도, 친박이 반박이나 비박 되는 것도 새누리가 몸소 보여줬습니다. 사상이라는 건 시간이 걸릴 지언정 희석되고 변화합니다.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외치던 우리가 공산국가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게 된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여혐은 절대적입니다. 아무리 남녀 소득이 공평해지고, 기회가 균등해지고, 가사육아 부담이 반반이 되어도, 여성으로서는 서러움을 느낄 점들이 많습니다. 출산만 해도 왜 여성 혼자 모든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지 서럽지요. 밤길 걸을 때 더욱 조심해야 하는 건 아무리 치안이 나아져도 두려운 거고요. 그런 여성들의 안타깝고 서러운 부분을 파고들어, 이게 다 남자들 때문이다! 라고 공격하는 거죠.

물론 남자 모두가 그런 건 당연히 아닙니다. 그러나 여혐을 일삼는 자들이 존재는 하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긴 할 겁니다. 그럼 여혐종자를 만들면 됩니다. 같은 여자라도 상관없죠. 명예자지라고 하면 되니까요.

정치인으로서 파도 파도 비리는 커녕 미담만 나오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은 당연히 바깥일에 바쁘고, 거리에서 국회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설거지 같은 건 도와줄 엄두를 못 냅니다. 가사육아는 온전히 아내의 몫이죠. 그렇다면 이 사람은 여혐종자입니다. 해명하려고 아내와 역할을 분담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면, 더더욱 여혐종자가 됩니다.

유치원 보육교사와 초등학교 교사 중에 여성의 비율이 너무 높아서 성평등의 취지에서 남성교사 할당을 실시하려는 정치인은, 여혐 정치인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칭찬해 마지 않는 JTBC도 메갈을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로 욕을 엄청 먹은 적이 있죠. 정의당은 메갈당이 됐고요. 그들이 잘했다는 생각은 저도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메갈옹호라는 사실로 완벽히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종북보다 무서운 대립이라는 거죠.

여혐이다! ->> ○○○이 여혐종자였어? 명예자지였어?
여혐공격집단(메갈,워마드) 옹호자다!  ->> ○○○가 메갈이었어? 실망! 지지철회!

이런 간단한 구호로 누군가를 쉽게 보내버릴 수 있단 사실이 무섭습니다.

이제 시대는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 시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 기타 성소수자들까지 아우르는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 판에 남혐이니 여혐이니 하면서 해묵은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게 우스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우스운 주장이 먹힌다는 건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성평등 측면에서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말이 길었습니다만, 중요한 건 여혐 프레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혐 반대 프레임에 빠지는 것도 주의해야 하고요. 

누군가 여혐이나 여혐 반대론자로 찍힌다면, 그게 특히 야당인사라면, 잘 눈여겨 봐야 할 겁니다.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는가, 그런 지적을 한 쪽은 어디인가를 말이죠. 이건 정말로, 힘든 작업일 거라 생각합니다. 위에 예를 든 것처럼, 여자와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오유 남징어들이 아니라면... 남녀는 반드시 함께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하루빨리 이 얼토당토 않은 프레임을 깨고 정책과 비전만 가지고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전에 꼭...
출처 너무 급한 내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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