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중요한 일 때문에 나는 침대에 누워서 물끄러미 내 옷걸이를 바라보았다. 걸려있는 수트를 보며 몇년 전을 떠올린다. 면접을 보는 그 광경.
긴장하지 않은 척하려고 애써 화장실에서 표정연습을 하던 그 때의 그 모습. 어찌보면 풋풋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기도 한 그 모습.
다시 한 번 그 광경이 재현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여자친구 부모님의 초대를 받아 집으로 가게 되는 이틀 후의 그 시간을 생각하니 갑자기
아득해진다.
명절 때의 그러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 여자친구의 언질로 개괄적인 내용은 알고 있지만 사실 정말 긴장된다. 내 신상의 큰 변화일지도 모르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의 첫 단추가 될지....... 생각해보면 여자친구가 오히려 나보다 더 신경을 써야하는데 여자친구의 생각은
예전부터 바뀌지 않고 있다. 참 한결같다. 신기하게도.
신발장의 윙팁 구두와 수트를 바라보며 이 더운 여름의 야속함에 또 한 번 나는 날씨는 체크했다. 덥다. 매우. 여자친구는 긴장 풀라며 내 볼을
쓰담쓰담했지만 이상하게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내일 일이 손에 잡힐지도 미지수. 하루종일 다음날의 거사를 생각하며 이리저리 시간을 허비할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다이어리에 적힌 내일의
일정에 눈을 돌렸다. D-1. 이거 외에는 적힌 것도 없었다.
하........... 여자친구는 싱글벙글이다. 남녀가 바뀐 것 같은 이 상황이 싫지는 않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이 글을 쓰면서도
머리는 이틀 뒤를 생각하고 있다.
*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이래저리 일이 많았거든요. ^^. 어쩌면 반지가 그려진 게시판으로 옮겨갈지도 모르겠습니다. ^^;;;;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은 상황이네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흘러갑니다. 인연은 어딘가에 다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