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안철수와는 다르다. 안철수는 싸울 줄을 모른다. 안철수는 철저히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정치했다. 간잽이란 별명이 괜히 생긴게 아니다. 안철수가 민주당 안에서 지금도 싸우고 있었다면 지지율이 저렇게 나가리 되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재명은 싸울 줄 안다. 쉽게 말해서 밀당의 고수다. 안철수와는 급이 다르다.
이재명의 지지율 급상승 이유는 복합적인게 있겠지만 민심을 정확히 잃고 가려운데를 긁어줬기 때문이다. 이런 감각은 정말 정치인에게 큰 재능이다. 그는 그렇게 민심을 얻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거다.
그런데 요즘 이재명 시장을 보면 박근혜 탄핵을 외치던 때와 느낌이 다르다. 자신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문재인 지지자들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밀당을 하고 있다. 안하던 정치 공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보니까 문재인 지지자들이 하야를 외칠 때 자기를 비난했다고 그러더라. 의아하다. 난 문재인 지지자들이 당신의 발언에 열광하는 건 봤는데 비난한건 거의 못 봤다. 이건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행위다. 그리고 자기가 보수라고 말한다. 반문 유권자들을 향한 러브콜이다.
다시 말해서 친문대 반문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거다. 문재인 지지자들을 비우호적 세력으로 간주하고 반문 주자로서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반문 주자의 또다른 라이벌인 반기문을 견제하고 문재인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보수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는 것이다.
정치공학적으로 보자면 매우 탁월한 선택이다. 문재인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10%가량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경선제를 염두해둔 영리한 행보다. 거기다 김종인 김한길 같은 반문 정치인들의 지원 사격도 든든하다.
하지만 이재명 시장이 이거 하나는 알아뒀으면 좋겠다.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탄핵 국면에서 목격한 이시장의 지지율 급상승은 설명이 안된다. 시민들의 관심이 박근혜의 실정에 집중될 때 이시장이 눈에 띈 거고 이사장의 본심에 반한거지 이시장이 영리하게 굴어서 지지율이 오른게 아니라는 거다.
지금 시점에서 이시장이 실수한 것은 당원들을 마음 얻기를 게을리하고 정치공학적 계산에 치중하고 있다는 거다. 어째서 당원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건가? 당원들의 과반수가 문대표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맹목적인 것으로 여긴다면 그것이야 말로 큰 오산이다.
만약 이시장이 그동안 쭈욱 지적해온 문재인의 확장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당원들이 이시장을 선택하지 않을리가 없다. 노무현이 당선되던 때를 상기해보시라. 심지어 광주는 아직 문재인을 선택하지 않았다.
2007년 대선 때도 정동영은 당심을 얻지 않고 기술적으로 당심을 훔쳤다. 박스때기 종이당원 같은 걸로 말이다. 안철수도 당심을 얻기 보다 자꾸 우클릭하다가 당원들의 미움을 샀고 친노 패권주의라는 희대의 단어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당원들에게 프레임을 씌워놓는 희한한 짓은 정치 자영업자니까 가능했던 거다. 그게 정당인으로써 할 짓인가?
부디 부탁하는데 당심을 먼저 사로잡기를 바란다. 2012년의 국민 경선은 기형적인 방법이었다. 어떻게든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안철수를 끌어들이려는 읍소였다. 당원들에 의해 선출되지 않는 당대선후보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민주당지지율 40%의 상황에서 당심도 못 잡는 후보가 무슨 재주로 민심을 얻겠느냐는 거다.
부디 비주류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말고 당신을 민주당의 중요한 대선후보 중 하나로 여기는 당원들의 충심을 잊지 말고 그들을 먼저 설득해보라. 그리고 상기하시라 손가혁 같은 사조직은 2007년에도 실패했었다. 그리고 당원들도 그 때 처럼 호락호락하진 않음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