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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의 억울함
게시물ID : sisa_840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분
추천 : 1
조회수 : 3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25 11:50:49

이태원 살인사건의 최종판결이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도피아닌 도피생활을 하다 송환된 피고는 20년이라는 중형을 언도받았습니다. 
돌아가신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는 얼어붙은 계절의 바람을 이겨내며 법원 앞에서 아들의 한을 풀게되었음을 안도하였습니다. 
마이크에 둘러싸여 말하는 어머니는 주름지었고, 당당했으며, 어딘가 모르게 깊은 슬픔이 천착되어있었습니다. 

최순실의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특검으로 끌려가는 그녀는 더이상 마스크를 쓰지도,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습니다. 
죽을죄를 지었다며 울먹이며 말했던 겨울의 초입에서, 냉기로 숨쉬는 지금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때와 다르게 억울함과 부당함을 소리높여 외치며 특검으로 올라가는 승강기에 몸을 올렸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은 주름진 어머니와 국정농단의 주범이 한결같이 가지는 동일한 감정이라는게 참 어색합니다.  
백두대낮에 난자당해 세상을 등진 아들의 어머니가 외치는 절절함은 근 20년 가까이나 계속되었고, 우리 사회는 그 억울과 부당을
알지만 해결해주지 못한 원죄를 지니기에, 우리는 그녀의 주름과 당당함에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허나, 반세기 넘게 이어온
권력의 카르텔에 기생했던 사회정의의 적이 부르짓는 억울과 부당의 하소연을 바라보는 우리는 죽을죄를 지었다던 
겨울 초입과 지금의 괴리를 기가찬 모습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두가지의 억울함이 교차하는 차가운 오전이 지나기 전에 두 곳 모두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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