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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맛길 -1
게시물ID : pony_926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쌍끔하게
추천 : 2
조회수 : 29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4/16 0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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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습기가 찰대로 차고, 곳곳에서 음식 잡내가 올라온다.
피맛길이다.
양반대감님들 말지나간다 피하던 길이 아니다.
 ‘馬’이  말로서,  ‘馬’을 필하는 피맛길이다.
말이 말로서 , 말과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들은
, 이곳에 산다.

"안녕하셔요"
갈기를 덮수룩하게 길러넘긴 숫말이 전포안에 고개를 들이민다. 오랫동안 바닷바람을 쐬어 헤어진 피부와 퍼닥 녹슨 편자, 푸석푸석 갈라진 갈기까지, 얼핏봐도 나이가 꽤 되어보인다. 하지만, 입가에 뽀송하게 나있는 솜털과, 아직 굵어지지 못한 목소리는 망아지의 것이다.
"무산 일로 오셨담?"
"아 전포를 무엇하러 들어온들요!"
숫말은 가방에서 편자 한 쌍를 꺼내 탁자위에 얹는다.
아주 호화스러운 것은 아니다. 다만 묵직하고 광이 살아 있는것이, 꽤 좋은 쇠를 대어 넣은 중등품은 될성 싶다.
주인장은 서랍에서 지전 한장을 꺼내어 건낸다. 숫말은 인상을 찌푸리며,
“아 지금 전포장이가 흥성을 하려드는거요? 열댓푼은 더해서 쥐어줘야지!”
하고 성질을 부린다.
이에 주인장은 눈을 뱀처럼 쨍그리더니, 이내 얼굴에 느끼한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야 이놈아 너 몆 살이야? 어린것이 전포에 맘대로 들어오게 되어있나?”
“어리기는!  이 양반이…”
“그리구 이놈아, 장물은 원래 정가의 십분지 오육은 때는 것이 맞는것이야!”
“장물이라니!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주인장은 이거다 싶었는지,
“어린놈이 이런거 들고 피맛길 오면, 누군들 장물인지몰라!” 하고 억지를 쓴다.
“말도 안되는 소리 마시오! 그거나 도로 돌려 주시오! 이럴시간 없소!”
그러나 주인은 편자를 서랍 속에 집어 넣고는 헛기침을 한다. 그러더니, 전포 구석에 푸리기나 질겅이던 덩치들이 일어나 숫말의 등어리를 잡아챈다.
“저 장물은 내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나으리들께 넘길 것이여! 느거도 잡혀가기 싫으믄, 이거 두고 꺼지 그래이!”
숫말은 덩치들에게 잡힌채로 소리지른다.
“야 이것들아! 놓아라! 저것은 장물이 아니여! 우리 누이 앓아누웠다! 아부지 쓰던 편자라도 넘겨서…”
“시끄럽다! 절리 던져 뿌리고 샷다 내려라!”
“안된다 이놈들아! 안된다 이 새끼들아!”
이내 숫말이 가게 밖에 패대기 쳐 지고, 셔터가 내려온다.
숫말은 셔터를 마구 흔들며 울부 짓는다.
“그거 읎으믄 우리 누이 죽는다 이놈들아! 내놓아라! 우리 누이 죽는다!”
주인장은 딱한듯 편자를 들고  창가로 가서 숫말을 보더니, 덩치들에게 외친다.
“야들아! 요따 비 그치걸랑 이거좀 건넛 쇠빵에 팔고오너라. 술도 좀 사오고!” 하고는 편자를 가게 안쪽으로 던지고 소파에 눕듯이 앉는다.
그러고는, 비릿하게 웃는다. 
창밖에서 문에다 대고 꺼억이는 숫말을 보며.


말이 말로서 , 말과 어울리지 못하는 우리들은
, 이곳에 산다.
출처 비정기 포니군상 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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