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프리랜서라 함께 살기 전에도, 함께 살고 난 이후도 쭉 재택근무이다. 집의 방한칸이 남편 회사인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선 회사겸 침실이 되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이라 남편방에 에어컨은 필수. 나와 아이가 자는방은 거실 에어컨 공기를 써큘레이터로 끌어다 쓴다. 다행히도 내몸은 1년중 350일 정도는 차기에, 나에겐 이게 딱 좋은 온도다. 아이 또한 나보단 열이 많지만 더위를 심하게 타는건 아닌듯 하다. 이런형태로 자도 땀띠하나 나지 않는걸 보면.
잘때는 거실 에어컨을 끄고 자는데, 그럴때면 남편이 꼭 하는말이 있다. "새벽에 자다가 더우면 카톡해. 거실 에어컨 켜줄게" 나는 "그래요"하고 답하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아니요. 오빠 더우면 제가 키면 되죠." 라고 말하자 "너 자는데 귀찮자나~ 난 어차피 일하느라 깨어있고. 내가 키면 되지" 라고 답하는 남편. 에어컨 리모컨도 잃어버려서 가뜩이나 직접 조작해야하는데, 새벽에 일하다가 거실로 나와서 에어컨 키는게 더 방해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어찌나 남편이 이뻐보이는지.
고마운 마음만 받고 한번도 카톡한적이 없었는데, 이건 내가 더워서 직접 에어컨을 조작한게 아니고 덥지 않아서였다. 덥지 않아 단 한번도 깨지 않았다. 열대야라는데 왜 안덥지? 라는 쾌적함에 대한 미스터리는 얼마전에야 풀렸다. 새벽 3시경 남편이 거실로 나와 에어컨을 키고 4시쯤 꺼주는 것이였다. 어찌나 사랑스럽고 고맙던지!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겨울에는 보일러로. 나와 딸은 남편의 사랑덕에 오늘도 편하게 잠이 든다.