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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자서전-20170405
게시물ID : freeboard_15190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게바라
추천 : 2
조회수 : 2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05 02:26:37
12년전, 대학을 졸업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던 계절에 취직해 알바로 번 단돈 100만원 들고 도와줄 형편도 안되는 집을 떠나 서울로 왔다.

습하고 눅눅한, 며칠 관리 안하면 곰팡이가 아마존 정글처럼 무성해지는, 비행기들의 굉음같은 이착륙 소리와 진동이 느껴지는 곳.

신월동 반지하 월세방에 집주인을 설득해 보증금은 매월 분할 납부할테니 우선 월세로 살게 해달라며 협상을 하고 선불로 한달치 월세 30만원 내고

출퇴근 버스, 지하철비 7만원 빼고, 다행이 구내식당 있던 회사라 식대 절반은 회사 지원받아 점심, 저녁값 10만원

핸드폰, 수도, 전기, 가스 등 각종 공과금과 혼자라는 고독과 쓸쓸함을 '스읍.. 하....아' 라는 한숨만으로도 어느정도 달래줬던 담배

사회생활에 필요했던 비상금, 직장동료들과의 식후 음료수, 커피 등 기타 자질구레한 비용 등을 계산하니 아침 먹을 돈은 안됐다.

그래서 아침은 굶었다. 아마 그때부터 습관이 들기 시작핸 거 같다. 아침 굶는 습관



대학 다닐 때 친구들 만나러 나가면 할머니께서 "일찍 들어온나" 하셨고 난 "일찍 들어갈게~ 내일 아침 일찍!ㅋ" 하며 농담반 진담반 처럼 말하면

할머니께선 "망할놈의 손ㅋㅋ" 하시며 내가 점이 될 때 까지 쳐다보시다 사라지기 전에 "차 조심하고~" 라며 나의 안녕을 걱정해 주셨고

난 친구들과의 흥겨움과 알코올에 취해 밤을 꼬박 새고 동이 틀 무렵 걷거나 혹은 첫 버스를 타고 집에 들어가 기절하듯 잠들어도

아침 8-9시면 어김없이 할머니께서 날 깨우며 하시던 말 "아침 묵고 자라"     

그럼 난 짜증을 내면서도 날 위해 차려주신 고마운 마음과 미안함 등의 감정이 밀려와 졸린 눈을 부비며 씻지도 않은채 밥상 앞에 앉아

한 공기를 다 해치우곤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할매 진짜 맛있다!" 하곤 상 치우고 설겆이 하고 "할매, 내 다시 잔데이~"  하며 잠들곤 했다.

그렇게 할머니 덕분에 거의 거른적 없던 아침을 돈이 없어서 굶으니 처음 며칠은 좀 서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니 무덤덤해 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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