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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뒤늦은 스파이더맨:홈커밍 리뷰
게시물ID : movie_702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4
추천 : 3
조회수 : 63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2 14:03:16
누군가는 말합니다. 이번 홈커밍은 액션이 너무 심심했다고.
사실 본작이 이미 두차례나 시리즈물로 영상화 된 전작들에 비해 액션이 덜 화려하고 심심했던건 사실이죠. 그러나 저는 이것이 감독의 연출력 문제라기보다 각본단계에서 이미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 봅니다.

이번 홈커밍에서의 피터파커는 미숙한 청소년 히어로입니다. 어른의 세계에 끼고 싶어 안달난 고등학생 청소년이자, 이미 구축된 MCU 세계관 속 어벤져스라는 굳건한 히어로 커뮤니티 안에 포함되고 싶어 안달난 초짜 슈퍼히어로죠. 이 점은 그간 샘레이미의 스파이디나 어메이징 스파이디에서 놓치고 지나갔던 피터 파커의 주요 정체성 하나를 전면으로 내세워 캐릭터를 풍부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전작들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입니다. 피터 파커라는 매력적 캐릭터는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전작들이 그 중 특정 면들을 잘 표현해준 반면 미숙한 고등학생 히어로라는 부분은 많이 생략되었으니까요. 그러면서 동시에 이미 10여년 가까이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지각생으로 합류한 스파이디를 매끈한 설정으로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딱 그 나이대 청소년이 몸은 아직 미숙한데 어른의 세계에 끼고 싶어 안달내는 모습을 청춘드라마로 그려내면서, 이미 구축된 어벤져스 커뮤니티에 포함되고픈 초짜 히어로의 조급함을 근사하게 매칭시켜냈거든요. 그러기에 이번 홈커밍의 중요한 주제는 아직 미숙한 청소년 히어로의 성장드라마입니다. 어른들 세계에 끼려고 안달내다 사고를 치고 그 수습과정에서 자신의 미숙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성장을 이뤄낸다, 익숙하고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이 주제를 매력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변주한 것은 역시 마블 스튜디오다운 솜씨라 보입니다.

마블스튜디오는 이번 작에서 힘을 많이 빼고 ‘버림의 미학’을 실천했습니다. 사실 마블 최고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디의 영상화라는 것이 부담감이 많을텐데요, 소니 엔터테인먼트가 어메이징 스파이디를 실패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죠. 최고 인기 캐릭터, 훌륭한 흥행을 이끌어낸 이전 시리즈, 이런 부담감에 어메이징 스파이디는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우겨넣고 스케일만 키우다가 실패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스파이디는 우여곡절 끝에 마블 본가의 품으로 (반쯤) 돌아오게 되었죠. 소니가 제작비와 흥행수익을 모두 부담하고 가져가기로 한 새 시리즈를, 마블은 태연하게 어깨 힘 빼고 담백하고 소소한 영화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어차피 우리 캐릭터인데 그 내면은 우리가 제일 잘 이해하고 있다’라는 자신감 덕분인지 스펙타클이나 스케일에 대한 부담을 쭉 빼버리고 스파이디라는 캐릭터의 소시민적 매력을 살리는데 주력했죠. 그 결과 지금까지 영상화된 스파이디 중 가장 귀여운 이웃집 동생 스파이디가 만들어졌습니다.

토니 스타크의 눈에 들어 어벤져스에 끼고 싶고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싶어 안달내지만 아직까지는 동네 자전거 도둑이나 잡고 길잃은 할머니를 돕는 게 주력인 우리의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 어른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안달내며 어른 흉내를 내지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미숙한 고등학생 피터파커의 첫 걸음마를 아주 담백하게 잘 그려냈죠. 이런 전략은 빌런 설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습니다. 세계를 점령하거나 파괴하거나 그런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어벤져스의 관심을 끌까 전전긍긍하며 숨어서 뒷구멍으로 불법 무기나 적당히 팔며 생계 유지를 하는 수준의 악당이 설정되었죠. 마이클 키튼의 무시무시한 호연과 탄탄한 설정 덕에 작은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아주 매력적인 빌런으로 표현됐습니다. 그리고는 우리의 미숙한 스파이더맨은 이런 구멍가게 생계형 빌런에게조차 몇차례나 생명의 위협을 받습니다. 아이언맨이 작정하고 출동했다면 5컷 안에 정리됐을 수준의 ‘잡범’이지만 스파이디에겐 목숨을 걸고 싸워 패배했으나 운 좋게 막을 수 있었던 강적이었죠.

영화의 모든 초점이 미숙한 스파이디-피터파커의 성장에 맞춰져 있다보니 액션씬이 화려해버리면 밸런스가 깨졌을 겁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액션씬 역시 화려함을 배제하고 소소하게 채워졌죠. 제가 그 부분을 ‘의도된’것이라 평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영화의 주요 액션 시퀀스들은 모두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장기를 펼치기 어려운 제약된 환경 속에 펼쳐집니다. 스파이더맨을 대표하는 액션은 이미 두번의 이전 시리즈에서 훌륭하게 시각적으로 구축해 낸 것과 같이 고층빌딩 사이를 거미줄을 타고 스윙 스윙 하며 화려하게 펼치는 모습들일 겁니다. 스파이디의 액션은 태생부터가 긴장의 강약조절을 품고 있습니다. 직선이 아닌 곡선, 거미줄을 고정한 축을 중심으로 가속도를 내며 원을 그리는 액션에는 그 자체로 긴장의 기승전결이 모두 담겨있죠. 직선으로 날아가 적을 가격하는 직설적 액션이 아니라 곡선을 그리며 스윙 스윙 들어오는 미학이 담겨 있습니다. 적에게 직접 거미줄을 걸고 탄력을 이용해 달려드는 액션 역시 마찬가지죠. 그렇기에 액션이 매우 매력적인 스파이디지만, 반면 공간의 제약을 심하게 받는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거미줄을 고정할 고층빌딩 마천루 숲 속에서는 자유자재 화려하고 시원시원한 액션을 펼칠 수 있지만 개활지에서는 (영화 중간 노골적으로 보여준 개그씬 한 장면에서 처럼) 맨발로 처량하게 뛰어다닐 수 밖에 없죠. 결국 스파이디는 자신이 원하는 홈그라운드로 적을 끌어들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짜야 하는 캐릭터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본작의 미숙한 스파이디는 자꾸만 적에게 유리한 전장으로 대책없이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곤 고전하며 적의 페이스에 끌려다니게 되죠.

본 영화의 주요 액션시퀀스를 살펴보면, 낮은 주택가에서 악당을 추격하며 거미줄을 걸만한 높은 구조물이 없어 고전하는 스파이디를 보여줍니다. 그러다 비행이 가능한 빌런에게 잡혀 높은 고도로 끌려가다 추락해 위험에 처하죠. 워싱턴 기념탑에서는 ‘이렇게 높은 곳은 처음 올라왔다’며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스파이디라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거미줄 액션을 펼칠 공간이 없이 평지 한복판에 홀로 우뚝 솟은 구조물을 뽈뽈 기어올라가는 스파이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람선에서의 액션씬은 아예 강 한가운데 덩그러니 고립된 배 위로 스파이디를 끌고 가죠. 거의 스파이디에게 최악의 장소라 할 만한 곳으로요. 마지막 결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공에서 비행기 위에 매달린 스파이디라니 거기서 할 수 있는 액션이 매우 한정적이죠. 거의 모든 액션 시퀀스에서 스파이디는 자신에게 불리한 전장으로 스스로 뛰어듭니다. 그리곤 자신의 자랑인 거미줄 끝에 매달려 처량하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다만 이전에는 무대뽀로 뛰어들어 스스로 위험에 처했던 반면 최종 전투에선 불리함을 알면서도 영웅으로서의 자각을 통해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었단 차이가 있지만요)

정작 스파이디의 장기인 거미줄 그네타기는 엉뚱한 장면에서 나오다 그나마도 미숙해 건물 옥상에 추락하는 개그씬으로 등장합니다. 차기작에서 드디어 성장하기 시작한 스파이디가 어떤 액션을 보여줄지 충분히 기대할 만 한 연출들이기는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스파이디 신 시리즈의 첫 작품에서 스파이더맨의 대표 액션 장면을 모조리 빼버리고 담백하게 캐릭터 설정에만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 마블의 여유와 대범함이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소니처럼 한편한편의 흥행 성적에 조급해 하지 않고 차근차근 탑을 쌓아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의 캐릭터이니 자신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여유로움이겠죠.

이번 영화는 전작 시리즈들에서 보여준 화려한 스파이더맨의 시그니쳐 액션 장면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캐릭터를 쌓아가다 추후에 크게 터뜨려주겠다는 마블의 여유와 의지만은 충분히 보여준 수작이라 보입니다. 일단 스파이디의 귀염 터지는 매력 자체는 넘치게 어필했으니까요. 그러기에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스파이디의 화려한 거미줄 액션이 아니라, 뉴욕 건물 테라스에 앉아 나른한 하늘을 배경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정적인 씬을 꼽을 수 있겠네요.

“화려한 거미줄 액션 그런거 이미 많이 봤잖아? 조급해 말고 조금만 기다려봐 곧 보여줄테니까”하는 마블의 여유, 그러면서도 역시나 넘쳐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재해석, 조합들, 차기작들에 대한 기대감까지 딱 담백하게 절제된, 그래서 더 신선한 새로운 스파이더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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