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친구 A는 현재 XX 컨텐츠를 만드는 프리랜서임.
본래 가진바 능력은 미약하였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모 대기업에 입사하여 입신양명주지육림의 꿈을 가지고 아주, 매우, 엄청 열심히 일을 했음.
다만 직속 상사들이 대부분 아주 좋지 못한 마인드의 소유자였고,
A는 이래저래 잡일과 모두들 하기 싫어하는 XX 컨텐츠 만드는 일만 하게 되었음.
그런데 하다보니 이 XX 컨텐츠 만드는일에 엄청난 적성과 재능을 보였음.
거짓말 같지만 3, 4명이 2주일간 거의 날마다 야근해야 간신히 마칠 분량을 혼자서 3주일만에 완성시킬 정도였음.
처음 한두번은 초심자의 운이려니 했는데 이후에도 괴랄하다 싶을 정도의 속도로 퀄까지 좋게 일을 마무리하니
그제서야 자신이 XX 컨텐츠 만드는일을 타고났구나 알게 됨.
이 사실을 알게되자 직속 상사들은 오히려 타부서의 일까지 가져와 A에게 몰아줌.
그리고 공은 상사들이 다 가로채고.
결국 완전 빡친 A군은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직함.
물론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낭중지추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일 골라 잡으며 하고 싶은 일들만 하게 됨.
A는 쉬는 공간(집)과 일하는 공간(작업실)은 분리되어야 한다면서 집 근처 상가 한칸을 빌려 사무실 아닌 사무실을 냄.
물론 직원은 A 꼴랑 한 명.
그 와중에 본인은 수개월째 재취직 활동 중 지쳐서리 일주일에 한두번은 A 사무실에 들려 신세한탄도 하고 수다도 떨고 밥도 먹음.
약 한 달전쯤에 A의 사무실에서 A와 노가리를 까고 있는데 손놈이 옴.
그 대화내용을 최대한 간추리자면
A : 어서오세......
(전)악덕상사 : 야 오랜만이다. 너 요즘 XX 컨텐츠 만드는일 한다지? 일 좀 해라.
A :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쎄요? 할인은 많이 못 해드립ㄴ
(전)악덕상사 : 얌마 새꺄 너 나한테 그러는거 아니다, 내 덕분에 니가 실력 키워서 자립하고 (이하생략)
A (ㅂㄷㅂㄷ) : 하하하 (전)악덕상사님 그래도 제가 클래스가 있는데 너무 저렴하게는 못 해드려요.
(전)악덕상사 : X놈의 새끼가 너 누구 덕에 지금 입에 풀칠하냐? 은인한테 말 그따구로 하는거 아니야 X새꺄. (진짜 이렇게 말함)
아무튼 이거 봐라. 이대로 만드는데 3만 골드면 되냐?
A (ㅂㄷㅂㄷ) : ......
본인 : '이거 미X놈 아녀??? 내가 봐도 최소 10만골드는 줘야 할법한 일인데?!'
A (굽신굽신) : 아이고 (전)악덕상사님 3만 골드는 너무 적지 않습니까요? 게다가 기한도 많이 빠듯한데 좀 더 주셔야죠 헤헷
(전)악덕상사 : X소리 작작하고 3만 골드면 많이 주는거지 이 X놈의 새끼가...... 너한테 안 맡겨!
A (굽신대며) : 어익후 (전)악덕상사님 제가 요즘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래요 좀만 더 얹어주세요 제발요 흐규흐규 (ㅠ.ㅠ)
본인 : '얘 왜이래? 드디어 미쳤나???'
(전)악덕상사 : 흥 나 삐졌뜸! 3만 골드 밑으로 안 해주면 이 일 너한테 안 맡길거임! 어라 퇴근시간이다 가야지. 이 일 누구한테 맡길까~
A : 아이고 제가 다시 검토해서 견적낼테니 일단 보류해주세요 젭알
(전)악덕상사 : 하는거 봐서! 생각 바뀌면 연락해라!
이러고 나감.
본인 : 저 새퀴 니가 그리 욕하던 악덕상사 아니었음? 그 이전에 저 강아지가 너한테 맡기려던 일 최소 10만 골드는 줘야 하는거 아녀?
A : 맞아! 그리고 내가 맡는다면 아무리 적어도 12만 골드 이상 받아야 하는 일이지.
본인 : .......너 저 강아지 일 해줄 생각 없구나. 아니 일 해줄 생각만 없는게 아니라 골려 먹을 생각으로 가득하시구만.
A (씨익 웃으며) : 그라췌!
본인 : 어떻게?
A : 일단 이만한 일을 꼴랑 3만골드에 해주려는 곳은 대한민국 아무데도 없어.
그런데도 명색이 이 바닥 탑클래스인 나한테 3만 골드를 제시한건 바로 저 새퀴가 삥땅치려고 하는거지.
본인 : ......뻔하구만. 니 반응봐서 살살 어르고 달래다가 한 5만 골드쯤 약속하고 계약은 한 7, 8만 골드쯤에 맺는거지.
A : 그리고 저 망할 (전)악덕상사 새퀴는 자기 몫으로 2~3만 골드를 요구하겠지?
지가 나 생각해서 무리하게 후한 금액으로 계약을 맺어줬네, 앞으로도 이런일이 더 있을거네 하면서.
본인 : (전)악덕상사 저 새퀴는 본래 아무리 적어도 10만 골드로 처리할 일을 한 7, 8만 골드에 떡쳐서
지 딴에는 윗대가리들에게 점수따고 자기 몫도 챙기니 나름 머리 잘 썼다 싶겠지.
A :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고. 후후후후후
본인 : 재밌겠구만, 한동안 여기 출근도장 찍어야겠는데?
A : 빈 손으로 오지만 마라 좀.
본인 : 왜요?
A : 왜요는 일본 가요고.
본인 : ......재미없거든?
A : 잼이 없으면 누텔라를 머겅, 두번 머겅.
네, 30넘은 노총각들이 이러고 놉니다.
아무튼 한동안 A 작업실에 날마다 출근도장 찍으며 일의 경과를 지켜봤습니다.
참 옆에서 보고 있자니 민망할 정도로 A가 (전)악덕상사 상대로 굽신대며 조금씩 조금씩 금액을 키웠죠.
열에 한둘도 알아먹지 못하는 전문용어를 써가면서 온갖 이유를 대가며 7만 5천골드까지 올리는데 성공합니다.
이쯤되니 (전)악덕상사 쪽에서 빨리 계약 맺자면서 근시일내로 튀어오랍니다.
본인 : 이제 슬슬 연락 끊고 잠수하던가 아님 살살 약 올리며 급한일이 생겨서 그 일 못 맡겠다고 해야할 타이밍 아님?
A : ㅇㅇ. 근데 더 이상 그 인간하고 말 섞기 싫으니 잠수탈려고. 이 기회에 여행이나 다녀올까?
본인 : 지난번에 모 친구가 사온 모 쥰마이 다이긴죠 사케가 참 맛있던데 일본 어때? 나도 지금 아니면 여행갈 시간 없을텐데.
A : 콜.
이래서 저렴한 가격만큼 저렴한 서비스를 자랑하는 XX항공을 이용해 일본에서 아주 오래오래 놀다 왔습니다.
사케는 맛있었습니다. 가이세키도 맛잇었습니다. 편의점 식품들은 환상이었습니다. 생맥주는 말할것도 없습니다.
사내놈과 료칸에 묵은건 매우매우 슬펐습니다.......
일할때는 더럽게 안가던 시간이 놀때는 게리롱 후리롱,
아무튼 간만에 잘 놀고 한국으로 돌아와 A가 맡겨놨던 핸드폰을 꺼내서 전원을 키니 부재중 전화가 69통.
A는 (전)악덕상사가 있던 회사의 친했던 동료에게 전화해서 어떻게 되었냐 물어봄.
1. (전)악덕상사가 속한 팀에서 손이 모자라 XX컨텐츠일 일부를 외주 주기로 함.
2. 근데 A만큼 그 일 잘하는 곳이 얼마 없는데다가 A가 하는것만큼의 퀄리티를 뽑으려면 겁나 비쌈.
3. 그 와중에 (전)악덕상사가 이 일 8, 9만 골드로 떡칠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기안 올리고 본부장 결제 받음.
4. 다들 알다시피 A 잠수.
5. 부서 뒤집어짐.
A : 계획대로군 후후후.
본인 : 자 관짝에 못 뚜껑 박았으니 이제 공구리쳐서 심해로 던질거냐?
A : ......넌 너무 날 잘 알아.
본인 : 뻔하지 뭐.
A :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지. 죽어라! 쭤뽜쭤뽜! 허이짜 허이짜!
본인 : 으악 이건 뼈속까지 아프다!
네, 30넘은 노총각들이 이러고 놉니다.
그 다음은 뭐......
1. A는 회사에 찾아감.
2. 당연히 (전)악덕상사가 게거품을 물며 A에게 아주 험한 말을 함. 계약위반이니 뭐니 하면서.
3. A는 응? 왜 그러세요? 전 그저 근처에 왔다가 인사 드리러 온건데? 그리고 계약 위반이라니요? 회의록 좀 보여주셈. (당연히 없음)
4. 소란이 커져 본부장이 나옴. (전)악덕상사는 쪼르르 달려가 '저 X끼 아주 나쁜놈의 새X에요!' 라며 꼰지름.
5. 3자대면, A는 논리적으로 이야기함.
한마디로 말해서 '상식적으로 저만한 클래스가 고작 그 돈 받고 그 일 할거 같습니까? 12만 골드 줘도 할까 말까인데?'
6. 본부장님 눈치깜.
7. (전)악덕상사, 으앙 조땜.
잘됐군, 잘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