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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이 본 덩케르크 썰풀이(미리니름 주의)
게시물ID : movie_688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uple
추천 : 15
조회수 : 1189회
댓글수 : 31개
등록시간 : 2017/07/24 12:33:04
*이하의 글은 영화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보시지 않았다면 백스페이스를 눌러 돌아가시는 걸 권합니다*

던커크나 됭케르크라고 부르는 게 맞지만, 허마이오니가 헤르미온느가 되는 동네니까 그냥 넘어갑니다.

ㄱ. 이 영화의 배경이 뭐냐?
2차대전 초기, 마지노선을 믿고 앉은뱅이전쟁(포니 워)을 벌이던 프영 연합군은 아르덴에서 깜짝 등장한 독일군에게 탈탈 털립니다.

프랑스 전선이 순식간에 정리된 건, 독일이 잘 싸운 점도 있지만 프랑스가 굉장히 무능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략 예비대도 두지 않고 북부에 올인했다 말아먹죠.

사방으로 포위된 덩케르크에서 어떻게든 병사들을 빼오려고 아둥바둥한 게 다이나모 작전, 그러니까 덩케르크 철수작전입니다.

ㄴ. 독일 지상군은 왜 정지했나?
작중에선 탱크보다 폭격으로 괴롭히는 게 더 쉬우니까 그러는게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그건 아닙니다.

2차대전 독일군 이미지는 대체로 전차군단, 기계화보병 와글와글인데, 실제로는(..) 독일군을 창으로 친다면, 창날 정도만 전차+기보 조합이지 창대는 보병부대+말이 끄는 수송부대로 가득이었습니다.

창날만 앞서가자, 창대와의 간격에 대한 걱정이 커졌고(저 간격에 영프가 제대로 찔러넣으면 소중한 전차부대가 녹아버릴 수 있었죠) 아라스 전투 이후 히틀러는 정지명령을 내립니다.

ㄷ. 시작부분 번역은 왜 그 모냥일까?
독일이 영프벨 연합군을 덩케르크로 몰아넣었고, 몰린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영국으로의 수송, 기적이었다는 글이 올라옵니다.

보통 번역투니까 피하라는 것 중 하나가 피동형의 남발입니다. 그런데 본문 텍스트는 능동형인데, 자막은 그걸 굳이 피동형으로 바꿨더라고요. 토미(영국군 보병을 속되이 부르는 말)놈들이 얼마나 꿈도 희망도 없는지 보여주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왜 굳이(..)

ㄹ. 이 줄은 척탄병줄이야!
줄 뒤에 섰더니만 여긴 척탄병 전용이라고 쫓아내죠.
전근대 시절 유탄을 전장에서 멀리 던지려면 크고 아름다운 덩치들만 모아야했죠. 총알이 빗발치는 최전방에서 싸워야 하는만큼 용감하기도 해야 했고요. 이후로 척탄병은 정예병을 일컫는 말로 쓰일 정도가 됩니다. 알보병에 비해 철수에서 우선순위가 될 법하죠.

ㅁ. 저 거지같은 소리를 내는 폭격기는 뭐야?
JU87 슈투카입니다. 급강하폭격기로 초기 독일군 진격에서 날아다니는 포병 역할을 톡톡히 해줬죠. 사이렌을 달아 급강하 시에 거지 같은 소리로 지상병력의 사기를 깎아먹는데 잘 썼습니다.

좀더 크고 폭탄창에서 우수수 폭탄을 떨구던 녀석은 He 111입니다. 하인켈 쌍발 폭격기인데, 여객기 베이스로 개조한 물건입니다. JU88이 더 좋지만, 그걸 왕창 뽑아낼 수 없어서 하인켈을 전쟁 내내 써먹습니다.

자막 관련 불만이 또 있는데, 급강하폭격기(Dive bomber)를 그냥 폭격기로 번역하더라고요. 이건 또 왜인지(..)

ㅂ. 유보트에 당했어요!
막상 이 시즌에 유보트는 다른 곳에서 할 일이 많아서 다이나모 작전 중 어뢰 공격으로 날아간 선박은 얼마 안됩니다. 작중에 어뢰로 고통받는 토미들은 참 운이 없는 쪽이에요.

ㅅ. 이 배 선장은 나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영국은 민간선박을 징발합니다. 애송이들에게 내 배를 맡길 순 없어!라며 선장님들이 직접 몰고 간 경우가 흔합니다.

ㅇ. 전쟁이 저 사람을 망가뜨린 거야.
선장님이 쉘 쇼크(Shell shock)라고 아들에게 알려줍니다. 이 부분 번역도 좀 불만스럽지만, 그건 넘어가고. 1차대전 당시 무인지대를 사이에 두고 어마어마한 포탄이 양 진영을 오갔습니다. 포격에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병사들이 생겼고, 그게 쉘 쇼크입니다.

이게 PTSD라는 정신질환이라는 게 명확하게 밝혀진 건 근래의 일입니다. 겁쟁이 취급하며 갈구는 일이 아주 흔했죠. 패튼이 환자에게 저지른 짓처럼요.

ㅈ. 우리 불쌍한 깁슨
전쟁터가 얼마나 숭악한 곳인지, 생존욕구가 얼마나 격하고 무서운지 보여준 깁슨입니다. 독일군 스파이라며 몰아대자, 결국 불어로 말을 하죠.

그때 토미놈들 반응이 "너 임마 Frog!"입니다. 영국이랑 프랑스가 얼마나 사이좋은(?) 이웃인지는 익히 아실 거고, 영국에선 프랑스에서 개구리를 먹는다는 이유로 프랑스인을 낮춰부를때 저 표현을 씁니다.

이 부분 번역도 좀 아쉬웠습니다. 저 표현을 찰지게 살리질 못하더라고요. 토미놈들을 여럿 살린 깁슨은 마지막 순간 배를 버리고 나오라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다가 깁슨!이라고 부르자 그제서야 탈출하려다 그만(..)

ㅊ. 스핏파이어가 최고다
스핏파이어가 좋은 전투기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덩케르크 상공 고고도에서 기다리고 있던 Bf109도 좋은 물건이었고, 다이나모 작전 중 영국 공군은 다수의 항공기와 조종사를 잃고 맙니다. 작중에서도 스핏파이어 3기를 잃죠.

영국 본토에서 출발해서 덩케르크 상공에는 40분간 체공할 수 있었다고 나오는데, Bingo fuel(기지까지 돌아갈 연료만 남았을 때) 상태에선 귀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한국공군의 KF-16이 독도 상공에 체공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작중에선 고장난 연료계를 대신해서 꾸역꾸역 수기와 시계로 연료소모량을 계산하죠. 빙고퓨얼 상태에서 고민하다 "하나님, 복귀하는 거 포기하고 저 하인켈은 제가 때려잡겠습니다!"라는 느낌으로 밸브를 확 열고 돌아갑니다.

저 시절엔 항공기 연료밸브를 수동으로 조작했습니다. 속도를 내고 싶으면 밸브를 활짝 열고, 그게 아니라면 조금 열고 하는 식이죠. 먼 거리를 가려면 밸브를 조금 열고 경제주행해야 했고요.

ㅋ. 니들 공군놈들은 한 게 뭐야?
이건 저때 토미놈들이 정말 그랬다고 합니다. 다이나모 작전 중에 엄호한다고 영국 공군이 170여대의 항공기를 날려먹었는데, 불행히도 항공전이 좁아터진 덩케르크에서 보이지 않은 곳(바다 위라던가)에서 자주 벌어져서 그걸 토미놈들이 알아주질 않았다고. 이때 입은 손실 덕에 영국항공전에서 꽤 고통받게 되죠.

ㅌ. 조국이다!
저 나쁜 토미놈들은 본토에 돌아갔다가 북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유럽 전역에서 고통받는 미래가 펼쳐집니다. 2차세계대전은 아직 초입부에 불과했거든요.


※쓰다보니 굉장히 길어졌네요. 덩케르크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알고 보면 볼 것도 생각할 것도 많은 영화입니다. 다른 곳에 올렸던 글을 일부 고쳐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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