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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열두시 반.. 나와 남편은 캐리어를 차에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캐리어에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보며 수집한 병원 및 조리원 용품 리스트에 따라 준비한 여러 물건들이 가득 있었다.
혹시 리스트가 필요한 분들이 있을까 해서 적어보자면,
깔대기(깔대기는 조리원에서 쓰는 유축기가 무엇인지 미리 알아보고 기종에 맞는 깔대기로 구입)
각티슈(2주 이상 사용해야 하므로 넉넉하게 2개 준비. 두루말이보다 빨리빨리 뽑아 쓸 수 있어서 수유할 때 사용하기 편함)
개인 좌욕기(조리원에 보통 구비되어 있으나 남이 쓰던 거 말고 내거 쓰고 싶어서 준비함),
베이비 물티슈(조리원 방에 아기 데리고 있다보면 직접 아기 기저귀 갈기도 함),
아기 가재 손수건 10장 이상(아기가 게웠을 때 입 주변 닦는 용, 냉팩 만들 때 등 쓸 일이 많음)
신발 큰 거(내가 240 사이즈인데, 출산 후에 발이 팅팅 붓자, 갖고 간 265 사이즈도 간당간당하게 맞았음.)
세면도구(비누 칫솔 수건 4장 치약), 기초화장품(립밤 필수. 병원과 조리원이 꽤 건조함.)
속옷(조리원에서 매일 세탁해서 가져다 주기 때문에 아주 많이는 필요없음. 3~4장이면 충분했음. 임부팬티와 와이어 없는 수유브라 및 수유나시로 준비하기)
옷(최대한 적게 가져간다고 나름 적게 넣었는데, 한 벌만 챙기거나 아예 안 갖고 가도 될 뻔했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주는 산모수유복으로 충분.. 옷은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이동할 때, 조리원에서 집으로 올 때에만 잠깐 필요했고 입고 간 옷 한 벌로도 충분함.)
머리끈(수유할 때 필수)
데일리달력(아기와 함께 사진 찍을 때 넘 좋음)
유두보호기(나는 쿠팡에서 제일 판매량 많고 싼 거였던 쭈쭈베이비라는 제품으로 그냥 아무거나 샀는데, 직접 써보니 가슴만 아프고 잘 빨리지 않았음. 수유 지도하는 선생님도 이거 써봤자 아기한테 모유가 잘 가지 않는다고 바꿔야 한다고 그래서 결국 쓰지 못하고 새로 구입함. 조리원에서 판매하는 브랜드인 메델라 유두보호기 추천. 조리원보다 인터넷이 6천원 가량 더 저렴하니 미리 준비하기.)
손목보호대
산모내의 2벌(땀 흡수 잘 되는 걸로. 하의도 부드럽고 편한 임부용 레깅스로 준비)
면양말 3켤레, 수면양말 1켤레
임신 중 먹다 남은 영양제(특히 철분제는 꼭! 모유가 죄다 산모의 피로 만들어 지는 거라 철분제를 먹어야 빈혈을 예방)
튼살크림(푹 꺼진 배에 발라줘야 함)
핸드폰충전기
압박스타킹(팬티 스타킹 말고 의료용 압박스타킹으로)
모유저장팩
아기초점책
유두보호크림 (비판텐)
아래는 가져갔지만 결국 안 쓰게 된 물품들..
1. 생리대(대중소 오버나잇까지 골고루 많이 가져갔으나 하나도 안 씀. 안 가져 가도 될 듯. 산모패드가 병원 및 조리원에서 계속 무료로 제공되어서 생리대 쓰기 아깝기도 했고 출산 직후에는 오로가 워낙 많이 나와서 생리대 '대' 사이즈로도 커버가 안 되어서 안 쓰게 됨.)
2. 노트북(심심할까봐 가져갔지만 심심은 개뿔.. 매시간 시도 때도 없이 수유하고, 온갖 교육 듣고, 좌욕하고, 밥 먹고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 후딱 감. 그리고 출산 후에는 눈 상태도 약해지고 안 좋아져서 컴터나 핸드폰 오래 하는 것이 안 좋음.)
3. 슬리퍼(실내에서 사용하려고 가져갔는데 굳이.. 조리원에서 주는 걸로 충분했음)
4. 회음부 방석(역시 병원과 조리원에서 제공했음)
아래는 블로그나 유튜브엔 안 나왔지만 필요해서 남편이 다시 집에 가서 가지고 오게 되었던 물품들
1. 등받이 쿠션(조리원 침대에 앉아서 수유를 많이 하다보니 등받이 쿠션이 많이 필요했음)
2. 매트리스(병원 침대가 넘나 딱딱해서 다친 회음부가 아파 견딜 수 없었음.. 매트리스보다는 부드러운 토퍼 추천)
3. 젖병 소독기(병원이나 조리원에서 젖병 소독기가 보통 한 층에 한 대 있거나 다른 층에 가서 써야 하다보니 유두보호기와 깔대기, 젖병 등을 소독하기가 매우 귀찮았던 것.. 결국 집에서 가져와서 방에서 씀.)
그럼 다시 본론으로 넘어 와서..
이렇듯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캐리어를 끌고 병원에 도착하자 새벽 1시가 약간 넘어 있었다.
급하게 걸었다가는 양수가 더 왈칵 쏟아질 것 같고 배도 아파서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주차장에서 병원까지 걸었다.
불꺼지고 아무도 없는 1층을 지나 분만실이 있는 3층으로 가자 당직 간호사 쌤들이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했던 것은 코로나 검사.. 환자와 보호자 모두 코로나 검사를 해야만 한다. 첨으로 해보는 코로나 검사였다. 기다란 면봉이 코안 깊숙이 들어왔다. 꽤나 아팠지만 앞으로 겪게 될 고통에 비하면 이것쯤은 새발의 피일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지나고보니 진짜로 새발의 피였고 애교 수준의 통증이었다.. ㅎㅎ.. (남편은 코로나 검사하고 에러가 떠서 한번 더 검체를 채취했는데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고 했다. )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하자 침대에 누워서 바로 팬티를 내리고 내진을 하게 되었다. 팬티를 내리자 집에서 나오기 전에 찼던 생리대 대자가 온통 흥건하게 양수로 흠뻑 젖어 있었다. 간호사가 양수 맞다고 하면서 내진을 하자고 했다.
여기서 내진이란 손가락을 질에 넣어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보는 것으로 매우 아프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하품을 크게 하며 입을 크게 벌리면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입을 크게 벌리며 내진을 받았으나 고통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앞으로의 산고에 비하면 코끼리 발에 낀 떼 수준...
내진 결과 자궁문은 2.5cm 열려 있다고 했다. 속으로 '앗싸!' 하면서 좋아했다. 3cm까지도 너무 아프고 힘들게 오래 걸려서 열렸다는 후기들을 많이 봐서 그다지 아픈 것도 모르고 한 숨 자고 일어났다가 병원 왔더니 2.5cm까지 왔다고 해서 이게 웬 꿀이냐 싶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관장.. 관장하면 5~10분 정도 참다가 똥을 누어야 한다고 들어서 잘 참아봐야지라고 생각했다. 간호사는 너무 오래 억지로 참지는 말라고 하며 관장을 했다.
갑자기 나올까봐 일단 화장실로 이동했다. 5분 정도는 꼭 참으려고 했는데 간호사의 말 때문에 안심이 되었던 걸까, 3분만에 누고 말았다. 분만하면서 대변을 보는 실수를 안 하기 위해 최대한 뱃속의 똥을 깨끗이 비우려고 노력하며 힘을 주었으나, 너무 빨리 눈 것 같아서 불안했다. 분만하다가 나오면 그냥 나오는 거지 뭐.. 엄청나게 아픈 와중에 그런 게 쪽팔리다고 생각도 안 들 듯.. 이라고 생각하면서 돌아왔다.
그 다음에는 회음부쪽을 면도기로 깨끗이 제모를 했고(이때 했던 제모는 후에 따끔 거리는 털로 자라나 찢어진 회음부와 더 심해진 치질의 아픈 고통에 더해 허벅지가 따끔 거리는 고통까지 추가해 주어 출산 후 상태를 더욱 쉣으로 만들어 준다..) 바로 가족 분만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가족분만실은 르봐이에 분만이라고 최대한 뱃속과 비슷한 환경을 통해 태아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하여 어두컴컴한 방에 조명을 은은하게 켜 놓은 방이었다.
그리고 이 방에서 남편과 함께 새벽 1시부터 아침 10시까지 길고 고통스러웠던 산고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