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노키즈존을 혐오하는가?"
기본적으로 꼰대인 제가 느끼기에 한국과 외국(유럽으로 지칭되는)의 식당 문화는 다릅니다. 한국의 식당은 옛날부터 떠들썩하게 떠들고, 흥겹게 먹고, 나아가 놀이문화이자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입니다. 반면에 유럽의 식당은 밥을 먹으며 서로의 사상과 감정을 얘기하고, 문화적인 친목을 도모하며 예절을 공유하는 공간이죠. 특히 프랑스인에게 식당은, 서로 예의를 갖춰야 하는 공공장소이며 타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로' 삼아갸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식당에서 아이가 옳지못한 - 떠들거나, 뛰어다니거나, 실례를 하거나, 다른 손님의 식사를 방해하는 등 - 행동을 했을 때의 대처 역시 다릅니다. 한국의 식당은 단순히 주의를 주거나 사과하는 선에서 끝나지만, 프랑스의 식당에선 상대방의 가정교육을 의심하는 수준의 실례에요. 서구 문화에서 식당에서의 행동은 그 사람이 속해있는 계층까지 파악합니다..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는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 되는 거죠. 부모가 아이를 확실하게 통제하던가 그렇지 못하면 아예 식당 출입을 자제하기 때문에,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이 식당에서 소란 피우는 일을 보기 힘든 것입니다(프랑스 뿐 아니라 제가 다녀온 수많은 서구권에서 그렇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한국의 식당 문화가 저급하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단순히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발달되었을 뿐이구요. 어느정도는 떠들썩하게, 어느정도의 소란스러움은 애가 그런것이니 봐주자,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 이런 느낌으로. 우리는 정서적 민족이잖아요. 즐겁고, 슬프고, 유쾌하고, 애잔하고. 뭣보다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에게 조용함을 강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이는 어른 또는 그 이상으로 부모의 눈치에 민감하거든요. 문제는, 최근 한국의 식당들의 서구화인거죠. 조용한 카페, 감성적인 인테리어, 그리고 파인 다이닝을 표방한 레스토랑들. 서구의 식당 문화를 표방한 이러한 공간에서 한국 특유의 즐겁고 유쾌한 식사를 추구할 수는 없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했죠. 정통 프렌치 다이닝에선 떠들썩하게 밥을 먹어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 됩니다. 어른들을 위한 조용하고 아늑한 카페,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정통 요리를 표방한 식당에서 한국식으로 시끌법석 밥먹기를 원하는 손님은 드물어요. 연인과 달콤한 밀어를 나누는 와중에 타요버스를 외치며 다리를 치고 지나가는 아이가 달가울 리 없겠죠. 이는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부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른 분위기의 다른 공간에서 기존의 문화를 유지하려는, 문화 변화기의 한 양태일 뿐이라고 보며, 문화적 변화기에서의 혼란 중 하나일 것이에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어요. 아이는 사회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 전제는 올바른 태도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올바르지 못한 행동에 대한 제한이 필요합니다. 예의를 지켜야 하는 곳에선 예의를 지키도록 통제해야 하고, 그게 어렵다면 예의를 덜 지켜도 되는 곳을 가야 합니다. 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노키즈존이 태어나고, 결국 엄마들이 피해를 보며,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행동이 제한되는 것입니다.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모순적인 부분이라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이건 분명,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불건전 업소에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여 내 아이를 지키듯,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이 다른 고객의 평온함을 깨뜨리지 못하도록, 또는 다치지 않도록, 또는 소중한 내 인테리어 도구들이 파손되지 않도록, 점주는 자신의 고객을 제한할 권리 또한 존재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혐오'죠. 이러한 것들을 '혐오'하고, '혐오하도록 강제하는' 프레임 자체가 이런 모순을 확대재생산 하고 있는건 아닐까... 어쩌면 이 '혐오'를 강조하면서 어떤 '다른 목적'을 의도하는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