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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인생의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그리고 생전 처음 겪어본 신기한 경험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누군가에게 혹시 도움을 줄 수도 있을까 해서 출산 기록을 남겨 봅니다
제가 출산을 통해 느낀 점들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글을 어디에 올릴까 고민하다가 좋은글 게시판, 육아게시판에 처음에 썼다가 결혼게시판에 쓰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 글을 두 번 이사시켰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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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기간 내내 맥주 한잔 못 마시고 소화불량과 치질로 고통받아서 고달팠지만 임신막달이 가장 힘들었다. 남산만 해진 배가 터질 듯이 커진 막달에는 애기가 누르는 힘 때문에 아무리 좌욕을 해도 치질은 더 심해져만 갔고(임산부의 70% 정도가 임신 후 생긴 치질로 인해 고통받는다고 한다..), 끊임없이 마려워지는 소변과 문득문득 찾아오는 가진통(가짜 진통. 가진통이 여러 번 반복되다가 진짜 진통인 진진통이 오면 아기가 나오게 된다)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예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
의사선생님이 배에 진통이 한 시간 정도 이어지거나 규칙적으로 오면 병원에 오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배가 쫌만 아파도 병원에 가야 하는 줄 알았다.
처음에 가진통이 왔을 때는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됐고 (애기가 잘못돼서 배가 뭉치고 아픈 줄 알고) 한밤중에 바로 응급실로 갔는데, 자궁수축검사를 받으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집으로 돌려보내서 검사비와 응급실진료비만 나왔다. 이러기를 두어번 하고 검색해서 보니 가진통은 막달에 원래 자주 오니 진통주기 어플로 시간 재서 5분~10분 간격 이내로 진통이 반복되는 거 아니면 안 가도 된다고 하길래 그 다음부터는 가진통이 와도 그냥 오는구나 하면서 진통을 흘려 보냈다.
막달이 되자 출산에 대한 공포가 급몰려왔고 출산관련 유튜브들을 찾아보면서 순산을 위한 운동, 호흡연습 등을 하기 시작했다. (출산 준비도 벼락치기..;;)
원래 나는 집에서 가까운, 우리 시에서 가장 큰 2차 여성병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날 유튜브를 보다가 무통주사 관련 영상을 보게 되었다.
출산에 겁이 많았던 나는 당연히 무통주사를 맞아야지 하고 있었고 내가 다니던 병원이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서 당연히 맞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유튜브에서 많은 2차 병원들이 마취과 상주 의사가 없어서 밤이나 휴일에 오면 무통주사를 못 맞으니 확인하라는 말을 해서 급하게 병원에 전화해서 알아보았다.
띠로리.. 내가 다니던 병원은 마취과 상주의사가 없었고 평일 주간근무 시간 중에 와야지만 맞을 수 있는 곳이었다.
처음 이 사실을 알고는 멘붕에 빠졌다. 남편한테 병원을 바꾸자고 했더니 남편은 짜증스러워하며 그냥 다니라고 했다.
평일 낮에 낳을 수도 있고 여태 봐주던 주치의선생님이 애를 받아줘야 더 안정적이고, 산후조리원과 마사지숍도 계약금 걸고 벌써 병원연계조리원으로 예약했는데 이 모든걸 다 취소하고 새로 병원과 조리원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게 번거롭다면서...
나 역시 위약금도 아깝고 원래 예약해 놓은 산후조리원이 가격대비 가성비도 괜찮고 산전마사지 받으면서 꾸준히 다녔던 마사지숍도 마사지 잘하고 괜찮아서 그냥 무통 없이 낳더라도 여기서 낳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무통주사를 아예 못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두렵기도 해서 일단 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려 질문했다.
OO병원이 마취과 상주의사가 없어서 무통주사를 야간이나 휴일에 오면 못 맞을 수도 있다는데, 출산해 보신 분들 무통주사 필수라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글이었다.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대체로 무통주사 맞으면 훨씬 낫다는 댓글이 많았고, 무통 없이 낳은 사람들은 아파서 힘들기도 했지만 밤새 유도분만하다 잘 안 돼서 제왕절개하기로 했는데 마취과 의사 없어서 진통을 참고 또 참다가 출근하고나서야 겨우 수술 들어갔고 진짜 힘들었다는 글도 있었다.
물론 무통 없이도 잘 순산했다든가 무통 맞았지만 별 효과 못보고 아팠다는 글, 무통 맞고 계속 맞은 자리가 아파서 몇 년째 고생 중이라는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댓글을 본 결과, 그리고 인터넷 써칭으로 무통주사의 효과 및 부작용을 찾아본 결과 맞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남편한테 강력하게 주장해서 결국 인근 시의 다른 병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병원을 옮기면서 OO병원에서 기존 검사결과 서류들을 받으러 갔는데, OO병원측에서 혹시 맘카페에 글 올리신 게 내가 맞냐고 물으면서 그 글 때문에 갑자기 마취과 의사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고 병원 옮긴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고 당황스러워서 게시글은 일단 지웠다. 남편이 괜한 글을 올렸다면서 인터넷에 그런 글 올리지 말라고 구박을 했고 나는 아니 이런 질문글도 못올리냐고 맞받아치면서 막달에 부부싸움도 거하게 한 판 했다ㅠㅠ
투덜대는 남편과 □□병원으로 가서 상담을 받은 후, 병원연계 조리원도 새로 예약하고 주치의 선생님도 새롭게 정해서 진료도 보았다.
병원을 바꾸고 나니 한결 안심이 되었고 두발 뻗고 잘 수 있었다.
바꾼 병원은 마취과 상주의가 있을 뿐 아니라 규모도 원래 다니던 병원보다 5배 정도 더 크고(의료진 수로 봤을 때)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규모와 분만경험이 있는 병원이라 더 안심이 됐다.
그렇게 병원을 바꾸고 유튜브 보면서 출산가방도 미리 싸두고(쿠팡으로 폭풍쇼핑하면서 급 이것저것 아기용품, 출산용품 구매함) 매일 매일 좌욕, 계단 오르내리기 하면서 출산준비를 했다.
짐볼 운동을 하면 아기가 밑으로 잘 내려올 수 있고 빨리 출산을 하도록 돕는다고 해서 짐볼도 로켓배송시켰다. 그런데 고무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물로 헹구고 베란다에서 말리고 통풍을 암만 해도 냄새가 잘 안 빠져서 2~3일 기다려야 했다. 차라리 당근마켓 중고로 살걸 하고 후회했다.
짐볼운동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미 초음파로 아기가 3.3kg이라고 해서 더 커지면 낳기 힘들 것 같아서 짐볼운동을 열심히 했는데(그래봤자 하루 30분 이내였지만) 짐볼 운동한 지 3일만에 출산을 맞게 됐다.
출산예정일 7일 전, 여느 때처럼 가진통이 있었는데 그날의 가진통은 다른 때보다 좀 심했다.
자궁이 수축되면서 진통이 올 때마다 수축되는 정도가 커서 입고 있던 잠옷이 배와 함께 주름잡히며 수축되는 게 보일 정도였다.
통증도 꽤 있었지만 참을 만한 정도였고 그냥 여느 때의 가진통과 똑같겠지 하고 가진통을 뒤로 한 채 잠이 들었다.
이날 저녁에는 밥을 좀 늦게 먹었는데 9시쯤 먹은 데다 후식까지 먹으며 살짝 과식을 해서 또 애기가 더 커지면 어쩌지 걱정하면서 잠들었다.
하지만 최후의 만찬인지도 몰랐던 저녁을 든든하게 먹은 것은 아주 행운이었다. 그 최후의 만찬 뒤에 나는 17시간이 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까..ㅠㅠ
12시 반쯤 잠에서 깼는데,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일어섰는데 갑자기 선홍빛깔의 따뜻한 물이 생리혈처럼 뚝뚝 떨어졌다.
직감적으로 빼박 양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수라고 생각이 든 순간 느꼈던 감정은 당황과 공포..
"자기야, 양수 터진 것 같아. 어떡해ㅠㅠ"
남편과 함께 미리 싸둔 출산가방 캐리어를 들고(양수 터지기 3일 전에 싸뒀는데 더 늦어서 못 싸뒀으면 진짜 아무것도 못들고 그냥 병원 갈 뻔..ㅜ) 5일 전쯤 바꾼 □□병원으로 향했다.
거리가 좀 있었지만 새벽이라 도로가 뻥 뚫려 있어 30분도 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두려워하면서도 기대하고 있던 '출산'을 맞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