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뜬금없이 시어머니가 파업을 선언했어요. 명절 준비로 한창 바빠야 하는데... 시어머니는 개나 한마리 키우고 싶다며 알아보셨어요
10월 1일 남편은 갈색푸들을 어디선가 입양해왔어요 이름은 존시나라고 지어주었어요 .어머니는 존씨야~존씨야~하시다 결국 존나야~라고 하셨어요
10월 2일 명절 음식 준비를 해야하는데 시어머니는 움직이질 않으셨어요 .. 하고 싶으면 니네가 해라 .. 나는 존나하고 산책 갈련다 하고 ..한창 음식 준비중인 나를 데리고 시장으로 갔어요.호떡도 먹고 구경하고 산책도 하고.. 음식준비 하다가 끌려나온 나는 불안했어요.
ㅡ내가 27살에 첫째 낳고 딸을 낳았다고 내 시어머니가 축하한단 말도 없이 병원에서 술먹고와서 자더라 .. 니 남편 가졌을땐 등에 니 시누 업고 니남편 뱃속에 넣고 차례지내는데 그게 왜이렇게 힘든지..내 시어머니는 맨날 음식도 안하고 돌아다니고 그래서 혼자 다했다 . 나도 집에 가고싶은데 못가게 해서 못갔었다 ..그래서 명절에 집에 가본적이 없어그렇게 나에게 해준것도 없는 양반들 내 남편의 조상이라고 제사며 차례를 지냈는데 이젠 싫어졌다 . 그양반들이 나에게 해준거라곤 시집살이밖에 없어. 니 시아버지 죽고 아들놈이 제사 지내야한다고 해서 여지껏 지냈는데 나도 이제 편히 살란다 내 남편도 이해할거다 . 정 하고 싶으면 니네가 해라 나는 이제 손 뗄란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정말 손까딱 안하시고 존시나와 놀으셨어요..중간중간.... 애미야 물좀 다오 딱 이랬어요. 저 말은 이리와서 너도 놀아라...였었대요 . 어쩐지 자꾸 물을 달라고 하셨어요.....ㅠㅠ 것도모르고 생수 2리터 짜리 두개 갖다드렸어요.
10월 3일 ...
남편 시누 나 세사람은 애도 봐야하고 입덧하느냐고 웩웩 거리기도 바쁘고 정말 음식재료만 놓고 우리가 한심하게 느껴질정도로 제대로 할줄 아는게 없었어요..
대충 송편 만들고 그나마 시어머니와 제사준비를 하며 익혀둔 탕국 끓이고 잡채만들고 ...갈비찜하고 .. 전부치고 하다보니 정신도 없고 맛도 없고 입덧때문에 몸은 힘들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제 준비는 거의 다했고 나물만 무치면 되는데 서러웠어요 결국엔 나 혼자서 다 하고 있더라고요... 앉아서 펑펑 울었어요 .. 시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방에서 뛰어나오셨고 남편은 덜덜 떨더라고요..그런데도 울었어요 소리내면서.. 시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어요
결국 나도 파업했어요 . 시어머니가 몇일전 같이 파업하자 했지만 그래도 나는 남편과 시누가 도와줄걸 예상했어요 하지만 예상이 빗나갈것이란건 생각 못했었는데 혼자 그 많은 음식들을 준비하다보니 서러웠고 파출부가 된기분이었어요. 아마 어머니도 이기분이었겠지 싶어요 .
오늘 10월 4일 차례를 지내야 한다했는데 시어머니가 시누랑 남편에게 알아서 하라고 니네가 차리면 내가 절은 하겠다 했어요 어제 일로 미안한 내가 도우려 하니 하지 말라해요 어제처럼 제사며 차례음식 혼자해야한다고.. 우린 거짓말처럼 절하고 앉아서 밥먹고 티비보다 밥먹고 과일 깍아달래서 과일먹고 밥먹고..낮잠도 자고..
남편은 하루종일 나와 시어머니가 고민했었던 나물 처리를 어케하나... 남은 음식들은 어케하나 고민이 대단했어요 그래도 버리더라도 지가 알아서 하게 냅두라며 시어머니는 말한마디 안했어요.저에게도 하지말라해서 그냥 티비만 봤어요 . 그리고 저녁먹고 자려고 누우니..
ㅡ 나는 엄마가 그렇게 힘든지 몰랐었다.당연하다고만 생각을 했는데 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건지도 모르겠다 . 엄마가 안하겠다고 하고 당신이 우는거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 그래도 나는 제사와 차례는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설날때부터는 나랑 시누가 결혼하기전까지 둘이하겠다 대신 조금 도와줘라 .음식도 술과 포 과일만 놓고 하자 어차피 음식 남으면 처치 곤란이더라..
이러면서 조금 어머님 그리고 내맘을 헤아려 줬어요.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요 그래도 차례며 제사음식은 못도와 주겠다했어요 시어머니가 시켰거든요..맘약해지는 순간 나혼자 다해야하니 절대 한다는소리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