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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덕의 전설 업힐왕 김팔용 선생님 만나고 왔습니다.
게시물ID : bicycle2_469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동왕카네기
추천 : 28
조회수 : 4286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7/03/17 10: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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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사진으로 너무 유명하신 분이니 별다른 설명은 안해도 되겠죠?? 사실 만나고 온건 2월 말이라 조금 되긴 했습니다. 갠적으로 자덕이다보니 일을 할 때도 약간 사심이 묻어나는 취재를 하곤 하는데, 자덕들에게는 뭔가 도시전설(?) 같은 존재라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취재 차 1박 2일 정도를 함께 붙어다녔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동안 정말 큰 감동을 느끼고 왔네요.

사실 김팔용 선수의 이야기야 인터넷에 조금만 쳐도 많이 나옵니다. 뭐 강원도 삼척에서도 완전 오지인 칠째골에서 태어나 요리사로 살다가 주식투자로 30대 중반에 전재산을 잃고... 폐인처럼 지내다가 건강을 위해서 30대 후반에 처음 오른 자전거... 밤낮 없이 자전거를 타면서 1년도 안되서 대관령 힐클라임 대회 첫 출전에 mtb 3그룹 1위를 시작으로 위의 사진 속 에피소드가 담긴 5회 대회까지 이력이 화려하죠.

그런데 2008년 교통사고 이후에는 자세한 이야기들이 별로 없더라구요. 다들 김팔용 선수 하면 저 사진과 함께 '장비보다 엔진' 같은 이미지로만 기억하지, 교통사고 이후에 그가 뭘 하는지, 어떻게 극복했는지, 지금은 어떻게 자전거를 타는지 뭐 이런 것들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건데 정말 직접 이야기를 해보고 선생님의 생각을 들어보니, 이분은 인격적으로도 정말 존경받을만한 위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자전거는 트렉 에몬다 sl6였던것 같은데 뭐 일반인 기준에선 좋은 자전거지만, 자덕들 입장에서는 뭐 딱히 기함급 머신도 아니고 그냥 괜찮은 카본 자전거 정도... 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나마 그 자전거도 4월에 열리는 어라운드삼척 주관이 트렉이라서 홍보대사 겸 협찬받은 바이크라더군요.

장비도 정말 평범했습니다. 상의도 저지가 아니라 그냥 운동복이었고, 장갑도 사이클용 장갑이 아닌 그냥 일반 장갑 끼우고 라이딩 하시더군요. 물통도 따로 없이 가방 안에 1.5리터 pt병에 매실차 담아오시고....

암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사실 지금도 김팔용 선생님께 수많은 기업이나 방송국에서 강연요청이니 오락프로그램 섭외니 하는 연락이 종종 온다고 하더군요. 이분이 만약 부와 명예에 관심이 있었으면 그런거 다 수락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한사코 하시는 말이 "제가 뭐 남들에게 가르칠만한 그런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방송국 연락도 부담스러워요. 제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벌벌 떨어서"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도 "자전거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하는건 좋습니다"라고....

2008년 교통사고 이후로 발목이 완치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는데, 그 사고 때문에 느낀게 많다고 하십니다. 이후로는 이제 치열하게 경쟁했던 지난 날보다, 오히려 순수 아마추어 선수이자 자전거 동호인으로서 주변 사람들과 같이 타면서 자전거를 더욱 순수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하시네요.

아무래도 사고 트라우마인지 더이상 크로스컨트리 대회는 참가는 안한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사진으로 자신을 유명하게 해준 대관령 힐클라임은 무조건 매년 참가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지난해 강릉 280 랠리 참가하셔서 완주하셨는데 이게 삼척에서는 처음으로 완주한 선수라고 합니다. 280 랠리가 비경쟁 대회이긴 하지만, 36시간 컷오프인데 26시간 만에 골인하셔서 기록으로만 보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타임인걸 보니 그래도 여전히 좋은 상태는 유지하고 계신듯 합니다.

꿈이 정말 순수하시더군요. 지금 삼척에서 옥류관 이라는 냉면집(은 사실 누님이 운영하시고 본인은 원래 정육 쪽 발골 일을 계속 한다고 하시네요)을 운영중인데, 좀 더 큰 고깃집을 차려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1톤 트럭을 사서 맛집 찾아다니며 여행하는게 꿈이라고 하십니다. 왜 1톤트럭이냐고 물어보니깐, "캠핑카를 사고 싶은데 그건 비싸잖아요. 그래서 1톤 트럭을 캠핑카처럼 꾸며서 거기서 먹고 자고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다 울컥하더군요.

취재 다 끝나고 종종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꼭 하시는 말씀이 "올해 여름에는 같이 촬영했던 pd님이랑 꼭 삼척 놀러오세요. 저희집 방 비워두겠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주식투자로 전재산 잃고, 교통사고로 다시 자전거를 못타게 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게 사람 인생이죠 뭐... 인생은 기복이 있기 마련이잖아요"라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말씀하시는 모습들, 소박한 꿈과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너무나도 착한 인성 등.... 정말 제가 훌륭한 분을 뵙고 온 것 같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이제 꽃길만 걸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아 그리고 왠지 사족같지만... 혹시라도 디테일하게 궁금하신 분 있으시면 인터뷰를 참고하시라고...(데헷)

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409&aid=0000006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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