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내 자취방에 혼자 있다. 토요일을 맞이해서 여자친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 다시 돌아오지만 뭔가 허전하기도 하다.
혼자 내 방에 있으면서 청소를 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술을 먹지는 않지만 맛 때문에 사 놓은 헛개수, 여자친구가 즐겨먹는 옥수수 수염차,
내가 좋아하는 주스들. 전부 액체만 가득. 냉동실에는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세일을 맞이해서 대량으로 사놓았다. 욕실에는 내가 정말
애정하는 샤워 헤드. 물줄기가 아주 사람 피부를 뚫을 정도로 강렬하다. 처음에는 진짜 고슴도치가 되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꽤 익숙해진
은혜로운 물줄기로 욕실을 청소하고 나서 발을 닦은 후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늘 나에게 기대어서 품에서 꼼지락 거리던 여자친구가
없으니 허전함은 엄청났다.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끊은 여자친구는 다시 영상통화로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방에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영상통화에 임하는 여자친구의 곁으로 여자친구의 여동생이 와서 나에게 손인사를 했다. 정겹게
통화를 나누고 나서 전화를 끊은 나는 다육이 화분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 방의 신스틸러로 등극한 다육이 화분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통화를 끊기 전에 여자친구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영상통화로 보고 있어도 보고 싶어."
사실 나도 그렇다. 쑥스럽지만. 여자친구가 보고 싶다. 여자친구의 사진을 보고 있어도. 휴대폰에서 여자친구의 사진을 찾아봤다.
내 품에 안겨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저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나의 허전함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내 자취방에는 책상, 티비, 컴퓨터, 침대 등 여러가지 사물들이 있다. 하지만 뭔가 텅 비어있는 공간인 것 같다.
허전함이 커져서 이렇게 글을 끄적이는 순간에도 난 휴대폰에 있는 여자친구의 사진을 본다. 여자친구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정말 크게 자리잡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하지만 말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그만큼 소중하기에. 들키고 싶지 않은 심리라 할까.
하루정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런 허전함을 안겨준 그녀의 부재라는 상황은 또 다시 그녀를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