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젠가 연애때의 일이다.
샌프란 바닷가 공원에 갔을때인데, 워낙 어디든 철푸덕 앉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모래사장에 앉기전에 손수건을 깔아줬더니..
이건 뭐야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바지 더럽히지말고 거기 앉어' 했더니 대차게 웃으면서..
아니 어차피 바지를 빨래하나 손수건을 빨래하나 똑같다며 이러지말란다..
'한국남자들은 섬세하군' 하면서 칭찬을 들었다..
2. 난 어릴적부터 벌레를 싫어했다.
손으로 잠자리 잡는것도 넘 싫어해서 잠자리채집 숙제도 친구가 대신 해주곤했다..
특히 탐구생활에 있던 배추흰나무에 식초바늘로 꼽기를 했을때는 내 몸이 더 떨리곤 했다..
난 그래서 미국 생활을 하면서 고심고심하며 항상 벌레가 없는 아파트를 구하곤 했는데..
마누라가 자기집으로 오길 원할땐 정말 그게 너무 싫었다..
나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햇던 마누라는 하우스 셰어를 했었는데..
오래된 주택에 방 하나를 쓰고 나머지 주방 욕실은 공용으로 쓰는거였다..
하여간 왠간해선 우리집은 나 혼자 사는 집이니 우리집을 오곤했는데..
어쩌다 분위기가 잡혀버린 날 마누라집에서 마누라가 손으로 바퀴벌렌지, 삼엽충인지를 손으로 때려잡는거 보고..
아 얘가 내 여자라는걸 단박에 알아버렸다..
가끔 잔디밭에서 놀거나 뜻하지 않게 벌레가 어디서 나오면 마누라가 날 놀리면서 멀리 치워주곤 한다..
3. 마누라가 직장에서 인턴을 하면서 나한테 데이트신청을 했던 날..
안절부절 일도 못하면서 안들키게 그녀를 멀리서 힐긋힐긋 지켜보고 있었다..
더군더나 팀 막내가 그녀한테 마음이 있어서 이걸 거절해야되나 아님 막내한테 양해를 구해야되나..
별별 생각을 다하면서 지켜보고 있는데..
그녀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아저씨, 나같은 미인이 만나보자는데 일단 멋진데 가서 밥을 사긴 사야지 안그래?'
라며 단박에 결정타를 날렸다..'오냐 사주마, 근데 막내가 너한테 맘이 있는데? 그건 어쩌냐'라며 물었더니..
자기가 알아서 다 교통정리를 하고 왔다..대단한 여자였다..
4. 연애할때의 오글거림, 연애하는 인간들이 언제나 빠지는 유치찬란함의 호수..
미국여자와는 그런게 없다..
연애한 이후로, 가끔 그런게 떠올라 달콤한 메세지나 한번 보내볼까 하면서..
'지금 뭐해?' '밥먹었어?' '오늘 퇴근하면 어디서 뽀뽀나 할까?' 라며 나름 나이들은 중년 독거남이..
고심고심해서 메세지를 보내면..답 메세지는 오질 않고..
바로 전화가 온다..
마누라는 '저녁은 어디어디에서 먹을거야..캐쥬얼한데니..후드입고와도 돼 그리고 cheesy(느끼)한 멘트는 제발 그만해'
그래서 그 후 연애부터 결혼때까지 메세지를 보내는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은 결혼기념일이였다 ㅎㅎ
나름 좋은 와인도 구해서 멕였더니 피곤하다면서 바로 코를 골면서 잔다..
다행히 느끼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뭔가 좀 아쉬워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