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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항해사 입장에서 세월x를 본 사람들을 보고 난 소감(조금기네요..)
게시물ID : sewol_531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정하는남자
추천 : 13
조회수 : 104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2/27 08:51:37
첫 글이 베오베에 가서 참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놀랬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거기에 공감해주시고 보는 시각이 바뀐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시사게'를 통해 올라온 세월X를 본 분들의 반응을 보면 또 이와 다른듯합니다.
 
그분들은 이 정권의 추악함과 무능력함에 치를 떨며 내심 '음모론'에 심리적으로 많이 기우신듯합니다.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하는 심리는 이해가 되지만
 
해당 업종의 '전문가'라기보다는 해당업종에 몇년간 종사한 경력과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태도에 좀 더 유한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그럴듯하게 이야기하고 수치를 들이밀며 자료를 보여주면 사실상 혹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1+1=2와 같은 절대적 값(1+1=2라는 것도 인류가 정해놓은 약속이니 절대적인 값이라 생각됩니다만)이 아니라
기계가 발신한 값과 수신한 값이고 이를 수치화 하는 과정도 포함되고. 디지털화 되어있다고 해서
모두 맞아야 하며 오류가 있는게 이상하다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쓰는 핸드폰도 맛이 가고 어제까지 잘 되던 컴퓨터도 오늘은 버벅거리고
심지어 간단한 메모장도 어떨 때는 파일을 열면 내용이 깨져있고 하는 경우도 보셨을겁니다.
 
이는 우리가 '이런 일도 있구나' 하고 겪어봤기에 이해가 되므로 만약 메모장으로 쓴 단순한 내용의 내 메모가
다음날 깨져서 열린 것을 누군가가 '해킹의 흔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럴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은 하시겠지만 '아닐 수도 있는데?'라고 좀 더 보는 시야를 좁게 만들지는 않겠지요
 
마찬가지입니다. 항해사들은 ㅍㅍㅇㅅ에서 나온 오류수치들을 몸으로 겪어본 사람들입니다.
물론 저렇게 디코딩하고 혹은 디코딩 전에 표시되는 값은 모르지요. 저희들은 '사용자'이니까요
 
실제로 배에서는 레이더와 AIS값은 항해를 도와주는 '보조수단'이지 ''주 수단'은 아닙니다.
항해사가 믿어야 할 것은 '눈'이며 '착시 현상'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야간의 불빛반사/번짐 등)하고 당직을 서며
그 다음으로 RADAR와 AIS 등의 정보의 도움을 받아 항해를 하는 것입니다.
항해사가 RADAR와 AIS만 보고 그것만 믿고 당직을 섰다고 한다면 아마 100이면 100 미친거라고 제정신이 아니라 할 것입니다.
(앞이 한치도 보이지 않는 안개낀 상황 등에는 RADAR에 좀 더 의존하지만 특수한 경우입니다.)
 
이렇듯 오류와 잘못된 값을 수시로 보여주는 장비들의 오류값에 대해 '조작'이라고 몰아붙이는데 '조작'일 수도 있겠지만
'조작'이 아닐 확률이 훨씬 더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오류'값을 발견해내신 세월X의 자료를 보면 항해사들은 수긍을 하며 정성에 감탄할 것입니다.
 
VTS 근무자들은 당시 말을 아꼈기에 물어보면 말을 못하고 현재도 굳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지만(동기 및 선후배에게 물어보니)
VTS 근무자 분들도 저게 조작이라 의심받을 상황인지 말씀해주실 분이 계시다면 속시원히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면 '레이어' 관련해서 다들 조작 빼박이라고 하시는데 ㅍㅍㅇㅅ에서 빼박이라 말했지 사실 관계자분들도 '인정한다'라고 하신 걸
저는 못봤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조작'일 가능성이 없다고는 저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그쪽은 모르니까요
 
앵커(닻) 관련하여 투묘/양묘, 발전기의 블랙아웃으로 인한 상황들, 조타실(선교/브릿지)의 상황, 항해기기들이 보여주는/나타내는 값
등등 항해사 분들은 솔직히 세월X를 보고 '와..대단하다..비전공자가.. 이렇게까지..'라며 놀라신 것을 오유의 반응에서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렇고 지금 몇년간 승선한 베테랑 항해사분들 붙잡고 저거 설명해달라, 계산식이 왜 저리 되냐 , 근거가 있냐 라며 물어본다면
다들 '전공책'들을 꺼내야 우리에게 계산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음모론'이 믿겨질만큼 이 정부가 지금껏 보여준 짓거리들은 답답하고 그럴수도 있겠다 라며 사실 내심 '음모론'임이 밝혀져서
가차없는 응징의 철퇴가 내려지길 기대하기도 했습니다만 그정도까지는 너무 심하다며 아니길 바라기도 했습니다.
 
현재 그나마 '음모론'의 가능성이 있는 점은
제가 그나마 생각해보기에는 아래의 두가지가 있습니다.
 
'조타'의 문제인데 세월X를 다 보아도 '조타'가 잘못되었는지, 혹은 제대로 된 것인지, 조타기가 고장난 것인지.. 조타수의 증언이
이상했는지.. 확실히 맺어준 느낌보다는 조타가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전복까지는 되지 않는다..이며 조타는 실제로 '좌현'쪽으로 쓴 것이 맞다.
라고 되어있었습니다.
만약 '타'를 쓰는데 있어 누군가 '조타실'에서 강제로 현장에서 직접 조종(선교에서 받는 신호를 무시하고 조종가능)했을 가능성
그런데 이 역시 강제로 넘긴다면 '알람'이 발생할 터인데(안할수도 있고 혹은 미리 알람이 발생안하게 만들어둘순 있지만 여기까지는
너무 앞서나간 추측..)
세월X를 보면 그저 우측으로 썼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선박의 운동능력이라던지 그런걸 잘 모르고 타를 우측으로 쓴 거 아니냐 그래서 넘어간거 아니냐
라고 묻는데 사실 조타는 나쁘게 되었다기보다는 큰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배가 돌아간 것이 충돌에 의한 것이라면 더 이상 따질 일이 없는 문제일수도)
 
두번째가 사실 저도 모르는 의문인데
세월X에서도 나오지 않아 여기 써봅니다.
예전에 누군가 소설이라며 인터넷에 올렸던 내용인데
이 정부가 지난 정권에서 사고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냈을지도 모른다며
소설일 뿐이니 무시해달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과거 태안 기름유출 사건도 그랬고 뭔가 다들 음모론적인 내용들이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이번에 오유에서도 그렇고 해난사고 소식을 세월호가 침몰/충돌 하기 이전에 받아보았다 하는 점입니다.
저는 당시에 동남아쪽에서 한국으로 올라오고 있었고(승선중) 해난사고소식을 Navtex(해난정보수신하는 기기 중 하나)로도 한참 뒤에 받아보았습니다.
거리가 멀어 전문(글자들)이 다 깨지고 했었기에 나중에서야 받아보았고(그 이후로 거의 다른 정보수신기들과 동일하게 받아봄)
이메일로 받아보는 신문기사를 통해 사고소식을 접했기에 여기에 대해서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몇몇 분들이 댓글로 다들 자신들도 세월호 사고 시간보다 이전에 사고 소식을 접했다며 의문을 표하시던데
여기에 대해 설명해주실 분이 계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이미 낚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과거 라디오 방송에서 비 씨가 ㄱㅌㅇ씨의 전화를 받고
 ㅇㅎㄹ씨를 언급한 사건과 비슷한듯..오유에서도 찬반토론이 많았거든요..전 아직도 그 진실을 모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해본 풀리지 않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오유에서 본 반응 포함하여)
 
 
하지만 이런 음모는 정말 사실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세월호의 희생자분들이 인간같지도 않은 이들의 종교적 신념 놀음에, 혹은 정치적 수단의 일환으로 희생되었다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먹먹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는 정부의 무능력함에 너무나 치를 떨고 가슴아파했습니다. 이제는 '진실'을 찾고 무능력함에 대한 사과와 그에 대한 진정한 책임
또 거기에 뒤따르는 사과와 책임을 우리는 얻어내야 할 것입니다.
 
기존의 특조위 분들께서 정말 열심히 정보를 얻고 알아내시려고 한 것 같지만 '외압'에 의해 제대로 힘을 못 쓰신게 가장 큰 문제이니만큼
이번 세월X를 많은 분들이 보시고 제대로 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에 임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저는 여기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백수가 된 항해사는 여기까지 글을 마치며 능력있는 항해사 분들의 진심어린 조언과 의견에
색안경과 편견을 거둔 자세로 귀기울여주시길 바라며
후에 무엇이 진실이 되었든 그 진실규명을 위해 힘을 보태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2항사 시절 당시 실습생으로 있었던 한 후배의 동생이 단원고 학생이었고
당시 사고에서 살아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언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준게 늘 미안하였습니다.
 
정말 한 다리 건너면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희생자이며 피해자인데
지금껏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놀아나 그들을 잘못된 시선으로 바라본 분들도 이번 기회에
생각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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