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그 중 한명은 10년 가까이 이 업계에 함께 있었으며 그중 6년 정도는 같은 직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이 친구는 일을 참 잘합니다. 별볼일 없는 제가 10여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와.. 정말 일 잘한다고 생각한 두명중에 한명입니다.
작년부터 정국이 어수선할때만해도 술을 마시면 가끔 정치얘기가 나왔는데
이 친구가 지금 30대 후반인데 태어나서 투표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는 겁니다.
술먹고 냅다 욕을 하면서 투표는 꼭 하라고 했습니다.
이 친구는 대학교때 풍물패 동아리 출신이며 운동권이라고 말했던 친구인데 투표를 안했다는게 너무 화가났었습니다.
투표를 안하는 이유는 모든 정치인은 다 똑같다라는게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아야 된다고 얘기를 하여 이후에 꼭 투표를 하겠다고 다짐을 받았고.. 어수선한 정국에 일을 하면서 국정감사를 생방으로 챙겨보는 등 저보다 더 열정적이길래 흐뭇해했습니다.
물론 저와는 다르게 광화문에는 한번도 간적이 없지만요. 애기가 1년이 되지 않아서 그럴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어제 일이 터진겁니다.
그전부터 안철수 얘기를 가끔 하면서 다른 정치인과는 다르게 기업인 출신이라 뭔가 다르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몇번 했었는데
안철수를 뽑겠다길래 제발 다시생각해라.. 이건 아니다라고 하니까 아니 투표하라고 해서 투표를 할꺼고 자기 생각과 소신대로 투표를 하려고 하는데 왜 반대를 하느냐는 겁니다. 반대가 아니라 생각을 해보라고 해도 제가 이러쿵 저러쿵 정치적인 얘기(빨갱이 같은.. 문재인만 얘기하는.. 사실 심상정도 상관없다고 했는데..)를 해서 더더욱 싫다고 합니다.
이명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하고 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냐.. 세월호에 대해 그렇게 안타까워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안철수를 뽑으려고 하느냐.. 라고 해도 자신의 생각에 대해 뭐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저는 진보의 꼰대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문재인을 뽑으라고 하는 거지만 대놓고 문재인 뽑아도 아니고 너무 언론만 믿지 말고 이것 저것 검색을 해보는 등 다시한번 생각해봐라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꼰대짓이 되었습니다.
밤새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잠도 설쳤습니다. 물론 친한 다른 정치적 스탠스가 비슷한 후배들과 통화하여 우울함을 조금은 없앴습니다만..
오늘은 혹시 몰라서 충청북도 음성에 계시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지난 몇번의 대선에서 저희 어머니가 뽑은 대통령이 모두 당선이 되었습니다. 네.. 출처가 이상한 소문들을 저는 저희 어머니께 듣습니다.
반기문이 대권에 도전한다고 했을때 같은 음성에 계시는 어머니와 친구분들에게 도는 소문으로는 반기문은 안된다 였습니다.
요즘엔 그나마 안철수가 괜찮지 않느냐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몇분간의 통화후 1번을 찍겠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영 불안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문재인이 싫다고 합니다. 빨갱이라서.. 그럼 나도 빨갱이냐니까 그렇진 않은데.. 그냥 문재인이 싫다고 합니다.
왜 싫으냐고 하면 그냥 싫답니다. 안철수는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고 합니다. 다행인건 이미 몇년전부터 제가 안철수 욕을 신나게 해놔서.. 저희 어머니는 안철수에 대한 이미지가 썩 좋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투표를 포기할까 고민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1번 아니면 기권을 한다니 다행입니다.
이 글을 쓰는건 일기 같은겁니다. 밤새 너무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 받아서..
진짜 죽쒀서 개주는 경우가 발생하면 정치적 스탠스가 다른 인간관계를 정리해버릴 생각입니다.
힘들게 광화문 다니면서 박근혜 내려앉혔더니 이게 뭔.. 도무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적어도 우리 회사에서는 저만 문재인입니다. -_-;; 왜이렇게 답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