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4년 민간인 해커들이 주축이 된 ‘언더그라운드 해킹팀(지하 해킹조직)’을 만든 뒤 법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전산망을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을 상대로 한 해킹이 이뤄진 시점은 사이버사 댓글 공작의 주범인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64) 재판이 법원에서 진행 중일 때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2년 총·대선 댓글 공작을 벌인 사이버사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불법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 ‘사이버사 댓글 재조사’ 태스크포스(TF)는 해킹을 시도한 정확한 배경과 이를 통해 취득한 자료가 무엇인지 조사 중이다.
1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범정부 차원에서 사이버 작전을 총괄하는 국가정보원은 2014년 무렵 유관기관 감사 과정에서 사이버사가 법원 전산망에 몰래 침투한 사실을 발견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감사 관련 문건에는 “사이버사가 법원 등 공공기관을 해킹했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사가 법원 해킹을 시도한 시점은 2013년 12월 말 이 전 단장이 정년퇴직하면서 그의 사건이 군사법원에서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이송된 직후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 전 단장 퇴직 직전 그를 정치관여 및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단장에 대한 판결 결과가 사이버사 존폐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이버사의 해킹 목적이 사법부 동향 파악 등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이 전 단장은 2015년 5월 1심에서 징역 2년,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사이버사 요원 121명과 공모해 1만2844회에 걸쳐 정치댓글을 단 이 전 단장의 혐의 대부분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사이버사는 국정원 감사 당시 해킹을 한 이유에 대해 “북한에서 심어놓은 악성코드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 등의 내부망을 살펴본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 TF는 사이버사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언더그라운드 해킹팀 활동 전반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돌입했다. 이 사건은 국방부 조사를 거쳐 조만간 검찰로 넘어가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보기관을 동원한 ‘사법부 길들이기’는 다각적으로 진행됐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0년 광우병 우려를 보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로 법원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