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다닐 때의 일입니다.
교내 어딘가의 등나무 아래에서 세상 늘어지게 끽연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차 한대가 눈에 띄더래요
왠 차가 트렁크가 열린 채 주인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어요
구름을 즐기는 10여분 내내 차주인이 나타나지 않길래
아무래도 신경쓰여서, 저걸 내가 닫아줘야 하나.. 하다가
혹시라도 무언가 없어졌을 수도 있고, 역시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닫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리고 요즘은 트렁크를 버튼 눌러서 자동으로 여닫는 걸 몇번 본 기억도 났고요.)
차에 적힌 전화번호로 'XXXX차주분! 트렁크가 열려있으니 확인해보세요' 라고 문자를 보내고
자리를 떠서 그 차가 보이는 먼 발치쯤 가다가 힐끗 돌아봤더니 누군가 급하게 나와서 그 차로 향하길래
왠지 뿌듯- 하게 가벼운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전화까지 하셔서 고맙다고.. 헤헷
이렇게 뿌듯하게 끝나면 이불킥 각이 아니죠.
별개의 사건이지만, 그 뿌듯함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때 였습니다.
아마 그 날이나 다음날 저녁이었을 거예요.
과 건물 앞에서 친구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차 한대가 또 눈에 띄더래요.
분명 주차되어있는 차인데, 저런! 미등이랑 안개등을 안 끄고 내렸나 봐요.
저거... 저거 저거 수업 들어간 사람 차면 몇시간 동안 배터리가 방전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문자라도 보내주려고 다가가서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는데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면서 운전석에 타고 있던 양반이랑 눈이 탁 마주침
...어둑어둑한 날씨에 틴팅이 진해서 운전자가 타고 있는데 그걸 몰랐던 거죠..
그날 제 이불은 대기권을 돌파했습니다★
아직도 그 상황만 생각하면 마음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숨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