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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갔지만, 내 '이성'은 돌아온 날.
게시물ID : love_39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워뽑나야나
추천 : 4
조회수 : 5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30 11:44:29
제가 오랜만에 서울에서 집으로 내려갔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한의원에 갔습니다.
 
동생이 자주 가던 한의원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이번엔 새로 생긴 한의원에 한 번 가보라 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근데 한의원은 좀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 많은 곳 아닌가요?
 
저는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있을 줄 알고, 애교를 장전해서 갔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것도 제 문제이고 고쳐야할 부분이긴 한데 ㅠㅠ
저는 저와 나이가 비슷하거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오빠들 한테 애교가 전혀 없습니다.
거의 선머슴아거든요. 남자애 같이 굴어요. 오죽하면 제 남자 사람 친구가 저한테 너는 고추가 있는게 분명하다.. 라고 말했습니다.
하. 참나. 앉아서 볼일보는데 어쩔!! --
근데 삼촌 나이나, 아버지 나이때, 특히 할아버지 나이때 한테는 애교가 넘칩니다.
이건 억지로 만들려고 그런게 아니라, 그냥 말투가 '하라버징!! 아부징!!! 삼춘~~!!'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한의원 가서 '저 허리 너무 아파쪄용 ㅠㅠ 고쳐주세용 ㅠㅠ' 투정 좀 부릴려고 갔는데,
 
아니 왠 germany!!!!!
 
독일 분이냐구요? 으응으응.
 
젊은이!!! 많아봐야 30대초반? 으로 보이는 젊은 분께서 앉아계신게 아니겠어요?
 
하...
 
그리고 목소리가 굉장히 미성이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라고 웃는데, 말투는 지방 분이 아닌 것 같았고, 웃는 모습 김재원입니다. 하.. 여러분
 
김재원 아시죠? 살인미소!!!! 내마들!! 내 마음이 들리니!!!
 
와..의사가 사람을 살려야하는데 '살인'미소라니... 이런이런.
그래서 나가고 싶었습니다.
 
도저히 이런 의사분께 나의 토실토실한, 등드름이 침범한 허리를 보여주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한 번 진단만 받고 나가야 겠다는 마음으로 대충대충 답변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직접 한 번 짚어봐야 할 거 같다고, "저쪽으로 가서 얘기할게요."
하고 저는 하.. 결국 허리를 까야하는군..이라며 망연자실하면서 '네....' 라고 힘없이 대답하고,
 
방문을 나가는데, 뒤에 따라오시던 의사선생님이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젊은 분이 뭐 이렇게 한숨이세요 ㅎㅎ" 이러는데,
 
와 진짜. 와 진짜. 심장이 뛴다. 정말..
저 한테 왜이러세요..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는 당신은 왜 젊어가지고ㅠㅠ 하... 

허리를 짚어보던 의사쌤이
"근데 허리가 문제있는 것은 아니고 소화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거든요. 평소에 어떤 걸 자주 드세요?" 라고 하시길래,
 
제가 머리에 계속 '살인'미소, '살인'미소... 사람 죽이겠는데 진짜 저 미소로..' 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어...사람을 먹진 않았겠죠?" 라고 해버렸습니다.
 
분위기가 좀 쎄해져서...의사선생님이..멋쩍게 웃으며 "하하하, 아 근데 정확히 어떤 걸 드시는지 얘기해주셔야 진료가 되죠." 라며 약간 정색하시는데, 정색하는 것도 멋있어.
하..
"육류 좋아하고, 그치만 육류 먹을 때 꼭 채소랑 같이 먹어요. 아침마다 과일 먹구요.
근데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고, 먹고 또 먹어요.
밥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또 과자먹고 이래요." 라고 하니까
 
"그쵸. 맞아요. 저도 그래요. 밥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고 그쵸?"
라면서 맞장구 쳐주니까, 더 설렜습니다. ㅠㅠ

그리고 몇 개 더 묻고, 허리에 침을 놓는다고 해서 엎드려 있었고,
'아프면 말씀하세요." 라고 하는 순간, 진짜 너무 아파서
우와악! 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데시벨 대박이었어요. 진심. 와. 내가 저렇게까지 소리를 크게 지른 적이 있었나? 할 정도로....
와 진짜 거의
제가 초록불에 횡단보도 건너는데 차가 갑자기 와서 놀래서 질렀던 비명만큼 컸습니다.
제가 "죄송해요..ㅠㅠ 그 정도는 아니예요." 라고 하니까
의사쌤이
"..아까 사람은 안 드셨다고 했는데, 기차는 드셨나봐요? ㅎㅎ" 라고 했습니다.
제가 드립엔 또 지기 싫어서,
 
"네. 토마스가 맛있더라구요."
 
썜이 "토마스..토마스.. 아! 토마스와 친구들 이요? 아!! 그거 우리 아들도 그 캐릭터 되게 좋아하는데."
 
....네?

아들요?....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심장이 차분해졌습니다.
저의 뇌에 이성이 돌아왔습니다.
'이성'(opposite gender)는 갔지만 '이성'(reason) 은 돌아왔습니다.
아...
저는 토마스와 친구들은 버리고, 토마스 아퀴나스 - 신을 '이성'적으로 증명 가능하다고 본 철학자 -
토마스 아퀴나스를 사랑할 것입니다.
철학자여 만세!! 솔로여 만세!!!

흑흑. 모니터가 뿌옇네... 닦아야겠다. 
출처 하...진짜 ㅠㅠ 왜 자꾸 설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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