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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게시물ID : readers_293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도박사
추천 : 4
조회수 : 19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8/23 02:07:20
자전거로 전국일주! 내 버킷리스트의 마지막을 제주도일주를 끝으로 집에 복귀하는중이었다.
극심한 배멀미때문에 선실에 누워 잠들기만을 기다리다가 도저히 잠이 안와서 담배를 피러 밖에 나왔다.
기괴한 회색 해무가 바다에 잔뜩 껴있었고 갑자기 배가 덜덜떨려왔다.
배에 타고있던 승객 모두가 알수없는 공포감에 휩쌓여 집단으로 미쳐돌아갔다.
머리가 벗겨진 노신사는 젊음을 불태워 한창 미모를 뽐내는 처녀의 두피를 벗겨냈고
이제막 신혼인듯 한창 닭살이 돋을만큼 알콩달콩하던 부부는 서로의 얼굴만 남을때까지 물어뜯어 삼켜냈고
누군가가 불을 질러 대화재에 휩쌓인 배의 모두가 도무지 상상조차 할수없을만큼 광기에 휩쌓여 온갖 끔찍한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다.
그리고 나는 끔찍할정도로 침착하게 그 모든 군상극을 마치 영화를 보듯 관람하며 세상이 떠나가도록 웃고있었다.
미쳐돌아가는 배에 멀쩡한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었다.
아니, 미치광이놀음에 멀쩡하다는건 나또한 미쳤기에 정상이라는건가?
그딴건 중요치않아 나는 멀쩡해! 오직 나만이 정상이야!
영원토록 이어질것같은 미치광이놀음이 어느순간 끝이났다.
이 모든것은 꿈이였다. 두피가 벗겨져 온몸에 피칠갑하던 처녀도 신혼부부도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꿈이었다.
꿈이었음을 깨닫는데 한참이 걸렸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뒤따라왔다.

나는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 인류가 그 끔찍한 참극을 함께했었단걸 알게되었다.
그날 인류는 멸망했다. 꿈에서 깬 60억 모든 사람들의 대다수가 자살을 했고 남은건 시체와 시체와 시체들. 살아 움직이며 폭력적인 걸어다니는 시체들뿐이다.
나는 멀쩡히 제정신을 유지하고있다.

쾅쾅쾅쾅쾅쾅쾅!

문을 부수며 시체가 들어왔다. 시체에게 뜯어먹히면서도 끔찍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있다.

오직 나만이 정상이다. 그래! 나는 정상이야!

입 안에 가득히 퍼지는 혈향이 황홀할정도로 맛있지만 나는 정상임이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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