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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 날은 흐린 하늘이었습니다.
분명 1시 쯤이었는데도 어두컴컴했지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들더군요.
검은 비니모자에 흙색 얼굴빛을 띈 한 남자였습니다.
큰 가방을 쑥 집어넣더니 털썩 앉더군요.
수염이 드문드문 나고, 눈이 퀭한게 조금 꺼려지는 손님이었죠.
그래도 뭐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디까지 가세요?"
"행복초등학교까지."
그럼 저는 그냥 "예에." 하고 악셀을 밟을 뿐이죠.
덜컹덜컹 가는데 뭐라고 할까.
저희들은 침묵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제가 먼저 입을 열었죠.
"초등학교에는 무슨 일이신가요?"
"아.. 딸을 보러갑니다."
저도 이제 5학년 되는 딸이 있습니다.
그래서 막 딸 이야기를 좀 했죠.
그 아이는 언제나 착하고 귀엽거든요.
딸 자랑이야 몇년이라도 할 수 있겠죠.
엄마를 닮아서 정말 예쁜 아이입니다.
근데 그 남자 얼굴을 새카맣게 그냥 울적해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던 말을 멈추고 물어봤죠.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고.
그랬더니 그가 팍 인상 쓰면서 말하는 겁니다.
"딸아이가 제게 아빠따윈 싫다고, 죽어버리라고 하더군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시다시피 예절교육은 중요한거 아닙니까?
솔직히 아들이던 딸이던 내 자식이 그런 말을 하면 혼내야죠.
그래서 제가 확실히 혼을 내서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겁니다.
뭐, 그 아이는 혼나는 것이 맞으니까요.
그리고 학교에 도착했죠.
그가 딱 돈을 맞게 갖고 있더군요.
그는 아무 말 없이 내렸고 저는 잠깐 졸려서 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이런 곳에 있더군요.
제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더 듣고 싶으신가요?
이건 뭡니까?
아. 제 딸이네요.
정말 귀엽지 않습니까?
착한 아입니다.
그 반지는 저와 아내의 결혼반지인데요?
근데 원래 저렇게 검붉은 건 아닌데..
시치미떼지말라뇨?
무슨 말입니까?
피라구요?
뭐요?
당신 누구야!
당신 우리 가족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내 딸이랑 아내한테 손댔으면 죽을 줄 알아!
뭐야?
그 사진이 뭔데?
뭐?
이게 내 아내라고?
머리가...
아냐.
헛소리 집어쳐.
저런 얼굴도 다 부서진 고깃 덩어리가 내 아내라고?
그 사진은 또 뭐야?
딸?
토막난 저게 내 딸일리...
저 목걸이는...
너냐?
너가 그랬냐?
죽여버리겠어!!
지금 당장 죽여버리겠어!!
이걸 보라고?
택시잖아?
저건 그 손님이고.
그러고보니.. 저학교는 우리 딸이 다니던 학교였어.
그 자식이냐?
그 자식 지금 어딨어.
죽여버리겠어!
지금 당장 어딨는지 말해!!
"그러니까 시치미 좀 떼지 말라구요."
그는 탁 하니 무언가를 책상에 두었다.
나는 그를 노려보다가 이내 그것을 보고 말았다.
그곳엔 내가 있었다.
검은 비니를 쓴
거무튀튀한 남자.
수염은 대충 깎였고
눈을 퀭한.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본다.
"이제 기억납니까?"
붉게 물든 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
딸의 절규와 그 말.
아빠따윈 죽어버려였나.
"형사님."
"예절 교육은 중요한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