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매우 큽니다. 같은 단체 소속이라는 점이 꽤 복잡한 인간 관계를 형성시켜 주더군요..
저보다 두 살 어린 그녀는 제 이상형에 거의...아니 완벽에 가깝습니다. 나, 서른 초반 인생, 짧지 않았던 시절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작년 늦가을 즈음 그녀를 만나고 알게 된게 과연 행운일까요..불행일까요? 행운이라면 왜 이렇게 마음이 구겨지고 아픈걸까요... 불행이라면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왜 이렇게 사랑스러워 보이고 제 기분을 들뜨게 만들까요...이상형은 허공에 존재하고 이상형일 뿐 실제론 만날 수 없는 이미지일 뿐이라고 늘 장담했는데...
그녀는 매우 예쁘고 아름답습니다. 주변에 남성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늘 둘러싸여 있어서 감히 내성적인 제가 다가갈 수 조차 없지요. 용기내어 몇 번 말을 걸어봤습니다. 원래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듯 저에게도 답을 해줍니다. 조금은 다른 뭔가를 혼자 잔뜩 기대한 저는 이내 곧 풀이 죽어버립니다. 그녀는 패션감각과 음악성이 뛰어납니다. 올곧고 정의롭습니다. 활발한 성격으로 취미도 다양합니다. 간헐적이지만 몇 번 주고 받았던 메시지에서 아마 그녀는 제가 마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입니다. 알고도 모른척 하고 있을 겁니다. 셀 수 없이 그녀 뒤에서 챙겨주고 도와주고 행여 단체 생활이 힘들지 않을까 계속 앞길 쓸어주며 묵묵히 곁에 있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저에게 눈꼽만한 호감이 있다하더라도 그걸 키워볼 생각이 없는 듯 보입니다. 제가 그렇게 위장을 잘 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나름 머리를 썼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나중에 그 메시지를 보는 날엔 이불을 두만강까지 날려버리고 싶을 겁니다...
5~6 개월, 그리고 지금도 진행중인 외사랑은 너무 잔인합니다. 매초 매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종일 꿈에서 그녀를 멀리서나마 보고난 후 아침 잠에서 깨어날 때, 답답한 속에 억지로 점심 식사를 쑤셔넣고 휴식시간이 다가올 때면 하루 중 가장 가슴이 뛰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잠들기 전 먹먹해진 마음을 진정시키려 엎드립니다. 일부러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래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습니다..
알면서 이렇게 몇 달간 지내고나니 저 자신이 매우 괴롭습니다. 보통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이내 곧 마음이 평온해질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네요... 제 스스로가 평온해지길 거부합니다. 수 백번 머릿 속으로 정리해봐도 가슴이 먼저 뛰어버립니다. 아마 이만한 사람은 절대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는 지나친 제 상상력의 결과일까요?
그녀를 만날 수만 있다면,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꿔서라도(아니 바꿔야만 합니다)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 줄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가진 잔재주로 세상에서 행복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 사건은 모두 챙겨줄 자신이 있습니다. 물론... 저 만의 생각이지요. 파스텔톤의 캔버스, 피아니스트의 슬픈 단선율, 온기가 남아있지만 이내 옷을 여물고 돌아서야 하는 바닷바람 같은 현상이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자 장면입니다.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봄이 분명히 왔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있어 아직 겨울이 아직 떠나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