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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한테 살해당할 뻔한 이야기
게시물ID : animal_1781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되능교
추천 : 15
조회수 : 971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7/03/19 09:15:50
작년 3월 이후로 내 아침은 대부분 보리의 꾹꾹이로 시작된다.
보통의 집사였다면 고양이님의 아침꾹꾹이는 그저 감격스럽고 황송한 일이었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보리는 흔히 대형묘로 분류되는 노르웨이숲이었다. (사실 크기는 고양이보단 삵에 가깝다.)
그에따라 자기딴에는 꾹꾹이라고 한 행동은 내겐 건장한 성인남성의 CPR로 느껴질때가 종종 있었다.
여하튼 입맛이 없는 날이라고는 냥털나고 한번도 없었던 왕성한 뚠냥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고양이는 역시 뚱냥이지!'라는 모토 하에 보리의 체중관리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보리의 뱃살들을 붙잡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고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 이런게 키잡이라는 건가.. 하며 뱃살에 얼굴을 파묻은채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하루는 본인이 새벽까지 퍼마신 덕에 해가 중천이 될때까지 퍼질러 잔적이 있었다.
놀아주는 것은 고사하고 밥그릇이 텅텅비어 있는데 자빠져자고 있던 내가
못마땅했던 보리는 조용히 침대 옆 옷장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자신의 육중한 몸무게를 망각한 채 그대로 내 명치를 향해 뛰어내렸고 자다가 영문도 모른채 급소를 가격당한 본인은
도마 위 생선마냥 침대 위에서 산소를 찾아 펄떡거렸다. 이 덕분에 난 여지껏 말로만 듣던 '자다가 봉변'이라는 표현이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지 알게 되었고, 지금 내 방에서 옷장과 침대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게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 사건 이후로도 이 영악한 생물체는 틈만나면 내가 골로갈만한 혈자리를 찾아 찌르기 시작했고
이따금씩 경동맥에 발톱 세운 젤리로 꾹꾹이를 받을때면 많은 생각이 들곤 한다.
아.. 내가 요즘 보리화장실 청소를 소홀히 했었나.. 아니면 내가 침대에서 같이 자는게 마음에 들지 않는건가..
하다 문득 '이 자식이 내 목에 바람구멍을 내어 새 집사라도 맞이하려는 계략인가'라고 생각하니
내연녀와 바람난 남편이 이혼하자고 찾아온 것마냥 괘씸해서라도 아득바득 같이 살아주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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