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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힘들었던 만큼 긴장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당신들 차례니까.#06
게시물ID : wedlock_73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잊었다
추천 : 3
조회수 : 19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10 21:30:28
지난 이야기.
제가 힘들었던 만큼 긴장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당신들 차례니까.#01
제가 힘들었던 만큼 긴장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당신들 차례니까.#02
제가 힘들었던 만큼 긴장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당신들 차례니까.#03
제가 힘들었던 만큼 긴장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당신들 차례니까.#04
제가 힘들었던 만큼 긴장하셨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당신들 차례니까.#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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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장인되실분의 의견을 수렴하여 애초에 계획했던 주택자금중 대출금 3000만원은 1500만원씩 각자 부담하는 것이 아닌 본인 명의로 3000만원 전액을 대출받았다. 우격다짐으로 이뤄낸 집 장만과정에서 대출금 명의를 내 앞으로 전액 돌려놓은것은 어느정도 이 상황을 윤허해주신 그분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동거중 큰 싸움으로 헤어짐까지 고했었던 때에 그녀는 일찌기 동거하던 집에서 여자기숙사로 짐을 옮겨놓은 상태였고, 나는 여전히 그 집에서 살았으므로 두 집 살림을 하나로 합치는 큰 일이었지만 각자 살림이 크지 않았고 내 경우에는 몇벌의 옷과 전자제품, 그녀의 경우에는 옷상자와 수납가구 몇개가 전부였다.
 
 
다행이도 그 당시 주인집 아저씨께서 트럭(1.5톤 정도의 트럭이었는데 화물칸이 덤프기능이 되는 특수차량이었다.)을 갖고 계셔서 이삿집센터의 손을 빌리지 않고 주위 지인들과 함께 이사를 끝마쳤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는 그 날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사하기 불편한 날씨였음에도, 온몸이 비에 젖어들었음에도 그저 기분이 좋았었다. 사실 그 때엔 똥을 뒤집어 썼어도 마냥 즐거웠을 것 같다. 전세집이지만 내 생에 첫 집다운 집을 이뤄낸 날이니 말이다. 더불어 내 사람이라 칭할 사람까지 옆에 있으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앞으로 펼쳐질 나날이, 1년 앞이, 2년 앞이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 그랬을 터였다..
 
 
본인은 전세금을 제외하고도 200~300만원 정도의 자투리 금액이 남아있었고 이 돈으로 나름대로 혼수라고 55인치 TV, 815L양문형 냉장고, 세탁기 등등을 어머니의 신용카드를 빌려 30만원 상품권 프로모션을 받아 세탁기는 거의 무료로 가져올 수 있었다. 냉장고를 사주며 '이제 네 냉장고다.'라며 그녀에게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2년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준 110만원짜리 01년식 흰색 마티즈는 폐차값만 받고 아동복지시설에 싼 가격에 양도할 계획이였고, 그 당시 인터넷슈퍼카라 불리던 '현X자X차 엑X트 디젤 수동 1.6'을 신차계약하고 출고하는 날 기존에 타고 있던 마티즈는 복지시설에 양도하였다. 야물딱지게 집, 차, 혼수등을 전부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정도 정리가 끝난 후 장인께서 모든 정리가 끝난 집에 오셨다. 번듯한 가구들과 남부럽지 않은 집, 우려하고 걱정했던 자신의 행동이 무색하셨던듯 이도저도 아닌듯 하였으나 확실히 기쁘기는 했던 복잡한 입장이셨었나보다. 오셔서 하셨던 말씀이 '내 딸 기 죽지 않게, 번듯하게 잘 꾸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다. 일전에 안좋았었던 때의 머쓱함이 채 가시지 않았던 터라 무어라 겉으로 드러내기가 오묘했지만 긍정적으로 봐주신 장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음은 당연지사였다. 그리고 어렵게 운을 띄우시곤 이야기를  하셨다. '이도저도 받지 않겠다는 너희들에게 조금 석연치 않겠지만 아빠(본인을 그렇게 부르셨다)가 약소하게나마 준비한게 있었다고, 그런데 너희가 이렇게 알아서 차까지 마련할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시면서 너희를 위해 작은 중고차라도 한 대 마련해주고자 통장을 하나 만들어서 계속 저축을 해왔는데 이 통장이 소용이 없어졌으니 다른 것이라도 괜찮으니 이야기 해보라고 했었다.
 
 
그 당시 그녀와 나 사이의 의사소통의 갭이 꽤 벌어짐을 자각했을 때여서 아버님께서 감명깊게 읽었던 책 한권을 그녀에게 선물해주십사 부탁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너털웃음을 지으시더니 봉투를 하나 꺼내어서 100달러 지폐라며 건네주셨다. 꼭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다가 신혼여행 때 보태어 쓰라는 말도 잊지 않으셨다. 그 것 만큼은 군말없이 받아뒀던 기억이 난다. 금전이 아닌 아버지의 마음이었으므로.
 
 
그녀가 받아들자마자 새 지폐를 반으로 칼같이 접어버리면서 세 사람의 입에 함박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 지폐를 접어서였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이후로 이 세사람은 진정한 마음으로는 앞으로 단 한 번도 함께 웃을 수 없게 되어버리니 말이다.
 
 
#추후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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