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개입 댓글공작을 벌인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배치될 군무원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직접 지시로 증원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댓글공작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이버사와 이 전 대통령, 청와대의 연결고리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25일 '사이버사령부 관련 BH 협조 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BH'는 청와대를 뜻한다.
이 문건에 명시된 '주요 내용'에는 군무원 정원을 늘리는 것과 관련해 "국방부에서는 소요 인력은 '순수 증편' 방안으로 확보해야 하며, 기재부의 '예비비' 조치가 필요함을 적극 요청"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어 "BH는 국방부 입장에 동의하며, 군무원 순수 증편은 기재부 검토사항이 아니라 대통령 지시로서 기재부 협조시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임을 명문화 강조"라고 돼 있다. 댓글공작에 관여했던 사이버사령부에 배치할 군무원 증원을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문건에는 또 노골적으로 국내 정치적 사안에 대한 개입을 지시한 대목도 나온다. 문건에는 "BH는 주요 이슈에 대한 집중 대응 요구"라고 돼 있고, '주요 이슈'로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탈북자 인권 유린 등"이라고 예시가 명시돼 있다.
청와대가 사이버사의 활동과 관련해 일일 동향과 작전 결과를 보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문건에는 "(BH) 국방비서관은 사이버사령부에서 작성하는 '국내외 일일 사이버 동향 및 '대응작전 결과' 보고서를 요청"이라며 "보안유지 전제로 안보수석, 대외전략기획관, 국방비서관에게 동향 보고서 제공, 작전 결과는 대면 보고만 가능함을 협조"라고 돼 있다.
'향후 추진' 항목에는 "총력 대응작전 체제 전환"이라고 돼 있다. 이 문건의 작성시기는 2012년 3월 12일로, 당시 19대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이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총선을 한 달 앞두고 댓글공작을 강화하기 위해 군무원 증원을 지시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해당 문건 상단에는 '특별 취급(대외 보안)'이란 문구와 함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자필 서명도 들어가 있다.
이철희 의원은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로 청와대가 컨트롤타워가 돼 범정부 차원에서 (선거개입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초가 되는 문건"이라며 "당시 청와대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